728x90
반응형





 장가계 국립공원 입구의 상징탑

 


글쓴이는 지난 9월 하순 아내와 함께 중국 장가계 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 이 시기에 우리부부가 팔자 늘어지게 해외여행을 즐길 형편이 전혀 아니다.

필자는 3년 전 공직을 명예퇴직 한 후 민간단체의 임원으로 3년 임기를 채우고 지난 3월 물러난 사람이다. 그 후로 백수대열에 합류하여 하루하루 빌빌하면서 지내고 있는 실정이다.   

가진 것은 오직 시간 뿐이라 주중에 한 두 차례 등산을 다니고 또 다른 시간에는 <도둑질> 대신 <블로그질>을 하면서 소일하고 있다. 그 동안 월급쟁이 생활을 하느라고 매일 틀에 박힌 생활을 하다가 할 일 없이 놀아보니 참으로 좋은 점도 있다. 직장 일에 신경을 쓰지 않으니 도대체 머리를 쓸 일이 없다. 

 고속도로 휴게소 인근 교량


그러나 이것도 먹고 살 정도의 여유가 있을 때의 일이다. 지출은 전혀 줄일 곳이 없는데 수입은 오로지 연금뿐이니 이것으로 4인 가족을 부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물며 결혼도 늦게 한 후 자식을 가지다보니 두 녀석이 아직도 대학생이다. 무슨 놈의 경조사는 그리 자주 있는 지 매월 몇 십만 원이 고정적으로 나간다. 

아들 녀석은 그래도 괜찮은 대학을 가느라고 재수까지 하는 통에 큰 녀석은 군대를 마친 후 이제 3학년이고, 작은 녀석은 겨우 1학년이다. 그러니 두 녀석의 학비만 해도 1년에 약 1천 8백만 원이 소요된다. 

 토가풍정원

 황룡동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보려해도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하루하루 사는 것이 살얼음을 걷는 듯하다. 이런 판국에 해외여행이라니 언감생심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그런데 지난 여름 방학기간동안 큰 녀석은 PC방에서 밤을 꼬박 새우며 하루 10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했다. 시간당 4천 원이니 하루 4만원 정도 벌었다. 작은 녀석도 고2학생의 과외(수학)를 하며 용돈을 벌었다. 나는 이 녀석들이 방학기간 중 용돈을 벌었으니 앞으로 몇 달 동안은 용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데 안도했다.

 보봉호수 유람
 


그런데 9월초 느닷없이 아내로부터 이 녀석들이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을 모아 부모의 해외여행을 보내주기로 결심하였다는 것이다. 나는 펄쩍 뛰었다. 지금 우리 처지에 한가로이 해외여행을 나갈 수가 있는가. 그리고 그 비용도 만만치 않는 데 말이다. 그래서 뜻은 고맙지만 그럴 수 없고 나중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한 후 첫 월급을 받아 보내달라고 하였다.

  십리화랑의 산수화

 원가계의 돌기둥


그랬더니 큰아들 녀석이 길길이 날뛰었다는 것이다. 밤에 졸음을 참고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한 것은 부모님해외여행을 보내드리려는 것이었다며 왜 성의를 무시하느냐고 말이다. 내가 그래도 가지 않으려 하자 해외여행 대신 제주도 여행이라도 다녀오도록 항공편을 알아본다고 하였다. 제주도라면 신혼여행을 가서 며칠 머무른 곳인데 지금 이 시기에 다시 갈 필요는 없을 듯 했다. 또 아들의 생각이 그러하다면 일단 외국에 나가기로 작심했다.

 장가계 금편계곡


그래서 선택한 지역이 중국 장가계이다. 장가계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명언이 전하므로 죽기 전에 한번은 가봐야 할 곳이라면 기왕지사 아들녀석이 보내 줄 때 다녀오는 게 더욱 뜻 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인생부도장가계(人生不到張家界)
   백세개능칭노옹(百歲豈能稱老翁)』

(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에 가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   

 천문산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며 본 조망

 천문산 케이블 카를 타고 본 천문동굴

 케이블카로 바라본 천문산의 장관 


사실 아내도 해외여행에는 소극적이었다. 우리가족은 1984년부터 미국에서 2년, 그리고 1990년부터 스페인(마드리드)에서 2년 간 생활한 바 있어 미국과 유럽지역을 돌아다닌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평소 아내는 자연경관보다는 복잡한 도시를 좋아한다. 특히 중국에 뭐 볼게 있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선호했다. 그러나 경비문제도 있고 해서 이번에 내가 장가계를 선택했는데, 귀국 후에는 앞으로 황산까지 가겠다고 한술 더 뜬다.  

 직립한 암벽에 길을 낸 귀곡잔도

 천문산사 


두 아들 녀석이 힘들여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보니 녀석들이 고맙고 한편으로는 미안하기까지 하다. 생각이 깊은 녀석들이 내가 빌빌하면서 집안에만 박혀 있으니 기분전환이라도 하라고 인심을 쓴 것이다.

공식 여행경비(146만원)뿐만 아니라 쇼핑할 용돈까지 두둑하게 덤으로 받았으니 입이 찢어져 귀에 걸렸다. 평소 철이 없다고 생각한 녀석들에게 이런 점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이 생각을 하면 콧등이 짠해 진다.

                               99구비의 통천대도/버스를 타고 오름

 천문동굴과 999계단


이 녀석들은 평소 아비가 쓴 글을 잘 읽지 않기 때문에 이 글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내가 녀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것이다. 
  
『이번에 너희들 덕에 해외여행을 잘 다녀왔다. 네 엄마도 매우 흐뭇해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졸업하여 취업할 때까지 공부 열심히 하고 다른 일에 신경을 쓰지 말아라. 그리고 취업할 경우 염치없지만 다시 한번 해외여행 보내줄 수 있겠지?』 끝. 

                         ☞ 스크랩 안내 : 다음 블로그(http://blog.daum.net/penn1570)  

 

728x90
반응형
Posted by pennpe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