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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드라마 <에덴의 동쪽>은 현재 형제간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져 핏줄논쟁이 뜨겁다. 낳은 정에 따라 핏줄을 찾아야 할지, 기른 정에 따라 현재 그대로 살아야 할지 주인공들의 갈등도 이제는 막바지에 달한 모습이다. 따지고 보면 낳은 정, 기른 정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KBS 일일연속극 <집으로 가는 길>은 병원원장(장용)이 하나 뿐인 여동생(임예진)을 도와주기 위해 아내와 아들이 병원경영도 어렵다며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은행으로부터 신용대출을 받아 6천만 원을 빌려준다. 이 모두가 핏줄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이다.

형제자매는 부모생전에는 서로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부모가 죽고 나면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혈육이다. 물론 저마다 가정을 꾸려 어려움 없이 살아가면 이상적이겠지만 살다보면 잘 살고 못사는 형제가 나오기 마련이다.

나는 손위로 형님과 누님이 계시다. 누나는 출가외인이지만 형은 우리 집안의 5대종손이다. 1960년대 초 사병으로 군에 입대했다가 그 후 장기복무로 전환하여 30년 이상을 복무한 후 육군원사로 제대하였다.

내가 그나마 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내 처지를 딱하게 여긴 독지가가 1개월에 쌀 한말(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니지만 그 당시는 엄청난 도움이었다)을 지원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형이 군대생활하며 받는 쥐꼬리 월급을 한 푼도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전부 꼬박꼬박 모아 내 학비에 보태라고 보내준 덕분이다. 그래서 나는 형님의 이 은혜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고, 당연히 우리 사전에는 형제간의 불화라는 말은 없다. 

그런데 세월은 흘러 나도 직장에서 물러난 지가 약 1년이 되었다. 문제는 결혼을 늦게 하다보니 현재 두 아이 모두 대학생이라는 것이다. 퇴직연금으로 대학등록금 등 학비에 충당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정기적으로 들어 가야하는 보험료 등과 생활비는 항상 적자이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직장생활하며 재테크를 잘 못해 노후지금을 전혀 마련하지 못한 것은 순전히 내 실수이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일이 꼬일 줄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매월 월급을 꼬박꼬박 받을 때는 생활의 불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수입이라고는 연금뿐이고 지출은 줄일 곳이 없으니 어깨를 펼 수가 없다. 이러니 아무리 내색하지 않으려 해도 내 얼굴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숨길 수 없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형님이 설날 차례를 지내려 간 나에게 아이의 등록금에 보태 쓰라고 봉투를 내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차마 이를 받을 수가 없어 거절하다가 거실에 두고 나왔는데, 귀가했더니 봉투는 아내의 손에 들려 있었다. 펼쳐 보니 거금 1백만 원이다.   

사실 형님도 사는 형편이 여유가 있는 게 아니다. 4남매를 키워 모두 대학 보내느라 등골이 다 빠졌다. 다행이 3명은 현재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지금까지 며느리와 사위를 한 명도 보지 못해 늘 근심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앞으로 아무리 돈이 있어도 부족할 지경인 것이다. 그런데도 동생을 위해 큰돈을 내 놓았다. 물론 조카들이 직장생활해서 번 돈일 것이다. 
 

사실 나는 지금까지 형님을 위해 아무 것도 해 준 것이 없다. 고등학교 졸업전후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형님은 우리 집안의 큰 어른이 되었다.(물론 삼촌이 계셨지만 형제간과 비교할 수 없다). 나는 고교졸업 후부터는 일체 형님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내 스스로 직장생활을 하며 대학을 다녔다. 또 조카들이 학생일 때 세뱃돈을 준 것뿐이다. 그런데도 형은 또 동생을 도와주려고 한다. 

뉴스를 보면 형제간 유산상속을 둘러싸고 피 터지는 싸움을 하고, 심지어 부모와 자식간에도 소송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적어도 피를 나눈 부모자식과 형제지간이라면 이런 꼴볼견은 없어야 한다. 좀 더 많이 가지면 진정 행복할까! 설날아침 형편이 어려운 형님이 내게 건네준 봉투를 보고는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핏줄이란 하늘이 정해준 것임을 실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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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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