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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등산을 가기 위해 아침 6시경 서울양천경찰서 앞을 걸어가고 있었다. 무심코 길을 가는 데 앞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 직감적으로 교통사고임을 알 수 있었다. 마침 버스 정차장소라서 사고현장을 보니 편도 4차선인 도로에서 승용차와 택시가 접촉사고를 냈다. 승용차의 앞부분은 크게 부서졌지만 다행히 부상자는 없었다.

택시기사는 승용차운전자에게 왜 과속을 하느냐고 따졌고, 승용차운전자는 택시기사에게 왜 좌회전을 하려고 갑자기 꺾어 들어왔느냐고 소리쳤다. 경찰서 앞이라 바로 교통경찰이 나타났다. 그때 필자는 도착한 등산버스에 올랐으므로 그 다음은 잘 모르겠다.

이날 저녁 마침 고향후배 및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교통사고가 화제가 되었다. A씨는 자기의 경험을 적나라하게 털어놓았다.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바로 A씨의 경험담이다.

 

(1) 베풀면 베푼 만큼 되돌아온 사례 

어느 날 A씨가 신호등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뒤에서 쿵 소리가 났다. 차에서 내려보니 뒤차의 운전자(B씨)는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B씨는 흠집이 난 A씨 자동차의 범퍼를 손으로 문지르며 몇 차례 사과를 했다. 이런 모습을 본 A씨는 B씨가 측은하게 보여 그냥 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B씨는 얼마를 보상해 주면 되겠느냐고 물었다. A씨는 거절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무런 보상을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앞으로 혹시 다른 사람이 B씨와 접촉사고를 내었을 경우 큰 문제가 없다면 그 사람을 그냥 돌려보내세요.」

이렇게 해서 그 사건은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후 이번에는 A씨가 잘못하여 다른 차(C씨)와 접촉사고를 내었다고 한다. 물론 매우 가벼운 접촉사고라서 C씨의 차량은 약간의 긁힌 자국만 있을 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렇지만 악한 운전사를 만나면 골치가 아플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C씨가 A씨에게 그냥 가라고 했다.

이 일을 계기로 A씨는 자기가 먼저 지난번에 선행을 베풀었더니 하늘이 도와 이번에는 자신이 천사와 같은 사람(C씨)을 만났다고 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인과응보(因果應報)란 말은 바로 이를 두고 이름이다. 



(2) 베풀었더니 오히려 배신한 사례

A씨는 출근시간 서울서초구의 한 교차로에서 좌회전신호를 넣고 대기 중이었다. 자신의 앞에는 2대의 차량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실내거울(rear mirror)을 바라보니 뒤쪽에서 빠른 속력으로 달려오는 차량이 보였다. A씨는 그 차량에게 경고의 표시로 비상등을 즉시 켰지만 뒤차는 멈추지 않고 A씨의 차를 들이받았고 그 충격으로 앞의 두 대마저 연쇄충돌을 일으켰다.

A씨는 정신을 차리고 차에서 내려 뒤로 갔다. 그런데 가해차량에서는 약 20살 전후의 앳된 남녀 4명이 내렸는데 모두 술 냄새가 났다. 그래도 운전자는 조금 덜 했지만 다른 세 명은 술이 취해 휘청거렸다.

기가 막힌 A씨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너, 운전면허는 있는 거냐?」
「네, 있어요.」
「그런데 왜 술을 먹고 운전하니?」
「친구들은 먹었지만 저는 안 먹었어요.」
「술을 안 먹었다면 왜 사고를 냈니?」
「죄송해요. 잠깐 졸았어요.」

가해차량의 운전자(D군)는 술 냄새가 풍길까봐 자꾸만 A씨로부터 거리를 두려고 했다. A씨는 이들과는 대화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부모님께 전화해서 현장으로 나오게 하라.」
「지금은 부모님께 연락이 안 되요.」

그러면서 D군은 펑펑 울기 시작했다고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잘못한 어른이 순진한 애를 일부러 골탕먹이는 상황이 연출되었다는 것이다. A씨는 젊은이들의 장래를 생각해서 음주이야기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경찰이 오면 바로 사건경위를 설명하고 현장을 벗어날 생각이었다. 

A씨가 난감해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견인차(towing car) 한 대가 도착했다. 견인차운전사(E씨)는 다짜고짜로 A씨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상황을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또 다시 기가 막힌 A씨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당신이 뭔데 사고순간을 설명하라고 하느냐?」
「상황을 알아야 자동차를 끌고 갈 것 아닌가.」
「당신은 경찰도 아니면서 참 웃긴다. 그러고 내 차는 당신한테 절대로 맡기지 않을 것이니 참견하지 말라.」

그랬더니 E씨는 가해차량의 운전자(D군)에게 다가가 나중에 경찰이 왔을 때의 진술내용을 알려 주었다.    
「경찰이 오면 앞차(A씨 차량)가 정지상태가 아니라 운행 중이었다고 말하라, 내 말 알아  듣겠지?」

조금 후 경찰이 백차를 차고 나타났다. 경찰은 먼저 젊은애들에게 다가가 사고경위를 물었다. 운전자 D군은 견인차 운전자의 말대로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모든 자동차가 서행 중에 제가 운전부주의로 앞차를 들이받았어요.」

그런데 교통경찰은 A씨가 신호등에서 정차 중이었다고 아무리 말해도 젊은이의 말만 믿고 자신의 말은 믿으려 하지 않음에 놀랐다. 마음씨 좋은 A씨는 배신감을 느꼈지만 젊은이의 장래를 생각해 차마 음주측정을 요구하지는 않았단다. 40대인 자신의 말은 출동한 경찰관뿐만 아니라 나중에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을 때도 누구하나 믿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이 결과는 엄청난 금전적인 손실로 나타났다고 하였다. 앞차가 정차하고 있을 때 뒤차가 들이받았다면 모든 책임은 뒤차인 D군에게 있다. 그런데 앞차가 운행 중에 뒤차가 받았을 경우 앞차가 그 앞차를 받은 사고는 안전거리를 준수하지 않은 앞차(A씨)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것이다.

A씨의 차는 일반승용차였고 A씨의 앞차는 차체가 높은 RV 차였다. A씨의 승용차가 RV 차의 밑으로 들어가 두 차가 크게 망가졌지만 A씨는 안전거리 미 확보로 자기차량에 대한 수리비를 자신의 보험으로 처리해야만 했다. 그 비용이 자그마치 120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이니 매우 큰 금액이었다. 그 후 당연히 사고에 대한 보험료 할증이 되었다고 한다.

젊은이의 장래를 생각해서 음주운전사실도 덮어 주었는데, 견인차운전자 말만 듣고 자신을 배신하고 거짓진술을 한 젊은이를 생각하면 각박한 세상에 호의를 베풀 필요가 없다는 진리를 깨달았다고 하면서 A씨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배은망덕(背恩忘德)이란 바로 이런 경우다.

견인차운전자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던 A씨를 일부러 골탕먹었고, 어렸을 때부터 거짓말을 하면 재미를 본다는 것을 알게된 젊은이(D군)는 그 후에도 어떤 거짓말을 하며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까. 우리사회는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보다 교활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이득을 보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허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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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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