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우리의 짧은 정치역사를 돌이켜보면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하여 자신의 인생은 물론 나라의 운명마저 바꾼 사례가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정치가가 현재 국회 무소속의 이인제 의원이다. 

그는 1997년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회창에게 패하자, 신한국당을 탈당하고 국민신당을 창당한 후 제15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여 500만표를 획득하였다. 당시 득표율 1위인 김대중 후보와 2위인 이회장 후보의 득표 차는 단지 39만표(390,557표)에 불과했으며, 당선자의 표가 1천만표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득표이다. 그러나 만일 그가 경선을 수용하고 이회창 후보를 도왔더라면 1998년 김대중 정권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며, 그 후 국무총리 등 요직을 거쳐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대권을 획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인제 의원


그렇다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부패공화국으로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시킨 노무현 정권도 없었을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노 대통령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수 백억 원의 이권사업을 퍼주는 대신 수 백만 불을 받아 챙겼다고 한다. 이제 검찰에서는 퇴임한 대통령의 소환을 앞두고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리하여 청렴성과 도덕적 신뢰로 무장하여 깨끗한 정치인의 상징이라고 불렀던 노 전(前) 대통령은 하룻밤을 자고 나니 부패한 대통령의 대명사가 되었다. 비록 받은 돈의 액수는 적지만 그가 가장 배격했던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과 같은 반열에 올랐으니 말이다. 노 대통령으로부터 공개석상에서 망신을 당하자 자살한 전 대우건설 N사장은 이 사실을 알았으면 저승에서도 피눈물을 흘릴 것이다.  

국민요정 김연아 선수가 세계피겨스케이팅대회에서 우승하고, 우리의 태극전사들이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하여 한국은 스포츠 강국이 되었지만, 이 영광스러운 명예를 직전 대통령가족의 부패스캔들로 모두 까먹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서 봉화마을 주민들이 노 대통령을 옹호하는 시위를 벌였다는 뉴스는 다시금 보통사람들의 억장을 무너지게 만든다. 

이인제는 야당에 의한 평화적인 정권교체의 달성에 기여하였고, 역사상 최초로 노벨평화상 수상자(김대중)를 배출케 하였으며, 일부에서 친북정권이라고 비난하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출현에 일등공신이 되었는데, 그의 공과는 후세의 역사가가 엄중히 평가할 것이다.  

두 번째는 손학규 전 의원이다. 2002년 한나라당에서 민선3기의 경기도지사로 합의 추대되어 당선된 후 경제 살리기를 위해 동분서주 할 때만 해도 그는 전도가 유망한 경제관료였다. 그런데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경선에서 판세가 불리해지자 당을 탈당하고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그는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예비후보로 국민경선에 참여하였으나 정동영 후보에게 패해 낙선하였고, 2008년 제17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의 후보로 종로에 출마하여 또다시 낙선함으로써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손학규 전 대표 (자료 : 다음 이미지)


그가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경선에 떳떳이 참여하여 깨끗이 승복한 후 선대위원장을 맡았더라면 현재 이명박 정권 하에서 국무총리 또는 한나라당 대표를 맡고 있을 것이며, 차기 대통령선거 시 박근혜 전 대표와 대권후보를 놓고 겨루게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국민들은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지 모를 정도로 한물간 인물이 되고 말았다. 다만 최근 4.29재보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위해 지원유세를 했다고 하여 그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동영 전 장관이 4.29 재·보선에서 전주 덕진지구에 민주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게 되자 무소속으로 출마하였다는 보도다. 한때 이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되려고 한 정치인이 소속 정당의 공천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이 되어 정치를 재개하려는 것을 어찌 보아야 하나. 설사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더라도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의 단일후보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또 다른 신당을 창당하여 제3당의 후보가 되더라도 당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는 혹시나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두 차례(제15대, 제16대)에 걸려 대통령 후보로 뽑힌 것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을지, 아니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4수(四修)만에 대권을 잡았음을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향후 이런 일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국회의사당


아니면 정동영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후 다음 총선에서도 재기하여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처럼 특정지역의 맹주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는 결코 바람직한 정치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다. 이회창 총재의 경우 정치원로로 남아 한나라당의 내부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존경받는 정치지도자가 되었을 것이다.  

이인제와 손학규 전 장관은 너무 일찍 출세가도를 달려 큰 인물(巨物)이 되었으나 정치적 판단 잘못으로 이제는 흘러간 인물(去物)이 되고 말았다. 정동영 전 장관도 지난 대선 때 집권여당의 대통령후보로 선출되어 너무 큰 인물이 되었다. 그는 여전히 젊어 현실정치에 참여하고픈 미련이 남겠지만 현명한 판단으로 이인제와 손학규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았으면 한다. 과연 이번 행보가 자신의 미래와 우리 정치의 발전에 어떤 영양을 미칠지 심사숙고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이 시점에서 또 한사람의 유능한 정치지도자를 잃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철새(자료 : 다음 이미지)


정치인은 흔히 결정적인 순간 자신의 한 몸을 불살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출사표를 던지지만, 그의 선언은 종종 개인의 이익과 영달을 위한 것이 많았으며, 결국은 정치의 판만 흔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적을 옮기는 철새 정치인의 종착지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의 땅이 아니라 황량한 삭풍이 몰아치는 유배지임을 우리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728x90
반응형
Posted by pennpe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