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물 중에 토끼만큼 순하고 귀여운 동물은 없을 듯 합니다.
물론 양도 순해 보이지만
덩치가 매우 커서 귀엽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여기는 강원도 정선군 정선병원 뜰입니다.
정원처럼 가꾼 터 밭에 토끼 네 마리가 노닐고 있습니다.
두 마리는 머리를 서로 거꾸로 한 채
바닥에 누워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게 토끼의 사랑법이나 휴식법인지 모르겠습니다.
반면 다른 두 마리는 서로 열심히 쫓아다닙니다.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필자에게 쪼르르 달려 와서는
꼭 곰처럼 앞발을 들고 뒷발로만 일어섭니다.
네발 동물이 직립한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이러한 자세가 먹이를 달라는 뜻인지
아니면 이방인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뜻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앞발을 들고 서는 토끼
귀가 크고 쫑긋한 수놈은 암놈을 괴롭힐 정도로 따라 다닙니다.
그러더니 순간적으로 암놈 뒤를 올라 탓지만
암놈은 금방 빠져나갑니다.
겨우 올라 탓지만
금새 빠져 나감
잠시동안 숨고르기를 하던 수놈과 암놈은
아까부터 바닥에 드러누운 토끼 옆으로 와서 집적거립니다.
그래도 누운 토끼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이때 수놈은 암놈의 뒤를 재빨리 올라타고서는
몸을 파르르 흔듭니다. 그러더니 이내 분리됩니다.
흔히 불교에서는 빠른 시간을 "찰나"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이를 "눈 깜빡 할 사이"라고 하지요.
다른 속어로는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시간"이라고도 합니다.
눈깜빡할 사이에 일을 치루고 상황 끝~~
토끼의 사랑행위가 바로 그랬습니다.
수놈이 암놈의 등으로 올라가자마자
몸을 한번 파르르 떨고 나니 상황 끝입니다.
토끼집도 아닌 뜰에서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아니하고
그들만의 삶을 영위하는 이곳의 풍경은
바로 사람과 동물(자연)이 하나되는 멋진 세상입니다.
토끼부부가 더 많은 새끼를 낳아
여(與)도 없고 야(野)도 없는
평화로운 토끼왕국을 만들기를 기원합니다.
(2009.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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