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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월악산 동쪽에는 광천이 흐르는데 그 상류지역은 이름난 용하구곡입니다. 광천의 동쪽에는 북서에서 남동의 대각선방향으로 어래산, 하설산, 매두박봉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세 개의 산은 모두 충북 제천시 덕산면에 소재하고 있는데, 이 중 하설산과 매두막봉은 월악산 국립공원에 포함된 반면 어래산은 공원구역 밖입니다.     

어래산(御來山, 815m)은 한자를 뜻풀이하면 임금님이 다녀갔다는 의미가 되지만 구체적인 유래는 알 길이 없습니다. 어래산에서 동남쪽 방향으로 하설산과 매두막봉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설산(夏雪山, 1,028m)은 여름에도 눈을 볼 수 있다고 하여 붙여진 산 이름입니다. 매두박봉(1,100m)은 하설산과 문수봉(1,162m)의 가운데에 위치합니다.

서울에서 등산버스를 타고 가다가 중부내륙고속국도 충주휴게소에 들렀을 때는 비가 제법 많이 내려 오늘 산행을 하면서 비를 맞지 않을 까 무척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10시경 매두막봉 산행 들머리인 제천시 덕산면 도기리에 도착하였을 때는 다행이 비가 그쳤습니다. 그 대신 주변 산의 능선에는 안개구름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어 오늘 산행을 하며 환상적인 운해(雲海)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부풉니다.

 도기리 산행들머리(우측 길)
 
지금은 폐교가 된 도기초등교에서 우측으로 진입합니다. 아무런 이정표도 없으니 산악회 측의 가이드가 없으면 답사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숲을 향하여 올라가는데 한 촌노가 "이리로 가면 길이 없는데 어디로 가는 지 모르겠다"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합니다. 뒤돌아보면 하늘엔 짙은 구름이 끼어 있지만 대지는 초록의 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운해가 드리운 산
 
숲 속으로 들어서니 희미한 길이 이어지다가 이내 사라지고 맙니다. 선두조가 지나가면서 만든 드러누운 잡목과 발자국만이 산길을 인도합니다. 이런 길 없는 길을 가노라니 아까 촌노가 한 말이 자꾸만 뇌리를 스칩니다.

작은 능선에 도착하여 비로소 제법 뚜렷한 산길을 만납니다. 구세주를 만난 듯 반갑습니다.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잡목을 헤치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발아래 삼각점이 있습니다. 통상 삼각점이 있는 곳은 정상이거나 그 인근이지요. 바로 이웃이 매두막봉(1,100m)입니다. 등산을 시작한지 2시간만에 정상에 올랐지만 어느 등산객이 A4용지에 적어 붙여놓은 안내문이 전부입니다. 이 마저도 코팅을 하지 않아 비에 젖어있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정상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이를 배경으로 분주하게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안개 낀 등산로




 매두막봉 정상 이정표

매두막봉에서 서쪽의 하설산으로 가는 길목에는 군데군데 양잔디 같은 풀이 촘촘하게 자라고 있어 흡사 양탄자를 깔아놓은 모습입니다. 길섶에 아름답게 피어 있는 하늘나리를 만나는 즐거움도 큽니다. 그렇지만 V자로 생긴 나무의 등걸에 인간이 페트병을 꽂아 둔 것은 정말 유감입니다. 오지의 산에 와서 이런 쓰레기를 버리면 누가 치울까요? 산을 다니며 심신을 수양하려는 사람들이 남이 보지 않는다고 양심을 버리다니 세상에는 표리(表裏)가 부동(不同)인 사람이 많습니다.

 양잔디 같은 풀

 하늘나리



 버려진 양심

 
때로는 안개가 낀 곳을 지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울창한 잡목을 만나기도 하면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니 헬기장인 하설산(1,028m)입니다. 이곳에는 정상을 나타내는 아무런 흔적이 없습니다. 매두막봉과 하설산은 국립공원 월악산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등산이정표나 정상표석이 전혀 없어 산행을 하기가 매우 갑갑합니다. 관계당국은 평소 사람이 잘 찾지 않은 곳이기에 등한시했을 테지만 지금은 이런 곳도 답사하는 사람이 늘어남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하설산 정상의 헬기장

 
하설산에서 북서쪽의 어래산으로 갑니다. 산악회 선두가 지나간 길을 따라 비교적 분명한 길을 걷습니다. 어래산 아래에서 좌측의 산허리를 돌아가던 선두는 좋은 길을 버리고 우측 경사면을 따라 오르도록 표시를 해 두었군요. 희미한 길을 풀이 넘어 진 방향을 찾아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니 능선 길과 만납니다. 좌측으로 조금 오르니 어래산(815m) 정상입니다.

 

정상에는 조그만 돌무덤과 그 위의 돌에 매직으로 쓴 이정표가 쓸쓸하게 등산객을 맞이합니다. 제천은 단양과 괴산 및 문경과 더불어 명산의 고장임에도 불구하고 이정표는 고사하고 정상표석 하나 없는 게 매우 서운합니다.

 어래산 정상의 돌탑

어래산에서 북쪽으로 하산하는 길은 매우 가파른 급경사입니다. 비가 내린 이후라서 미끄럽기까지 합니다. 안전사고를 당하지 않으려면 매우 조심해야할 구간입니다. 숲 속에는 담쟁이 넝쿨이 온통 나무를 휘감고 있는 모습입니다.

 담쟁이 넝쿨
 
능선의 오른쪽으로 빠지니 드디어 임도입니다. 이제 고생은 끝입니다. 산에 오른 후 비로소 동쪽으로 먼 산을 봅니다. 오늘 답사한 산이 명산인 월악산의 동쪽에 위치하므로 산행 중 월악산을 비롯한 주변 산세도 조망하면서 환상적인 운해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했건만 이는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발걸음을 옮기며 조망처를 주의 깊게 관찰하였으나 숲으로 인해 터진 공간을 볼 수 없었고, 그마저도 안개로 인해 뿌옇게 보일 뿐이었습니다. 
 털중나리




임도 주변에는 금계국, 개망초, 샤스타데이지 등이 피어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고추, 옥수수, 배추 등이 자라는 밭을 지나자 도로변에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산행에 5시간 2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등산초입에 길 없는 길을 가느라고 조금 헤맸고 또 조망은 전혀 하지 못했지만 숲의 향기 그윽한 산 속에서 마음껏 심호흡을 가다듬은 뜻깊은 산행이었습니다. 

 금계국

 샤스타 데이지


 개망초


 옥수수 밭 뒤로 보이는 하설산(좌)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0년 7월 4일 (일)
△ 등산 코스 : 도기교-취수장-낙엽송숲-1100봉-매두막봉-1075봉-낙엽송숲-하설산-어래산-임도-달롱도로
△ 소요 시간 : 5시간 20분
△ 등산 안내 : 산악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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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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