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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개토태왕 역의 이태곤



KBS 주말드라마 <광개토태왕>은 80부작의 대하사극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담덕왕자와 담덕태자만 있었을 뿐 광개토대왕(이태곤 분)은 없었습니다. 광개토태왕이 처음 등장한 것은 제47회에서 제18대 고국양왕의 뒤를 이어 제19대왕으로 취임한 후입니다. 그러고 보면 무려 드라마의 반 이상을 왕자와 태자의 이야기로 채웠습니다. 후연의 담덕왕자 살해미수사건, 담덕왕자의 노예성채생활, 담망(정태우 분)왕자와의 갈등, 대신 가라지(오욱철 분)의 담덕살해 음모, 담덕태자와 개연수(최동준 분) 딸 도영(오지은 분)과의 혼인, 국상 개연수의 명분없는 역모, 개연수 아들 고운(김승수 분)의 뜬금없는 배신 등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에, 주변 외국과의 싸움보다는 내분에 많은 시간이 할애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작진은 시청자들로부터 역사왜곡이라는 비판을 받아야했습니다.

제52회가 끝난 현재 드디어 광개토태왕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대왕은 약연(이인혜 분)낭자와의 국혼을 계기로 고구려의 힘을 주변국에 과시했고, 백제의 자존심을 꺾었으며, 적대관계였던 호전적인 말갈족과 화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후연의 발을 묶은 채 말갈의 지원을 받아 거란을 크게 무찔렀습니다. 지난 제50∼52회에서 대왕이 이룬 쾌거를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렵니다.  

 

 

▲ 국혼을 계기로 인접국을 시험한 대왕의 배짱

담덕태자가 광개토태왕으로 취임한 후 논공행상 인사를 마무리한 다음 두 번째 치른 대사는 약연과의 국혼이었습니다. 대왕은 국혼을 계기로 인접국을 초청하는 사신을 보냈는데, 남으로는 백제와 신라, 북으로는 후연과 말갈 그리고 거란입니다. 대왕은 국혼 축하물품을 받는 대신 상대국이 억류한 고구려 포로들의 석방을 요구하였고 포로가 있는 후연과 백제는 울며 겨자 먹기로 포로를 송환했습니다. 사실 후연에서는 고구려 유민가운데 송환희망자를 파악하여 보내주었습니다. 

신라는 사신으로 온 실성공이 고구려에 남아 고구려왕을 보필하겠다고 했고, 말갈은 고구려 백성에게 꼭 필요한 짐승의 가죽을 선물로 내놓아 과거의 반목을 접고 서로 살길을 찾기로 합의했습니다. 거란에서는 사신으로 보낸 돌비수(김정현 분) 일행을 죽여 고구려에 적대감을 표출했는데요. 지난 30회를 전후하여 사라졌던 돌비수가 거란의 사신으로 가서 죽었다는 뜬금없는 말에 대하여 제작진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문제는 백제인대요. 백제는 아신(박정철 분) 성주가 고구려의 내정도 살필 겸 직접 고구려로 왔습니다. 그런데 대왕은 여석개(방형주 분)를 내보냅니다. 여석개는 대왕은 왕궁을 비웠다고 거짓말을 한 뒤 아신에게 고구려 포로들을 송환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아신이 포로들은 백제의 재산이므로 송환할 수 없다고 대답하자 여석개는 포로들은 고구려에 가족을 둔 백성들인데 왜 물건 취급하나며 역정을 냅니다. 무식해서 절대로 사신을 영접하지 못한다던 여석개가 지금까지는 잘 버티고 있습니다. 아신이 "백성들을 전쟁터에서 지켜야지 이제 와서 그런 소리하느냐"고 받아치자 흥분한 여석개는 "감히 폐하 앞에서 무례하다"고 일갈합니다. 뒤에 서 있던 대왕이 앞으로 나오자 아신은 축하선물로 고구려 포로를 내주는 대신 고구려에서도 백제의 포로를 송환토록 요구하여 합의합니다.


백제에서 고구려 포로들을 점검해보니 상당한 숫자가 배를 만드는 기술자로 일하고 있어 이들을 그대로 송환했다가는 백제의 조선기술이 고구려로 유출될 우려가 있지요. 마침 후연의 모용희(조인표 분) 황자와 노예상인 무갑(유종근 분)이 부여홍(정재곤 분)을 방문하여 조선기술자를 빼 내고 고구려 포로로 머릿수를 채워 고구려로 송환했습니다. 백제의 포로가 귀국하였지만 백성들은 가족이 오지 않았다고 항의하였고 포로로 잡혀간 백성의 인명록을 가지고 대조하여 미송환된 인원을 파악합니다.

대왕은 아신에게 이는 고구려를 능멸한 처사라고 일갈하자 부여홍은 자신이 저지른 일이라며 자결로 책임을 지겠다고 했습니다. 사갈현(김철기 분)이 자결하려는 부여홍을 제지한 후 대왕은 "나머지 포로들을 송환하지 않으면 사신단 모두 목을 베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대왕의 기세에 눌린 아신은 나머지 포로들을 전부 내어줍니다. 가족이 돌아오자 백성들은 대왕을 무등태우고 만세를 부르는데요. 현장을 지켜본 아신은 와신상담(臥薪嘗膽)의 눈물을 흘리며 이 치욕을 반드시 갚겠다고 다짐합니다. 이로서 대왕은 콧대높던 백제의 기를 꺾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국혼을 치른 후 대왕은 백제의 아신과 신라의 실성공에게 삼족배(三足杯)를 선물하며 삼국은 적으로 싸우지 말고 화합하여 중원진출을 도모하자는 의미라고 했는데, 아신은 삼국이 고구려를 떠받들라는 의미라며 몸서리를 칩니다. 

 


▲ 말갈을 이용해 거란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준 대왕의 탁월한 전략

대왕은 국혼을 맞아 각 국에 사신단을 보냈는데 거란이 유일하게 고구려의 뜻을 거슬렸다며 분명 후연 또는 북위가 조종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거란의 대족장을 잡을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합니다. 이에 따라 고구려 천군은 거란정벌을 위해 출정합니다. 상인으로 위장한 천군일행이 후연과 거란의 국경지역을 지나는데 무갑이 여석개를 발견하고는 후연태자에게 보고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고운(개연수의 아들로 변절한 전 고구려 충신)은 "거란에 고구려군 동정을 즉시 알려야 한다. 거란이 함정을 파서 천군을 사로잡은 후 고구려 본대를 치도록 해야 한다. 그때 후연의 지원병이 현장에 도착해 전공을 가로채면 될 일"이라고 조언합니다.

고구려 군 3만명의 거란침공을 보고 받은 족장 바타르는 전 부대 동원령을 내리고 전쟁준비를 합니다. 천군은 후연의 상단이라고 거짓말을 하고는 거란 본대로 들어갔으나 미리 대비하고 있던 거란군에게 밀리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저쪽에서 일단의 군사들이 몰려오더니 고구려 군을 도와 거란군과 싸우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설도안(김규철 분)이 이끌고 온 말갈군입니다. 설도안은 광개토태왕이 말갈의 짐승가죽지원 대가로 식량을 제공하기로 합의하고 거란침공을 도와주도록 미리 손을 써둔 결과입니다.

 

한편, 후연은 이미 출정한 거란 지원군을 철수시켰는데요. 이는 설지(김정화 분)가 대왕의 사신으로 후연 모용수(김동현 분) 황제를 알현하고 상호우호관계지속을 위해 고구려가 거란을 공격하는 기간 중 후연에서 물자수송을 지원할 경우 후사하겠다는 뜻을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거란군을 지원할 후연군은 오지 않고 대신 전혀 예상치 못한 말갈족이 들어와 고구려군을 지원하자 거란의 대족장은 도망가고 적장인 구르친(김경룡 분)과 그의 여동생 아리는 포로와 함께 고구려로 후송되었습니다.

광개토태왕은 말갈과 후연을 뒤에서 조종해 직접 출정하지 않고도 거란을 무찌르고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지금까지의 관례에 의하면 포로가 된 적장을 참수하고 포로들을 노예로 삼았다고 하지만 대왕은 고무 왕사(전 대장군)의 의견을 들어 적을 용서하고 고구려 백성으로 살게 할 것이라고 공언합니다. 대왕은 거란과 거래를 한 후연측 인물이 누구인지 물었는데, 구르친이 고~라고 머뭇거리자 그의 동생 아리가 "고구려 출신 상인인 고운"이라고 대답하여 대왕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습니다. 대왕이 고운을 어찌할지도 매우 큰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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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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