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혜 역의 남상미 강기태 역의 안재욱
MBC 월화드라마 <계백>후속으로 창사50주년 특별기획드라마 <빛과 그림자>가 첫 전파를 탔습니다. 시작은 주인공 강기태가 기생집에서 노래하는 모습이었는데 그 의상과 스타일이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를 닮아 향수에 젖게 했습니다. 등장인물도 강기태 역의 안재욱을 포함하여 남상미, 이필모, 손담비, 전광열, 전국환, 박원숙, 이종원, 김미경, 성지루, 안길강, 이세창 등 쟁쟁한 인사가 줄을 섰고, <개그콘서트>의 "달인 코너"에서 개그맨 김병만과 호흡을 맞추었던 류담도, <위대한 탄생>에서 파이널에 진출했던 손진영도 보여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제1회에서 방영된 이 드라마의 개략적인 줄거리와 등장인물을 중요한 카테고리로 묶어 살펴보겠습니다.
▲ 밤의 황제 강기태와 가수지망생 이정혜의 운명적인 만남
강기태(안재욱 분)는 밤의 황제답게 극장이 문을 닫은 이후 기생들을 극장으로 데리고 와서 영화를 보여주었는데, 순양극장은 극장주(劇場主)인 아버지 강만식(전국환 분)이 강기태에게 1년 간 경영능력을 시험하려고 대표자리를 임시로 넘겨준 상태라서 이를 목격한 아버지는 아들을 혼냅니다. 강만식은 회사장부를 조사하다가 1천만원의 거금이 사라진 것을 알고는 아들을 추궁한 결과 강기태는 추석을 앞두고 극장에 상영할 영화에 선투자(先投資)했다고 합니다.
강기태는 영화제작상황을 알아본다는 구실로 극장선전부장 양동철(류담 분)과 함께 상경해서는 먼저 물 좋은 나이트클럽으로 직행해 신나게 한판 놀다가 영화사를 찾아갔는데요. 이들은 양태성(김희원 분)이 사기를 쳐서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했습니다. 풀이 죽은 모습으로 순양으로 돌아온 강기태가 아버지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보고하자 강만식은 아들에게 이를 해결 못하면 귀가하지 말라며 내쫓습니다.
사기꾼 양태성의 소재를 찾던 강기태는 영화감독 김진수를 찾아갑니다. 그는 한창 영화촬영중입니다. 김진수가 양태성과 함께 영화촬영개시 고사까지 지내며 선투자자를 모았거든요. 강기태와 양동철은 촬영장의 건달들을 단숨에 제압하고는 김진수를 다그칩니다. 그런데 김진수도 양태성의 사기에 당했다고 합니다. 강기태가 양태성의 소재를 묻자 감독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던 이정혜(남상미 분)를 부릅니다. 조금 전 감독은 노래를 못하는 연습생 이정혜가 양태성의 소개로 왔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양태성이 누군지 모른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이정혜에게 강기태는 공범으로 경찰에서 함께 가자고 하자 이정혜는 별안간 강기태의 뺨을 때리며 "당신이 뭔데 남을 의심하나?"고 일갈합니다. 노래를 부르며 주눅이 들어 비실비실하던 이정혜와 밤의 황제 강기태의 첫 만남은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으로 이루어지는군요.
▲ 홀쭉이 강기태와 뚱뚱이 양동철의 화끈한 액션 신
이정혜를 의심하던 강기태와 양동철은 그녀를 미행해 어느 중국집 앞에서 이정혜가 양태성에게 돈을 건네주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아마도 양태성은 영화사 등에 가수들을 소개시켜주고 돈을 받아 챙기는 악덕포주와 같은 인간인가 봅니다. 돈을 받은 양태성은 큰 식당 안으로 사라집니다. 두 사람은 식당의 2층 끝방에서 마작에 빠진 양태성을 발견하고는 몸을 날려 그를 공격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노름판에는 항상 안전을 지키는 건달들이 있기 마련인데 모두 두 사람의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특히 양동철은 육중한 체구를 이용하여 씨름선수처럼 건달들을 집어 던져버립니다. 두 사나이의 화끈한 액션에 건달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네요.
▲ 강기태와 신정구 쇼단 단장의 해후
강기태가 양태성의 무릎을 꿇리고는 사기 친 돈을 내놓으라고 다그치는데, 조금전 함께 마작을 했던 신정구(성지루 분)가 강기태의 딱한 사정을 듣고는 명함을 건네며 도움이 필요하면 찾아오라고 합니다. 양태성도 신정구가 쇼단에서는 꽤 유명한 인사라고 하다가 강기태에게 올 추석에는 영화대신 쇼를 올리자고 제의합니다. MBC 홈페이지의 등장인물을 보면 빛나라 쇼단 신정구 단장은 강기태의 스승이라고 하므로 이 만남 이후로 강기태는 신정구를 스승으로 모시는 듯 합니다.
▲ 권력지향적인 차수혁의 등장
차수혁(이필모 분)은 강기태 집의 식모 김금례(김미경 분)의 아들입니다. 1960년대만 해도 못사는 집의 자식에게는 명석한 두뇌를 주어 수재(秀才)로 만들었습니다. 기태의 아버지 강만식은 수혁의 아버지가 일찍 사망하자 그 모자(母子)를 집으로 불러들였고, 비록 김금례를 식모로 부리기는 했지만 그 아들 수혁을 친자식처럼 공부시켜주고 돌본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기태의 어머니 박경자(박원숙 분)는 주색잡기에 빠진 아들보다 명석한 수혁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듯 합니다.
차수혁은 시골 순양에서는 드물게 서울대를 졸업하고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제대 후 귀국하여 집을 찾아왔습니다. 기태의 여동생 강명희(신다은 분)가 수혁을 보고 반가움에 포옹을 하는 것을 목격한 어머니 박경자는 딸에게 "수혁이가 아무리 잘 나도 식모의 아들일 뿐"이라고 했는데 이 말을 그만 수혁 모자가 밖에서 듣고 말았습니다. 수혁은 이제 자신이 돌아왔으니 어머니에게 서울로 올라가자고 제의했지만 어머니는 강만식 사장의 은혜를 저버릴 수 없다며 거절했었는데, 박경자가 하는 말을 듣고 마음을 바꿀지 모르겠습니다.
▲ 군인출신 현지 국회의원 장철환의 카리스마
순양의 현직 국회의원인 장철환(전광열 분)은 군출신인 지역유지입니다. 그는 선거철만 되면 공공연하게 사업자를 불러 정치자금을 내면 사업을 지원해 주겠다는 정경유착의 화신이기도 합니다. 장철환의 부름을 받은 강만식 사장이 그이 지역구 사무실로 찾아가니 장 의원은 선거 판세가 불리하다며 비서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조인트를 까고는 화병을 집어 던지며 악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군대에서의 버릇을 그대로 가지고 나왔군요. 장철환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대통령과 혁명동지이기 때문입니다.
선거자금지원을 요구하는 장철환에게 강만식 사장은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고 하자, 장철환은 앞으로 도울 일이 있을 것이라고 언질을 주는군요. 그렇지만 강만식도 산전수전 더 겪은 인물이라 이런 감언이설에 넘어 갈 리가 없지요. 그는 "코딱지 만한 사업이라 도움 받을 일이 없다"고 하고는 자리를 뜹니다.
한편, 차수혁은 제대한 후 장철환에게 인사를 하러 갔는데요. 장철환은 "7년 동안 도와준 투자의 결실을 보고 싶다. 난 선거 후 청와대로 가서 각하를 모실텐데, 자네를 내 옆에 두고 다"고 제의했습니다. 아마도 명석한 두뇌를 가진 차수혁에게 장철환이 장학금을 지원한 듯 하군요.
▲ 강만식 사장의 수하인 조명국의 변절
장철환은 강만식 사장이 호락호락하지 않자 강 사장의 수하인 조명국 실장에게 마수의 손길을 뻗습니다. 그는 조명국에게 "남자는 어떤 주군을 받드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되지. 저런 답답한 주군을 모시면 네 인생이 갑갑해진다"고 회유한 것입니다. 그 후 조명국은 어떤 서류철을 건네며 "의원님이 바라던 것"이라고 했는데, 아마도 강 사장의 목을 조일 비밀문건이겠지요.
조명국은 장철환의 제의를 받고 고민하는 차수혁에게 "당연히 장 의원을 모셔야 네 인생이 바뀔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그러고 보면 조명국은 이미 강 사장을 배신하고 정철환의 스파이가 되기로 결심한 듯 합니다. 등장인물을 보면 장철환은 강기태를 몰락시킨 장본인이라고 하므로 조명국도 기태의 몰락에 일조하겠군요.
아무튼 첫 방송을 시청한 후 이토록 참 재미있다고 느끼며 시청후기를 작성한 것은 처음입니다. 등장인물의 의상 및 거리 그리고 자동차도 모두 1960∼70년대 모습 그대로입니다. 앞으로 이들의 사랑과 야망, 좌절과 극복의 인생사를 지켜보며 지난날을 되돌아봐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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