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특급 생일상에 감동 받은 아들이 한 말은?
글쓴이가 어린 시절 시골집은 매우 가난했지만 어머니는 자식들 생일날에는 꼭 맛있는 쌀밥에 미역국을 끓여 내었습니다. 생일밥은 제삿밥보다도 더욱 맛이 있었는데, 제삿밥은 흰쌀밥이지만 생일상에는 평소 좋아하는 콩과 조 같은 잡곡이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홀로 상경하여 하숙생활을 할 때 가장 어머님이 그리웠던 때는 바로 내 생일날이었습니다. 시골에서 하루 세끼를 찾아 먹기가 어려웠던 시절과 비교하면 하숙집에서 매일 따끈한 밥을 먹은 것은 행운이었지만 어머님이 차려준 생일상은 환갑이 지난 지금에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입니다.
둘째 아들의 생일을 며칠 앞두고 아내에게 이번 생일상 한번 잘 차리면 블로그에 소개하겠다고 한 게 그만 일을 크게 벌리고 말았습니다. 마침 외국에서 생활하다가 귀국한 처형이 여독을 풀기 위해 집으로 다니려 왔는데, 아내와 함께 무엇을 차릴 것인지 반찬 리스트를 메모하는 등 고민하면서 한우시장도 다녀오며 법석을 떨더니 당일 날은 아침부터 온 집안에 반찬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합니다.
막상 아내와 처형이 합동으로 차린 생일상을 보고는 그만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이건 단순한 생일상이 아니라 초호화특급 한정식보다도 더 보기 좋은 진수성찬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가족의 생일날 이토록 맛있는 음식을 준비한 것은 처음입니다. 당초 나는 그냥 평소 먹는 음식에 몇 가지의 반찬을 더하고 미역국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아내는 블로그에 소개한다는 말을 듣고는 그만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음식준비 비용인데요. 케이크 값까지 합쳐 약 15만원이 소요되었답니다.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가족외식을 한번 하려고 해도 이 정도의 돈은 지출할 것입니다. 최근 뉴스를 보니 아이들의 생일을 맞이하여 이벤트 업체에 부탁하면 적어도 40∼60만원의 경비가 든다고 합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친구들을 불러 식사하는데도 약 30∼40만원이 소요되며, 고급호텔을 이용할 하면서 몇 백만 원을 지출한다는 말에는 그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직접 차린 음식에는 정성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미국에서 햄버거 집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처형도 음식에 일가견이 있고, 아내도 글쓴이와 30년 이상을 함께 생활하다 보니 음식솜씨가 참 좋은 편입니다. 사진으로 보면 알겠지만 생일상에 오른 반찬은 가장 기본인 미역국과 배추김치 및 무김치를 포함하여 만두, 양배추찜, 두부무침, 연근조림, 멸치고추볶음, 표고버섯전, 검은콩조림, 새송이전, 부추겉저리, 소고기 안심전, 큰 고추전, 잡채, 호박전, 과일샐러드, 닭고기조림 등 18가지이며, 직접 요리하지 않은 곰피(해산물 일종)와 구운김을 합치면 20가지입니다. 시쳇말로 상다리가 휘어지겠습니다.
음식을 차린 후 아들을 불렀더니 황제 같은 생일상에 감동을 받은 녀석은 "우와~ 이런 생일상은 처음! 부모님 그리고 이모님 감사해요"라고 말한 후 기념으로 간직하겠다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네요. 케이크에 불을 붙인 후 생일축가를 부르고는 음식을 먹으며 가족의 정을 돈독히 했습니다. 아들은 외식하는 것과 비교하여 평생 잊지 못할 생일상을 받았다며 다시금 고마워합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 모두는 가족의 소중함을 한번 더 깨우치면 좋겠습니다. 아내도 큰짐을 벗은 듯 홀가분한 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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