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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벼슬을 닮은 닭이봉에 올라 동강을 바라보며


강원도 정선군 남면 낙동리와 정선읍 가수리의 경계를 이루는 닭이봉(계봉, 1,028m)은 곰봉(1,016m)과 함께 오지중의 오지에 위치한 산입니다. 그전 같으면 당일 산행은 꿈도 꾸지 못했겠지만 이제는 우리국토의 중앙부를 가로지르는 38번 국도가 영월까지 시원하게 뚫려 서울을 출발한지 3시간만에 산행 들머리인 정선군 남면 마치재에 도착합니다(10:18).

평일이며 또 지명도가 낮은 산인데도 불구하고 산행의 베테랑들이 많이 참석하여 등산버스가 만원이 되었습니다. 바로 동강을 조망할 수 있는 오지의 산이라는 게 이들에게는 매력인 것입니다.   

소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다가 좌측의 등산로로 진입합니다. 숲 속의 길 주변에는 산딸기가 빨갛게 익어 있어 사람들은 자연의 달콤한 유혹에 빠집니다. 꿀풀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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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풀


그냥 사람들이 많이 다닌 듯한 오른쪽 길로 빠지고 보니 왼쪽의 능선에서 인기척이 들립니다. 이때 바로 길을 되돌아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냥 무심히 지나가고 보니 곰봉을 우회하여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중입니다.

산허리에는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했던 야생화가 군락을 이뤄 지천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바로 <도깨부채>입니다. 잎이 큰 식물로 강원도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가야할 닭이봉 정상부분을 조망하고는 울창하게 자란 숲길을 통과하니 삼거리 갈림길입니다(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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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할 닭이봉의 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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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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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으로 서식하는 도깨부채


아무런 이정표는 없지만 직감적으로 곰봉능선임을 알고는 좌측으로 몸을 돌려 세워 오릅니다. 조금 오르니 선두그룹이 내려오는 중입니다. 약 15분을 오르자 곰봉 정상(1,016m)입니다. 정상에는 통신 중계탑만 보일 뿐 아무런 이정표도 없습니다(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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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봉정상의 통신탑


사방은 숲에 가려져 있지만 가야할 닭이봉의 능선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습니다. 다른 방향으로도 이름을 알 수 없는 산들이 파노라마를 그리고 있습니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지만 다행히도 시계(視界)가 넓어 조망이 깨끗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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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할 닭이봉의 닭벼슬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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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봉의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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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봉의 조망


길을 잘 못 든 탓에 정상에서 후미그룹을 만납니다. 이제부터는 부지런히 가야하겠습니다. 조금 전 올랐던 길을 다시 내려가면서 가야할 닭이봉 능선과 그 우측으로 춤추는 산세를 보니 저절로 감탄사가 나옵니다. 닭이봉은 그 봉우리의 생긴 모습이 마치 닭의 벼슬을 닮았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답게 톱니 같은 능선의 암봉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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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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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봉 내리막의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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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봉 내리막의 닭이봉과 물결치는 산의 파노라마

 
아까 지나온 삼거리 갈림길을 통과합니다(11:25). 곰봉 정상을 왕복하는데 3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등산로 주변에 자라고 있는 여러 종류의 야생화를 보며 걷습니다. <애기나리> <가는기린초> 그리고 <으아리>가 많습니다. 특히 으아리는 산행 내내 길손의 동반자가 되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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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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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기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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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리


가파른 오르막이 한동안 계속되더니 드디어 제일 높은 곳에 섰습니다(12:10). 아마도 닭이봉 정상(1,028m)인 것 같습니다. 이정표가 없어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운 게 흠입니다. 닭의 벼슬처럼 고만고만한 봉우리가 연속으로 늘어져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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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봉 정상에서 바라본 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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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봉의 단애절리(가야할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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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펼쳐진 산하


굽이치는 동강과 그 주변 이름 모를 산들이 무척 아름답고, 가야할 칼날 같은 닭 벼슬 바위능선이 매우 아찔하게 보입니다. 반면에 지나온 곰봉은 전혀 특징이 없는 두루뭉실한 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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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곰봉


이곳에서 환상적인 조망을 만끽하고는 발걸음을 옮깁니다. 남북으로 이어진 능선의 동강쪽 좌측은 바위벼랑이라 한 순간 실수라도 하여 미끄러지면 천길 낭떠러지입니다. 등산로나 정상에 이정표가 없는 것은 물론 안전시설도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로지 등산객 스스로가 조심해야 할 구간입니다.

한 구비를 지나가니 바위전망대입니다(12:18). 말이 전망대지 엄청 위험한 장소입니다. 겨우 한 걸음 올라서서 급히 몇 장의 사진을 찍고는 내려섭니다. 가파른 바위봉과 동강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합니다.

동강 건너편 서쪽에는 동강전망대라고 일컬어지는 백운산(883m)이 있을 것이지만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조망을 보기 위해 닭이봉에 오른 것입니다. 바위봉이라 그런지 샛노란 돌양지꽃이 피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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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굽이치는 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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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애절리와 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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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양지꽃


여기서부터 하산할 때까지 거의 조망을 할 수 도 없고 또 가파르고 험한 길이 연속으로 이어집니다. 그나마 화사하게 피어 있는 털중나리를 카메라에 담은 것이 위안이 됩니다. 한 봉우리를 넘으면 또 다른 봉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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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중나리


때로는 칼날 같은 바위를 넘기도 하고 또 때로는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미끄러운 흙 길인 급경사를 내려서기도 합니다. 이럴 땐 등산스틱이 크게 도움이 돕니다. 물론 부드러운 길도 나타나기는 하지만  등산로가 이토록 험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은 듯 합니다.

안내산악회에서 등산로의 진행방향을 알려주던 리본도 더 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산악회에 걸어둔 한 종류의 리본을 거울삼아 그래도 내가 올바르게 가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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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능선에서 바라본 동강


그런데 문제는 내 앞뒤로 아무런 인기척을 느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길을 잃었을 때 동료가 있으면 다소 안심이 되지만 아무도 없어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앞서간 사람들이 낙엽과 흙을 헤집으며 지나간 희미한 발자국을 따라 능선을 걸어갑니다. 이제는 멈출 수가 없습니다. 만약 일행을 기다렸다가 아무도 오지 않은 날이면 낭패이기 때문입니다. 능선을 따라 고도를 점점 낮추니 이제는 벌목을 하여 나무가 어지럽게 누워 있는 지대에 도착합니다.

앞선 사람들의 흔적을 따라 가는데 어느 순간 흔적이 사라지고 맙니다. 산 속에서 미아가 되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야호∼"를 외쳐 보기도 하고, 또 가지고 있는 초소형 호루라기를 불어보기도 했지만 주위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혹시나 내가 길의 흔적을 잘 못 찾은 것이 아닌가 해서 주변을 차분히 관찰하다가 다시 위로 올라갑니다. 한참 후에 위쪽에서 두 명의 남녀등산객이 내려옵니다. 구세주를 만난 듯 반갑고 안심이 됩니다. 이제는 산 속에서 나 홀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잠시 뒤엔 또 한 명의 남성등산객이 내려옵니다. 우리 넷은 벌목지역에서 좌측의 능선으로 붙어 덤불과 나뭇가지를 헤치면서 조금씩 고도를 낮춥니다. 산의 심마니나 아니면 나물을 뜯는 사람만이 다닌 길 없는 길을 갑니다.

동남천이 가까워오자 이제는 살았다는 안도감이 엄습합니다. 그러나 잘못 가면 강가의 절벽이므로 낭패입니다. 다행히 남자 등산객이 앞서 가면서 길을 잘 인도한 덕분에 드디어 동남천의 기슭에 도착합니다(16:00). 아직 장마가 시작되기 전이라 강물이 많지 않아 강기슭을 걸어 안전지대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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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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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천


교량 옆 미리내마을 주차장에 도착하여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16:10). 산행에 거의 6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처음부터 곰봉을 우회하여 다시 오르느라 시간이 더 걸렸고, 연속으로 이어진 험한 산길을 걸으며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여 매우 피곤한 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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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내 마을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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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앞 동남천의 암벽

 
이 산행후기를 작성하면서 자료를 확인해 보니 닭이봉 산행은 서쪽 동강변의 기탄마을을 기 종점으로 원점회귀산행을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산악회에서는 무리하게 등산로도 조성되지 않은 북쪽의 능선길을 가다가 동쪽의 동남천 방면으로 하산을 계획했으니 무리가 따른 것입니다.  

곰봉과 닭이봉 특히 닭이봉에 오르면 환상적인 동강과 절벽의 단애(斷崖)를 조망할 수 있지만, 남북으로 4km로 뻗은 능선은 등산로가 위험하고 안전시설이 전혀 없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함께 오를 것을 권장합니다.


≪등산 개요≫

△ 산행 일자 : 2008년 6월 25일 (수)
△ 산행 코스 : 마차재-곰봉-매재재-닭이봉-북릉-동남천 미리내마을
△ 소요 시간 : 5시간 52분 
△ 산행 안내 : 산악랜드산악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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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 자료 : 한국의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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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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