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산 정상에서 바라본 북동쪽 조망(수동면 우측에 보이는 산은 송라산)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과 오남읍의 경계를 이루는 천마산(天摩山, 812m)은 산세가 험하고 복잡하다 하여 예로부터 소박맞은 산이라 불려온 산입니다. 주봉을 중심으로 북동쪽은 비탈이 매우 급한 반면 서쪽은 완만합니다. 능선이 정상을 중심으로 방사선 형태를 이루고 있어 어느 지점에서도 정상이 바라보입니다. 산세는 무척 아름답고 수목이 울창하여 사계절 서울 등 수도권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이 당당히 이름을 올린 군립공원입니다. 관음봉(호평산, 566m)은 천마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이어진 능선에 솟은 산이며, 된봉(475m)은 관음봉의 동남쪽에 있는 비교적 낮고 부드러운 산입니다.
천마산 산행들머리는 경춘선 전철 천마산 역입니다. 주차장으로 나오면 도로 끝을 알리는 표지가 보이는데 이곳에 천마산 탐방로 이정표가 보입니다. 오른쪽으로 들어선 이후에는 이정표가 안보이므로 이럴 땐 무조건 큰길을 따라 가는 게 정석입니다. 그러다가 예송분양사무실이 있는 건물 앞으로 가서 끝의 계단을 오르면 큰 도로변인데, 도로를 따라 좌측으로 가다가 묵현교차로를 지나가면 천마교에 다다릅니다. 교량을 건너 좌측으로 들어갑니다. 공원 진입로는 재정비사업으로 인해 다소 어수선하지만 조금만 가면 군립공원관리사무소입니다.
천마산 전철역
도로 끝 지점의 천마산 탐방로 안내
예송분양사무실
진입도로 재정비공사현장
군립공원 관리사무소
여기서 천마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2.92km입니다. 등산로는 주차장 쪽으로 들어가도 되지만 보다 확실한 계단방향으로 진입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목재 같지만 실제로는 시멘트계단이네요. 한참을 가니 구름다리입니다. 다리를 건너도 되지만 그냥 우측으로 갑니다. 심신훈련장을 지나 시(詩)가 걸려 있는 구간을 통과하면 화장실과 약수터입니다. 약수터에는 수질검사결과가 붙어 있어 안심하고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약수터 옆에는 정자와 등산로안내지도가 세워져 있군요.
계단 등산로
심신훈련장
등산 안내도
이제부터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계곡길을 오르니 중턱에 샘이 보이는데 깔딱샘이란 이름을 붙어놓았네요. 이 비탈길을 오르면 깔딱고개라서 작명(作名)을 잘한 것 같습니다. 다만 가뭄으로 인해 고인 물뿐이라서 마실 수는 없습니다. 깔딱샘을 뒤로하고 위로 오르니 가파른 계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깔딱고개에 오르니 다산길 7코스인 마차고개길이라는 이정표가 붙어 있네요.
여기서 정상까지의 거리는 1.43km인데 등산로가 만만치 않은 구간입니다. 고도를 높이면 동쪽 490봉 뒤로 송라산(492m)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송라산에 서면 천마산을 잘 조망할 수 있습니다. 가야할 천마산의 정상도 매우 높아 보이는군요. 조금 더가니 매우 가파른 직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암벽에는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발판 겸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어 안전한 등산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위로 올라 뒤돌아보면 화도읍 시가지가 한눈에 바라보입니다.
뒤돌아본 490봉과 송라산
송라산(좌)과 화도읍 방면 시가지
천마산 정상
천마산 기도원 뒤로 보이는 가야할 관음봉
까다로운 봉우리를 넘어갑니다. 지도상으로는 뾰족봉 같은데 현지에 아무런 안내문이 없으니 잘 모르겠습니다. 남쪽 천마산 스키장 뒤로 백봉산(587m)이 흐릿하게 보입니다. 오늘 날씨는 매우 맑지만 가스로 인해 시계(視界)는 깨끗하지 못한 편입니다. 명품소나무를 지나가니 또 다시 직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암벽양쪽으로 안전시설이 있어 매우 편리하군요. 글쓴이는 우측의 로프를 이용합니다. 드디어 소방당국이 설치한 119구급함입니다. 이 지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나중에 관음봉방향으로 가려면 여기서 서쪽으로 빠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천마산 스키장 뒤로 보이는 백봉산
명품 소나무
직벽 오름 길
천마산 정상은 여기서 우측으로 조금 더 가야 합니다. 목판 이정표가 세워져 있지만 워낙 낡아 잘 보이지 아니합니다. 당국이 진입로 정비공사를 하는 김에 이정표도 산뜻하게 교체했으면 좋겠습니다. 약간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는 길목은 암벽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강인한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암릉길을 요리조리 살피며 가면 드디어 태극기가 휘날리는 천마산 장상(812m)입니다. 정상에는 남양주시가 세운 늠름한 표석이 반겨줍니다. 글쓴이는 약 12년 전 천마산에서 철마산(787m)까지 연계산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없었던 큰 표석이 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정상에서 바라보는 동쪽 및 북쪽의 조망은 빼어납니다. 능선의 우측은 바위벼랑인 가운데, 동쪽으로는 송라산, 북쪽으로는 멸도봉 뒤로 과라리봉(636m)과 그 뒤로 축령산과 주금산이 보입니다.
정상 가는 길
천마산 정상
지척에 보이는 멸도봉
과라리봉 뒤로 축령산(좌) 및 주금산(우)
490봉 뒤로 보이는 송라산(좌)
그런데 정상에서 반가운 직장 동료를 만났습니다. 과거 같은 직장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입사동기생 K씨입니다. 여기서 그를 만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집이 가평베네스트 골프장 인근이라 이곳 천마산을 비롯하여 축령산, 서리산, 주금산 등을 자주 오른다고 하는군요. K씨와 작별하고는 119구급함으로 되돌아와 서쪽인 호평동 방면으로 갑니다. 명산이어서 그런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등산객들의 모습이 제법 보였지만 누구도 관음봉과 천마산 기도원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현지의 지세와 등산지도 등을 종합한 결과 호평동 방향이정표를 따라야 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솔직히 길이 험할지 몰라 걱정했는데, 이쪽 길은 이외로 잘 나있습니다.
조망대에 서니 아까 정상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서쪽 및 서북쪽의 조망이 시원하게 터집니다. 서쪽으로는 가야할 관음봉과 된봉이 아련하게 보이고, 서북쪽으로는 오남저수지 뒤로 오남읍과 진전읍이, 그리고 북쪽으로는 철마산을 비롯한 이름 모를 산줄기가 달리고 있습니다. 대기 중에 가스만 없었더라면 정말 좋았을 것입니다. 가파른 목재계단을 내려오니 큰 암석이 나타났는데 임꺽정 바위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파주 감악산에는 임꺽정 굴이 있고, 양주 불곡산에는 임꺽정봉(495m)이 있는데, 남양주에도 임꺽정 바위가 있으니 조선시대 3대 도적이었던 임꺽정은 한수이북에서 신출귀몰한 재주를 가졌음을 실감합니다. 현지에 세워진 천마산 안내문에 의하면 임꺽정은 여기에 본거지를 두고 마치고개(천마산과 백봉산을 이어주는 고개)를 주무대로 활동했다고 하네요. 임꺽정 바위의 구멍바위는 그전 목재계단이 설치되기 전 등산로였던 것 같습니다.
조망대에서 바라본 관음봉(중앙), 된봉(좌 삼각봉), 호평동 지역(좌)
북쪽의 철마산(우)
오남저수지(중앙)
가파른 목재계단
다시 암릉구간을 지나니 헬기장입니다. 이제부터 길은 매우 편안합니다. 길섶에는 시를 크게 적어 놓아 시간적인 여유만 있다면 쉬엄쉬엄 걸으면 좋으련만 된봉까지 가야하므로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통나무계단 길을 지나 침엽수림지대를 통과하니 임도입니다. 여기서 포장도로를 따라 좌측으로 가면 마치고개로 이어지며, 화장실 쪽으로 직진하면 다산길 13코스의 시작지점인 사릉역으로 가게 됩니다. 따라서 관음봉을 가기 위해서는 사릉역 이정표를 따라야 합니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뒤돌아보니 방금 하산한 철마산이 뾰족하게 보입니다.
임도의 사릉길 이정표
간간이 단풍이 보이기 시작하지만 아직은 철이 이른 듯 합니다. 조그만 봉우리를 넘어 다시 오르는 길목의 좌측에 천마산 기도원 측에서 설치한 사유지출입금지 안내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릉역까지의 거리가 9.2km임을 알리는 이정표 옆에는 처음으로 관음봉 0.8m, 된봉 2.1km 이정표가 있습니다. 오늘 산행 중 이 두 봉우리의 이름이 적힌 이정표는 처음 만났습니다. 안전시설이 설치된 경사면을 오르니 드디어 관음봉 정상(566m)입니다. 정상에는 작은 돌탑과 삼각점 그리고 관음봉 유래를 적은 지도가 세워져 있습니다. 관음봉(觀音峰)은 조망이 좋아 가장 멀리 볼 수 있고 세상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장 잘 들을 수 있다고 해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남쪽으로는 마치고개 우측으로 백봉산, 남서쪽으로는 가야할 된봉, 서쪽으로는 저 멀리 불암산 뒤로 북한산, 수락산 뒤로 도봉산의 능선이 아련합니다. 관음봉은 "10만도로지도"에는 철문산(서여봉)이라 표기되어 있고, 또 다른 지도에는 호평산이라고 적혀 있어 헷갈리지만 글쓴이는 현지의 안내문에 따라 관음봉이라고 부릅니다. 각기 다른 해발고도도 현지의 높이를 따랐습니다.
천마산기도원 출입금지안내문
처음 만난 관음봉 및 된봉 이정표
관음봉 정상
마치고개(중앙)
서쪽의 불암산과 북한산(중앙), 수락산과 도봉산(우)
여기서 된봉을 갈지 말지 망설였는데, 이는 선등자들의 산행후기를 봐도 대부분 된봉에서 사릉역으로 하산했기에 된봉에서 평내호평역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는지 없는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오늘 답사하지 못하면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몰라 일단 된봉까지 가기로 결심합니다. 관음봉에서 된봉까지는 외길이라 길을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관음봉을 내려와 나지막한 봉우리를 넘어 가니 된봉(475m)입니다. 된봉은 사방 어디서 올라도 힘들게 고개를 넘어야 오를 수 있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하네요. 사실 이런 이유라면 철마산을 된산으로 불러야 마땅할 것입니다.
된봉
이제부터가 결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다산길을 따라 사릉역으로 가려면 서쪽으로 곧장 가야합니다. 그렇지만 거리가 6.4km라서 만만치 않습니다. 다행히 정상에서 좌측으로 빠지는 선명한 길이 보여 이쪽으로 들어섭니다. 그런데 등산로가 엉망으로 패여 있습니다. 여름도 아니어서 멧돼지의 짓은 더욱 아닙니다. 그런데 패인 길에 바퀴자국이 보입니다. 이는 바로 산악모터사이클이 지나간 자리입니다. 보통 등산로에 산악모터사이클이 지나가면 길은 심하게 망가집니다. 길이 마치 폭우를 만난 것처럼 패여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등산스틱을 사용하면 등산로를 훼손한다는 엉뚱한 주장을 하지만 등산스틱은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훨씬 많은 산행의 필수장비입니다. 따라서 어떤 산은 자치단체가 산악모터사이클의 출입을 금지하려고 장애물을 설치하기도 하지만 이는 한계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산악모터사이클 애호가들이 허용된 곳만 운행하는 양심이 필요합니다.
산악모터사이클 통행으로 훼손된 등산로
마침 맞은 편에서 올라오는 등산객이 있어 평내호평역까지 가는 길을 물었더니 그대로 직진해 이마트를 찾아가라고 일러줍니다. 약 30분이 소요된다는 말은 보너스로군요. 조금 내려가니 능선사거리 갈림길입니다. 마침 좌측에서 나이 지긋한 노인 한 분이 올라와 이마트 가는 길을 물었더니 자신이 온 길로 가라고 합니다. 현지에 아무런 이정표가 없으니 이곳을 처음 찾은 사람은 현지의 시형을 잘 살펴야 합니다. 요리조리 돌아 호젓한 길을 빠져나가니 공동주택 건설현장입니다. 큰 도로로 나와 우측으로 가다가 좌측을 바라보니 저 멀리 이마트 로고가 보입니다. 호만5교를 건너 사거리에 가니 우측에 평내호평역이 있다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평내호평역에서 경춘선 전철에 몸을 싣고 상봉역으로 향합니다.
공동주택건설현장
평내호평역
오늘 약 13km의 산행에 거의 6시간이 걸렸습니다. 된봉에서 하산로를 제대로 찾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현지에서 만난 등산객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하산할 수 있었습니다. 천마산이야 명산이지만 나홀로 관음봉과 된봉을 답사한 것은 매우 유쾌한 일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5년 10월 13일 (화)
▲ 등산 코스 : 천마산역-묵현교차로-천마교-천마산관리사무소-심신수련장-약수터-깔딱샘-깔딱고개-뾰족봉
-능선 삼거리-천마산 정상(왕복)-계단 위 조망대-임꺽정바위-헬기장-임도(마치고개 갈림길)
-천마산기도원 안내문-관음봉-된봉-좌측으로 빠짐-능선사거리-공동주택건설현장-호만5교-평내호평역
▲ 산행 거리 : 12.8km
▲ 소요 시간 : 5시간 40분
▲ 함께 한 이 : 없음(나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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