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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을 다시 새기니 천하를 얻은 기분


글로벌 금융위기의 장기화와 이로 인한 경기침체의 지속, 수출부진 등으로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정부도 경제 살리기의 제1목표로 일자리창출을 내세우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청년실업은 증가하고 기존에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해고의 어두운 그림자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에서는 일자리 나누기 분위기를 감안해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당초계획보다 늘린다지만 채용박람회에는 청년구직자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고용지원센터의 실업급여신청자 중 40대가 전체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고 한다. 사원들의 월급을 깎아 조성한 재원으로 추가고용을 추진하는 계획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래저래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의 시름은 점점 깊어만 가고 있다. 

 


글쓴이도 원래의 직장에서 명예 퇴직한 후 민간단체에서 근무를 마치고 나오니 오갈 데가 없는 천하의 백수가 되었다. 그리하여 어깨가 축 늘어진 채 1년을 보내면서 1주일에 2차례 등산을 다니고, 주체할 수 없이 많은 시간은 블로깅하는데 쏟아 부었다.

그러나 소위 파워블로거 중에는 매월 상당한 금액의 수입을 얻는 분도 있다고 들었지만 나는 아무리 열심히 블로깅 해봐야 등산가는 비용을 충당하기도 힘들 정도로 쥐꼬리만한 수입만 얻는 게 고작이니 나오는 게 한숨뿐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생을 즐겨야 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현재 이토록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그동안 재테크와 인생설계를 잘못한 탓이다. 한창 벤처붐이 일 때 조금이라도 종자돈을 늘려보려고 저축했던 돈을 몽땅 투자하였지만 돌아온 것은 휴지조각이었다.

아내도 어려운 가정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친구의 권유로 일을 시작하였는데 하필이면 악성 다단계회사에 잘 못 발을 들여놓아 순식간에 몇 천 만원의 빚더미를 지고는 그만 두었으니 봉급생활자로서는 엄청난 고통이었다. 세상에 이런 부창부수(夫唱婦隨)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지난 18년 동안 처음 분양 받은 소형아파트(27평형)에 살다보니 아비보다 더 훌쩍 커버린 두 녀석을 포함해 4인 가족이 살기에는 너무 비좁아 4년 전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명예퇴직금과 퇴직일시금을 보태 중형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일반아파트로는 엄두가 나지 않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소규모 주상복합으로 옮겼다. 지금까지 콩나물 시루처럼 살다가 아이들에게 각자 1개씩의 방을 제공해 주는 등 이제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주거환경은 마련되었지만 문제는 배 이상 뛰어오른 관리비이다.

내가 그 후에도 월급을 꼬박꼬박 받을 때는 잘 견디었는데 문제는 백수가 된 이후 발생했다. 수입이라고는 연금뿐인데 지출은 거의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 더욱이 재수를 한 아이 둘이 모두 대학생이어서 연금 받아 학비와 용돈 그리고 아파트관리비 지출하고 나면 남는 돈이 전혀 없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면 일반생활비는 어찌 충당하나. 저축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오히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상환으로 매월 80여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그기에 가족보험료, 인원수대로 보유한 휴대폰 사용료, 차량유지비(자동차보험, 자동차세), 교통비, 경조사비, 국민건강보험료와 의료비, 그리고 식비 등은 전부 적자였던 것이다.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고 전 직장을 다니며 조금씩 저축한 돈은 대출원금을 상환하는 대신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 지금까지 잘 버티어 왔지만 앞으로 6개월만 지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최악의 경우 집을 팔거나 전세를 주고 변두리로 이사가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요즈음은 부동산 경기도 얼어붙었고, 그래도 다소 넓은 집으로 이사온 지 4년도 안되어 이를 포기하는 것은 너무 억울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 통학에도 지장이 있을 터였다. 특히 부동산담보대출이 있는 집은 전세 놓기도 어렵다고 하니 더욱 대책이 없는 실정이었다.   

이렇듯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 방황을 거듭하다가 지난달 하순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다시 일자리를 갖게 되었다. 일자리가 이토록 소중한 줄은 정말 몰랐다. 국내에서 정쟁(政爭)만 일삼던 정치가도 외국에 나가 우리기업들의 눈물겨운 수출활동을 목격하고 나면 기업인을 애국자로 보게된다는 말은 빈말이 아닌 것이다.

                                     취업박람회(자료 : 연합뉴스)


자고 일어나서 하루를 어찌 보낼 까 고민하던 때에 비하면 일터로 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전(前) 직장에서는 출퇴근용 차량이 제공되어 편안하게 다녔지만 이제는 BMW 신세를 져야한다. 버스(Bus) 또는 지하철(Metro)을 이용하거나 걸어야(Walk)하기 때문이다.

지하철은 두 번 갈아타야 하므로 왕복 3시간이, 승용차는 교통정체로 말미암아 왕복 2시간 30분이 걸린다. 출퇴근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그래도 즐겁다. 복잡한 지하철에 시달려도, 도로정체에 차가 막혀도 마음이 가벼우니 살맛이 난다.      

새로 직장을 얻어 명함을 만들었을 뿐이데 그 효과는 엄청나다. 우선 마음 속에 짓누르고 있던 못난 가장의 멍에에서 벗어날 수가 있어 마음이 홀가분해 졌다. 친구와 지인(知人)을 만나더라도 지금까지 명함이 없다는 말만했는데 이제는 떳떳하게 명함을 건넬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각종 모임의 참가회비가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당당히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전쟁에서 승리한 장수가 천하를 얻은 기쁨이 이에 비할 까.

물론 아내의 태도도 달라졌다. 매일 집에서 세끼의 식사를 하는 삼식(三食)이에서 이식(二食)이로 바뀌었으니 얼굴에 화색이 감돈다. 애들도 무사히 대학을 마칠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감으로 목소리가 씩씩해 졌다. 이 모두가 일자리를 얻게 된 이후 순식간에 일어난 변화이다. 통장에 입금된 첫 월급을 보니 감회가 더욱 새롭다.   

언론의 보도를 보면 강성노조도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듯 조금씩 변하는 중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과격한 투쟁을 일삼는 노조원들을 볼 때마다 다른 직종보다 고임금을 받는 이들이 더욱 회사를 말아먹을 듯이 설치는 행태를 한심하게 생각했다. 당장 근로조건의 개선도 좋지만 회사가 망하고 나면 대부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일자리를 잃고 나면 무엇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지금이야말로 노사정과 시민단체를 포함한 모든 이해당사자와 경제주체들이 무엇이 국민경제를 위하고 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당리당략과 이해관계를 떠나 상생협력하여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명함을 얻고 보니 이런 글도 쓰게 된다. 앞으로 더욱 많은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얻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 이 글은 내가 일자리를 가지게 된 것을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취지이므로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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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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