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군이 펴낸 <가평 산행가이드>에 의하면 가평군이 등산 가능한 곳으로 소개한 산은 모두 85개입니다. 물론 이웃 행정구역과의 경계지역에 위치한 산을 모두 포함한 것입니다. 글쓴이는 지금까지 약 반 정도는 답사했지만 아직까지도 미답의 산이 많습니다.
보납산은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읍내리에 위치한 나지막한 산(330m)입니다. 서쪽의 가평천이 동쪽의 북한강과 만나는 지점의 V자형 능선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물안산(438m)은 보납산의 능선이 북동쪽으로 뻗어 가는 곳에 솟은 산입니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한 버스(1330-2 또는 1330-3번)는 약 1시간 40분만에 가평버스터미널에 도착합니다. 터미널이 시설 개보수 중이라 매우 어수선해 보입니다. 가평읍사무소를 지나 가평천 둑의 도로를 타라 좌측으로 갑니다. 길섶에는 백일홍, 접시꽃이 피어 있는데, 보기 드문 범부채를 본 것은 행운입니다.
백일홍
범부채
조선의 명필 한석봉 군수가 좋아했던 보납산
가평철교를 지나 가평교를 건너자 읍내8리(자라목마을) 마을표석과 보납산 등산안내도가 세워져 있습니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산이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깔끔한 안내도를 보니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가평철교
가평교
보납산 등산 안내도
자라막마을 표석과 가야할 보납산
강변길에서 보납산 휴게소를 지나 보광사 안내문을 따라 우측으로 들어섭니다. 가파른 사면을 치고 오르는 길과 보광사를 에둘러 가는 길이 있지만 우리들은 급경사길을 선택합니다. 오르면서 뒤돌아보면 가끔 조망이 터지는데, 비록 약간 가스가 끼어 있기는 하지만 가평천과 가평읍내가 한눈에 조망됩니다.
능선에서 바라본 가평읍
북한강(좌)과 가평천(우) 그리고 가평
아까 등산 안내도에서 바로 눈앞에 있는 보납산을 보고는 너무 가파르게 서 있어 오르려면 고생께나 하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올라보니 능선을 따라 길이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등산을 시작한지 약 1시간만에 보납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아담한 표석이 세워져 있는데 표석의 정면이 서쪽을 향하고 있어 가평시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가 없는 게 옥의 티입니다. 정상에서 북으로는 경기도의 초고봉인 화학산(1,468m), 그리고 북서쪽으로는 명지산(1,257m)이 우뚝하겠지만 가스로 인하여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보납산 정상 표석
보납산에서 바라본 가평
보납산은 조선 전기 4대 서예가의 한 사람이었던 명필 한석봉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옵니다. 한석봉이 가평군수로 부임한 것은 1599년, 그는 2년 정도 군수로 재직하면서 보납산을 무척 좋아했답니다. 보납산 전체가 하나의 돌로 이루어진 석봉(石峰)이라서 이를 따서 호를 석봉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2년 후 가평을 떠나면서 벼룻돌과 아끼던 보물을 묻어 두었다고 하여 "보납(寶納)산"이라고 불린다는 것입니다.(자료 : 등산 안내도).
비록 한석봉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약 1시간만에 보납산 정상에 올라 가평천과 북한강이 어우러지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가평 읍내 및 주변 산들을 감상할 수 있으니 한번 오른 이들은 이 산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정상 우측으로 조성된 능선 길을 조금 더 가니 북한강과 춘천시 남산면이 잘 보이는 조망처입니다. 길은 안전시설이 설치된 우측의 경사면를 따라 아래로 연결되더니 체력단련장입니다. 보광사를 거쳐 오르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 갈림길입니다. 북동쪽의 물안산으로 가야하는데 이정표에 물안산이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등산개념도를 보면서 방향을 확인하고는 "강변산책로"로 직진합니다.
노송사이로 보이는 북한강
북한강 물길
남쪽의 산하
잣나무 숲길
체육시설지점의 이정표
다시 삼거리 갈림길에서 "개곡리 주을길" 쪽으로 들어섭니다. 능선의 숲이 매우 울창합니다. 비록 해발은 낮지만 산 속의 모습은 해발고도 1천 미터의 산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지경입니다. 특히 하늘을 향해 뻗은 잣나무가 가평이 잣의 고장임을 일깨워줍니다.
삼거리 갈림길 이정표
홀대받는 물안산의 엉뚱한 출입금지 표시
삼거리 갈림길에 도착합니다. 오늘 처음으로 물안산이 표기되어 있는 이정표를 만납니다. (물안산 1.7km, 마루산 1km, 보납산 2.2km). 좌측으로 가면 마루산(425m)이지만 우리는 직진합니다. 모두 모여 간식을 먹고는 발걸음을 옮깁니다. 로프 구간을 포함하여 암릉으로 이어지는 길을 몇 차례 오르내리다 보니 바로 눈앞에 물안산이 서 있습니다.
산행중 유일하게 만나 물안산 이정표
전망대에서 바라본 가평천과 마루산(좌측 뾰족한 산)
오르막 암릉
가평천을 카메라에 담는 산객
그런데 물안산으로 연결되는 안부에는 이정표도 "보납산 정상 3.5km, 개곡리 주을길 2.5km"만 표시되어 있고 물안산의 이름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심지어 물안산 방향에는 "위험, 출입금지"라는 줄이 매달려 있습니다. 참으로 뜬금 없는 안내입니다. 인터넷으로 여러 등산객들이 물안산 정상에 오른 사진을 보았는데 출입금지라니 좀 이외인 것입니다.
안부삼거리 이정표(물안산 표시는 없음)
출입금지 지역을 넘어 경사면을 조금 올라가니 물안산 정상입니다. 정상에는 표석대신 산 이름을 새긴 나무판자가 매달려 있습니다. 여기서도 가평천과 가평읍내가 잘 조망됩니다. 정상 바로 옆에는 구멍바위가 있는 데, 구멍도 크고 또 구멍 안에 굵은 로프를 걸어 두어서 출입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겨울 결빙기에는 이 로프는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마루산과 가평천
물안산
구멍바위
여기서 능선을 따라 가는 길은 없어 보입니다. 따라서 출입금지 안내는 아까 삼거리가 아니라 바로 이곳에 걸어두어야 하는 것입니다. 행여나 물안산을 찾아 왔다가 출입금지 사인을 보고 그냥 되돌아간다면 이보다 더 허망한 일을 없을 것입니다. 산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산에 대해서 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정표 한 개, 각종 안내사인이라도 제대로 설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이정표를 보고 하산합니다. 급경사를 내려오니 임도입니다. 임도의 이정표에도 가까이 위치한 물안산은 간 곳 없고, 멀리 위치한 보납산만 기록되어 있어 물안산은 홀대를 받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더욱 섭섭한 것은 귀가 후 산경표를 찾아보아도 물안산이 보이지 않습니다.
개망초 뒤로 보이는 월두봉
코스모스
임도에서 우측으로 갑니다. 좌측으로는 월두봉이 우뚝합니다. 준족들은 월두봉까지 연결 산행을 하지만 무더운 여름철 무리를 하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듬성듬성한 민가를 지나 도로에 도착하니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입니다. 동쪽으로는 강촌으로 이어지는 춘성대교가 북한강에 걸려 있습니다.
플록스
북한강
경기도와 강원도 경계지역인 춘천시
여기서 경춘선 경강역까지 걸어가는 방법, 택시(1대당 요금 7,000원)를 타고 가평역(가평 터미널)으로 가서 열차 또는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린 택시를 이용해 가평으로 이동하여 버스에 오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09년 7월 5일 (일요일)
△ 등산 코스 : 가평버스터미널-가평교-마을-보광사갈림길-능선-보납산-체력단련장-삼거리-로프-안부삼거리
-물안산-구멍바위-안부삼거리-임도삼거리-경강교(구)
△ 소요 시간 : 4시간
△ 산행 안내 : 백두산악회(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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