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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에는 이름난 두 개의 신선봉이 있습니다. 하나는 금수산 인근 미인봉과 연계된 제천의 신선봉(845m)입니다. 다른 하나는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마패봉(마역봉) 서쪽에 자리 잡은 괴산의 신선봉(967m)입니다. 
 
오늘 글쓴이는 괴산의 신선봉과 마패봉(마역봉)으로 산행을 떠납니다. 신선봉은 충북 충주시 상모면과 괴산군 연풍면에 걸쳐 뻗어있습니다. 수안보온천에서 동남쪽으로 5㎞지점에 우뚝 솟아있는 아름다운 산입니다.

인근에 월악산, 주흘산, 조령산 같은 명산들이 둘러싸고 있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신선봉과 마패봉의 북쪽과 남쪽에는 각각 예부터 이름난 두 줄기 길이 있습니다. 북쪽의 길은 신라가 국력의 팽창에 따라 북진정책을 위해 이곳 백두대간에 처음으로 뚫은 하늘재(지릅재)이며, 남쪽의 길은 조선시대에 영남의 선비들이 과거 보러 서울로 올라가던 그 유명한 문경새재 고갯길입니다.(자료 : 한국의 산하)

중부내륙고속국도 연풍나들목을 빠져 나온 등산버스는 3번 국도를 따라 남하하더니 살짝 옆길로 나와 소조령의 연풍레포츠공원에 정차합니다. 잘 그려진 신선봉과 마역봉 등산안내도를 뒤로하고 안으로 들어섭니다. 공원의 잡풀을 깎는 인부들의 기계소음이 마을의 정적을 깨뜨립니다. 주차장 뒤로 가야할 신선봉의 암봉이 위압적으로 버티고 서 있습니다. 모내기를 한 논이 농촌마을을 실감케 합니다.


모내기를 한 논과 가야할 신선봉 능선


이내 호젓한 산길로 접어듭니다. 등산로는 서서히 고도를 높입니다. 간간이 우측으로 조망이 트여 녹음이 짙은 산하를 감상합니다. 조령 제3관문으로 이어지는 계곡 맞은편으로 이름 모를 산들이 출렁거립니다.

산행 들머리인 연풍레포츠 공원

문경 3관문으로 이어지는 계곡


오늘 산에 온 회원 중에서 젊은 친구들이 짧은 반바지 차림으로 산에 오릅니다. 등산을 자주 다닌 듯 별로 피로해 보이는 기색이 없습니다. 그러나 반바지를 입으면 시원하겠지만 이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하절기에는 벌레에 물릴 우려도 있고, 잡목이 다리에 휘감겨 상처가 나기도 합니다. 또 신발 속으로 이물질이 들어가서 발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요즈음에는 긴 바지를 입고 바지가랑이 옷으로 발목을 감싸는 게 일반적입니다. 어찌하였던 젊은이들이 휴일 산을 찾는 것은 매우 좋은 현상입니다. 

반바지 차림의 등산객


등산을 시작한지 40분만에 주능선에 도착합니다. 이제부터는 능선의 좌측으로 전개되는 암벽을 보면서 발걸음을 옮깁니다. 산행 내내 남서쪽의 이름 모를 저수지가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이 저수지 밑에는 수옥폭포가 있습니다.
 

천길 낭따러지 암벽

등산길의 길잡이인 저수지


능선에 뿌리를 내린 노송을 지납니다. 남쪽으로는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조령산의 산 그리메가 선명합니다. 할미 같지 않은 할미바위를 지나 뒤돌아보니 지나온 능선과 연결된 암릉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는 가운데, 암봉 꼭대기에는 흰옷을 입은 등산객 1명이 올라 호연지기를 뽐내고 있습니다.

노 송

조령산 능선
 
할미바위

뒤돌아본 능선

암봉에 앉아 있는 등산객


방아다리바위에 도착하여 쉼을 고르고는 돌로 울퉁불퉁한 산길을 갑니다. 드디어 오늘 산행 중 가장 까다로운 로프 오르막구간입니다. 로프를 탈 때의 요령은 다리 사이 로프를 집어  넣은 채 두 손으로 로프를 잡고 힘차게 오르내리는 것입니다. 경험 있는 산객은 가볍게 통과하지만 초심자는 자꾸만 아래를 내려다보게 되고 겁을 먹게 됩니다. 오늘도 한 여성등산객이 힘들어합니다.

방아다리바위


가파른 로프구간(뒤돌아본 모습)


로프구간을 오른 후 뒤돌아보니 지나온 능선이 한 눈에 바라보입니다. 이제 신선봉 정상이 바로 눈앞에서 손짓합니다. 드디어 정상입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50분만입니다. 정상에 서니 동남쪽으로 마패봉, 부봉, 주흘산의 능선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북쪽으로는 만수산과 북바위봉 및 박쥐산 뒤로 월악산의 영봉이 우뚝합니다. 남쪽으로는 조령산을 비롯한 백두대간의 산들이 춤을 춥니다.

뒤돌아본 지나온 능선

북쪽의 월악산 능선

동남쪽 조령산 능선 


신선봉 정상은 암봉입니다. 정상표석은 암봉의 남쪽 아래에 세워져 있어 표석을 배경으로 멋진 풍경사진을 찍지 못한 아쉬움이 큽니다. 암봉 위에서 사방팔방으로 펼쳐지는 시원한 조망에 넋을 잃고 있는데 부부등산객이 올라오더니 암봉의 끝으로 갑니다. 이들은 배낭을 내려놓고 그곳에 앉습니다. 양산을 펼친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고 부럽습니다.

신성봉 정상표석

양산을 펼친 부부등산객


정상에서 시원한 조망을 마음껏 즐기고는 마패봉으로 향합니다. 신선봉 꼭대기를 내려서며 바라본 월악산과 부봉의 모습에 다시금 감탄사가 저절로 나옵니다. 신선봉에서 마패봉까지는 어려운 길이 없어 50분만에 하산합니다. 

 북쪽의 월악산 조망

기 암

시루떡 같은 바위


마패봉(922m)은 암행어사로 이름난 박문수가 조령관 위 봉우리에 마패를 걸어놓고 쉬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그런데 이를 마역봉 또는 마폐봉으로도 부르고 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정상표석과 이정표 그리고 지도마다 해발고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현지 표석은 927m, 현지 이정표는 920m, 한국의 산하는 940m, 그리고 월간 산은 922m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글쓴이는 등산전문지인 월간 산의 표기를 따랐지만 산의 높이 하나 제대로 통일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마패봉 이정표

마패봉 표석


마패봉에 서면 동남쪽으로 부봉(921m)과 주흘산(1,079m) 그리고 조령산(1,026m)의 빼어난 산 그리메를 볼 수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서쪽으로 방금 지나온 신선봉이 우뚝합니다.

부봉과 주흘산

조령산


마패봉에서 조령3관문으로 하산합니다. 이 길은 몇 년 전 백두대간 코스를 답사하면서 이미 지나간 길이기에 낯이 익습니다. 등산로도 한결 잘 정비된 듯 합니다. 로프구간도 있지만 어렵지 않습니다.

계단 길을 지나자 제3관문입니다. 문경 새재길은 전국에서 가장 걷고 싶은 길 중이 하나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다만 약 300년 전 발견된 조령약수가 지금 수질오염으로 인하여 음용수 부적합판정을 받는 게 못내 아쉽습니다.

조령3관문




이제 고사리 주차장 방면으로 하산합니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의 상(像)과 "백두대간 조령"이라는 대형표석을 지나갑니다. 차도를 버리고 대신 우측의 오솔길로 접어드니 돌탑과 붓꽃, 그리고 장승도 만납니다. 다시 도로로 내려오니 조약돌로 탑을 쌓고 벽을 조성한 건물도 있습니다.


조약돌 집

신선봉 이정표


고사리 마을에는 "백두대간 굽이치는 신선봉"이라는 대형표석이 서 있고 그 아래에는 수옥폭포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우측의 이화여대 수양관에는 사람들이 모여 체조를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출발했던 연풍레포츠공원에 도착하여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이 주변에 위치한 산들 중 유일하게 미답의 산이었던 신선봉에 오르고 또 마패봉까지 종주하여 매우 홀가분하고 기분 좋은 산행이었습니다.  

연풍레포츠공원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09년 6월 6일 (토)
△ 등산 코스 : 연풍레포츠공원-할미바위-방아다리바위-신선봉-마패봉-조령3관문-고사리마을-연풍레포츠공원
△ 소요 시간 : 4시간 25분
△ 산행 안내 : 안전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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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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