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산(630m)은 충남 보령시 미산면과 부여군 내산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입니다.
가을이면 산 전체가 불붙는 듯 단풍으로 가득한 곳,
예로부터 산삼이 많이 나는 곳이며 부정한 사람이 출입하면 화를 입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옵니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골이 깊고 산세가 제법 웅장하여 만만히 보고 다가갔다
흠씬 비지땀을 흘려야 오를 수 있는 산입니다.
보령호가 담수를 시작하면서 산 끝자락이 잠겼고,
만산홍엽의 그림자가 비친 호수와 어울린 모습이
황홀경에 빠져들도록 아름답습니다.(자료 : 한국의 산하)
아미산으로 가는 등산버스를 타고 가다가 서해안고속국도 행담도휴게소에 들립니다.
식당에서 동료 몇 명과 함께 간식을 먹던 중 일행의 한 명이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했다"고 말합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느냐고 핀잔을 주었더니
방금 서울의 가족으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때 뒤를 돌아보니 저쪽 식당의 TV앞에 사람이 모여 있는데,
이 소식을 긴급뉴스로 전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망연자실한 표정입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내다 퇴임한 분에 대한 의문의 사망소식으로 인하여 모두 말을 잃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위성방송을 시청합니다.
11시가 되어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노 전 대통령은 봉화마을 뒷산에서 뛰어내려 자살했음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산행들머리의 도로변에는 암자인 듯한 가옥이 한 채 있는데,
처마 밑에는 한 촌노가 두 마리의 개와 함께 쪼그리고 앉아 있습니다.
개는 시베리안 허스키입니다.
둘의 관계를 물어보니 왼쪽 것은 어미, 오른쪽 것은 새끼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덩치는 비슷합니다.
시베리안 허스키 어미를 손으로 가르키는 여인
시베리언 허스키(어미)
시베리안 허스키(새끼)
글쓴이는 거두절미하고 물어봅니다.
"소식 들었습니까?"
"예, 방금 TV를 보았는데, 산에서 뛰어내렸다고 하데요."
촌노는 담담하게 말하고는 지나가는 등산객을 물끄럼이 바라봅니다.
어제 전국적으로 내린 비로 인하여 대지가 촉촉이 젖어 있어 먼지가 나지 않으니 좋고,
또 계곡에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니 마음마저 약간은 차분해 지는 것 같습니다.
하늘에는 짙은 안개구름이 드리워져 있어 날이 개이지 않으면
조망을 전혀 할 수 없지 않을 까 걱정이 됩니다.
중대암 입구에는 비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우측으로 들어서 오르니 중대암입니다.
중대암은 신라 헌강왕 4년(879) 도선국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입니다.
그러나 임진왜란으로 인하여 전소하였고, 그 후 중창하였습니다.
현 건물은 구 건물을 모두 해체하고 새로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등산로의 모습
중대암 입구 비석
중대암
중대암
중대암을 지나니 상대암입니다.
이곳까지 차량 통행이 가능한지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가 보입니다.
등산로 좌측으로 들어가 보니 위쪽 암석에 마애불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양각한 불상이어서 그 형체가 뚜렷합니다.
마애불상
좌측의 암자에는 대웅전이라는 현판은 붙어 있지만
사찰의 전각이라기보다는 산촌의 화장실 같은 분위기입니다.
다만 대웅전 뒤로 일부러 칼로 빚은 것 같은
반듯한 바위가 비스듬히 세워져 있어 매우 신기합니다.
상대암 대웅전
비석같은 바위
상대암에서 약 100여 미터를 더 가니 남북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삼거리입니다.
길섶에는 보기 드문 천남성이 피어 있고 흰색의 민백미꽃도 반겨줍니다.
좌측으로 몸을 돌려 상봉으로 갑니다.
삐죽삐죽한 바위가 있는 곳을 지나 부드러운 길을 갑니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어 매우 편안한 길입니다.
천남성
민백미꽃
삐죽삐죽한 바위지대
등산을 시작한지 1시간 40분만에 아미산 상봉(581m)에 도착합니다.
정상에는 부여군에서 세운 커다란 정상표석이 반겨줍니다.
그 동안 간간이 뿌리던 빗방울도 그치고 안개구름도 서서히 걷히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남서쪽에 위치한 보령호가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정도도 천만 다행입니다.
아미산 상봉
보령호수
북쪽의 부여군 촌락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상봉에서 북쪽으로 조금 더 가니 아미산 아봉(559m)입니다.
역시 부여군에서 세운 반듯한 정상표석이 있어 기념사진의 모델이 되어 줍니다.
북쪽의 부여군 모습
아미산 아봉
여기서 보령호는 보이지 않는 대신 하산지점인 부여군 외산면은 잘 조망됩니다.
좌측으로 하산하는 길목에 선바위 같은 바위가 있습니다.
전망바위에 오르니 부여의 만수산 줄기가 살포시 보입니다.
하산지점인 부여군 외산면 모습
선바위
바위벼랑 옆으로 조성된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오니 웅천천입니다.
하산하면서 이정표에 수리바위라는 이름을 보았는데
강변에서 뒤돌아보니 매우 아찔합니다.
그런데 이 바위벼랑을 보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침에 뛰어 내렸다는
봉화마을의 암봉이 상상되어 머리가 혼란스럽습니다.
웅천천
뒤돌아본 바위벼랑
부여군 외산사거리에 도착하여 오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아무리 골치 아픈 일이 있더라도
산에만 오면 속세의 모든 시름을 잊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글쓴이도 주말만 되면 무조건 산을 찾는지도 모릅니다.
외산사거리 이정표
그런데 오늘 약 3시산 20분 정도의 짧은 산행을 하면서
산행 내내 고(故)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이 전혀 편치 않았습니다.
그가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이 무척 안타깝고
또 이를 모방하는 자살행위가 늘어나지 않을 까 걱정이 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등산버스에 오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09년 5월 23일 (토)
△ 등산 코스 : 중대암입구-중대암-상대암-아미산 상봉-아미산 아봉-외산삼거리
△ 소요 시간 : 3시간 20분
△ 산행 안내 : 산악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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