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덕산(488m)은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백양리에 위치한 산입니다. 이 지역 명산인 검봉산(530m)과 봉화산(510m)의 유명세에 가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조용하고 호젓한 산행을 선호하는 산꾼들이 근래 들어 찾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춘천으로 갑니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아침 7시 50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탑니다. 입석요금이 3,600원입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서서 가는 여행도 그리 즐겁지 않습니다. 과거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에는 밤을 꼬박 세우면서 좌석도 없이 선 채로 경부선 열차를 타기도 했지만 이제는 고속버스와 KTX 그리고 승용차를 이용할 수 있으니 그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입니다.
기차는 경강역에 정차합니다. 역 이름이 경강이라 현지 주민에게 행정구역상 이런 지명이 있는지 물어보니 그런 지명은 없고(이곳은 서천리임), 그냥 경기도와 강원도를 나타내는 약자로 사용하는 "경강"이라는 단어를 역 이름에 상징적으로 붙인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교통방송(TBS)에서 교통통신원들이 소식을 전하며 서울과 춘천을 연결하는 6번 국도를 "경강국도"라고 불렀습니다.
경강역
경강역
역 구내를 빠져 나와 좌측의 큰길을 따라 갑니다. 서천초등학교 직전에 우측으로 진입했는데 이게 큰 실수였음은 나중에 밝혀집니다. 계곡의 안쪽으로 들어서니 길은 희미해지고 큰 둑 같은 것이 앞을 가로막습니다. 낑낑거리며 가파른 둑을 오르니 뜬금없이 골프장이 나타납니다. 제이드 팰리스 CC입니다. 일요일을 맞이하여 라운딩을 즐기는 골퍼들이 보입니다.
도로 좌측에 보이는 산세
제이드 팰리스 골프장
좌측으로 희미한 길을 따라 가니 길이 분명한 능선입니다. 여기서 우측으로 돌아 주능선을 타야하는 것을 선두그룹이 실수로 그만 좌측으로 내려간 것입니다. 주능선이 아닌 지(枝)능선을 탔으니 바로 아래로 하산한 것이지요. 이상하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그냥 선두를 따라 가다보니 도로입니다. 좌측을 바라보니 아까 들어갔던 계곡입니다.
현지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새덕산으로 가는 사람들이 방금 우리가 내려온 곳으로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곳이 바로 새덕산 산행 들머리인 것입니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서천초등학교를 지나 길을 찾았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을 약 30분 이상을 허비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산악회 회장은 이곳의 이장을 만나 산행들머리 이정표와 정상표석을 세워주도록 부탁했는데 금년 중으로 조치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합니다.
다시 내려온 길을 오릅니다. 정말 기운과 맥이 빠집니다. 아까 밟았던 삼거리를 통과하니 대형 송전철탑입니다. 철탑을 지나가니 또 다른 삼거리입니다. 등산개념도와 나침반을 꺼내 방향을 확인하고는 좌측으로 내려섭니다. 비로소 남쪽으로 방향을 튼 것입니다.
송전철탑
울창한 숲길을 터벅터벅 걸어갑니다. 검은등뻐꾸기가 "홀딱벗~고"를 반복합니다. 한번 알바를 해서 그런지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다리가 무척 피곤합니다. 뻐꾸기의 지저귀는 울음소리가 꼭 "피곤하~지?"하며 약올리는 소리로 들립니다. 그러나 세상만사 모든 것이 당초 계획한 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이런 알바도 기꺼이 감내하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합니다.
곱게 피어 있는 붓꽃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완만한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길을 지나 오르막으로 가노라니 오른쪽(서쪽)으로 조망이 터집니다. 가평방향의 산세와 북한강의 물줄기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가운데 남이섬은 잘 보이지 아니합니다.
붓 꽃
신록의 숲길
숲 사이로 보이는 북한강
서쪽의 북한강과 가평방면의 조망
북서쪽의 조망
경강역에서 산행을 시작한지 약 3시간만에 새덕산 정상(488m)에 도착합니다. 아무런 이정표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목판에 산 이름을 새긴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새덕산 정상
여기서 간식을 먹고는 다시 배낭을 맵니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여러 차례 통과하고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우측으로 가면 송이재봉(490m)일 테지만 시간이 없어 그냥 좌측으로 내려섭니다. 부지런히 내려가니 한치재(한치령, 410m)입니다. 여기서 봉화산 방면으로 가려다가 포기하고는 경강역으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한치령 표석
여기서부터는 임도입니다. 사방댐을 지나자 "모카 프린스"라는 이름의 모텔이 보입니다. 녹색의 계곡에 하얀빛의 벽이 매우 이국적입니다. 작약이 곱게 피어 있는 마을을 지나가니 장난감처럼 생긴 자동차가 진열되어 있는데 임대용이라고 합니다.
하산길 임도
사방댐 안내문
모카 프린스
모카 프린스
작 약
임대용 미니 자동차
최근 내린 비로 모내기를 마친 논은 더욱 푸르게 보입니다. 백양리 버스종점을 지나가다가 개천에 내려가 땀을 닦고는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을 옮기는데, 이정표를 보니 아직도 강경역까지는 4km를 더 가야합니다. 지나가는 1톤 트럭운전사에게 손을 들어 태워달라고 했더니 주춤주춤하다가 섭니다. 우리 일행 5명은 잽싸게 트럭 위로 오릅니다. 짐칸이기 때문에 덜컹거리기는 해도 금방 경강역에 도착합니다. 트럭운전사는 우리를 내려주고는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갑니다. 강원도의 소박한 인심을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모내기를 한 논
백양리 버스종점
역 앞 음식점에서 올갱이해장국으로 배를 채웁니다. 배가 고픈 탓도 있지만 음식 맛이 참 좋습니다. 강경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타려면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므로 택시를 타고 가평버스터미널로 이동합니다. 1인당 2천 원(3명 승차)의 택시비를 지급합니다. 가평에서 17시에 출발하는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으니 피곤이 몰려와 스르르 눈이 감깁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09년 5월 31일 (일)
△ 등산 코스 : 경강역-서천초교-[제이드 팰리스 골프장-지능선]-서천초교옆도로-지능선-송전철탑-주능선 삼거리
-조망대-새덕산-송이재봉 삼거리-한치고개-사방댐-백양리버스종점
△ 소요 시간 : 6시간
△ 산행 안내 : 백두산악회(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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