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주왕산은 설악산 및 월출산과 함께 남한의 3대암산이라고 합니다. 설악산은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암산이 맞습니다. 설악산의 최고봉인 대청봉을 올라보면 이를 실감합니다. 그리고 천불동계곡이나 공룡능선을 답사하면서 기기묘묘한 바위를 보노라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더욱이 출입이 통제된 용아장성릉이 있으니 누구나 대표적인 암산으로 인정합니다.
다음은 영암 월출산입니다. 이 산은 흔히 "기암봉의 전시장"이라고 할 만큼 빼어난 암산입니다. 구름다리가 있는 동쪽 장군봉과 도갑사 가는 방향의 서쪽 구정봉 등의 봉우리와 그 주변으로 펼쳐진 암릉은 바위가 마치 춤을 추는 듯 합니다. 월출산이 암산이 아니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산입니다. 북한산은 도봉산과 함께 수도서울을 북쪽에서 감싸고 있으며 시민들이 자주 접할 수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북한산만큼 아름다운 산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북한산의 정상인 백운대에 올라 인수봉 및 만경대, 그리고 염초봉 능선을 바라보는 암릉은 북한산을 암산으로 분류할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비봉능선과 의상능선을 답사해보면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바위뿐입니다. 그런데 북한산이 한국3대 암산의 명예(?)를 주왕산에게 빼앗겼다니, 지금부터 그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주왕산이 3대 암산에 포함된 것은 다소 이외입니다. 왜냐하면 주왕산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산 같습니다. 밖에서 볼 때 설악산과 월출산 같은 삐죽삐죽한 스카이라인도 볼 수 없습니다. 공원입구 주차장에서 대전사를 지날 때 앞에 보이는 기암(旗巖)을 보고는 "이곳에 저토록 멋진 바위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주왕산이 3대암산으로 분류될 만큼 대단한 산인지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대전사에서 바라본 기암
그러나 대전사에서 주방천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노라면 시루봉, 학소대, 망월대, 급수대 등의 봉우리가 연이어 나타납니다. 시루봉은 그 생김새가 떡을 찌는 시루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시루봉
시루봉
주왕계곡
학소대는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절벽 위에 청학과 백학 한 쌍이 둥지(巢)를 짓고 살았다고 하여 붙인 이름입니다.
학소대
제1폭포의 협곡에 다다르면 절정을 이룹니다. 제1폭포주변에는 병풍처럼 바위가 둘러쳐져 원래 석병산(石屛山)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풍광은 우리나라 어느 암산보다도 멋집니다. 조물주는 어이하여 주방천 계곡에 이토록 숨막히는 절경을 만들었을 까요! 정부가 이 계곡을 대한민국 명승지로 지정한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닙니다.
몇 년 전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단체관광을 나온 어느 할머니의 독백이 아직까지도 귀에 쟁쟁합니다.
"아이고, 참 좋다. 영감이 살아 있었더라면 함께 올 것을!"
제1폭포협곡
사람의 코와 입 같은 바위
제1폭포
제1폭포
비록 제1폭포 주변의 바위협곡과 올려다 본 암군이 웅장하다고 해도 이것만으로는 북한산을 능가할 만큼 바위가 많다고는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비장의 카드를 꺼내는 수밖에는 별 도리가 없군요.
제1폭포 입구에서 뒤돌아 서서 주방천이 아니라 주왕암이정표를 보고 좌측의 산길을 따라 갑니다. 이 길은 자연관찰로이므로 오르막도 별로 가파르지 않아 노약자도 충분히 답사할 수 있습니다. 산허리를 돌아가노라면 우측의 소규모 암봉에 세워진 전망대가 보입니다. 여기가 바로 주왕산이 3대암산임을 확인시켜 주는 전망대입니다.
주방천 계곡을 따라 오면서 올려다보았던 암군이 위압적인 자세로 도열하고 있습니다. 연꽃 같은 연화봉과 병풍바위 그리고 급수대의 장관은 눈에 보이는 모습 전체를 바위산으로 바꿔 놓습니다. 길손은 여기서 비로소 모든 것을 인정합니다.
"아하! 이래서 주왕산이 3대암산이로구나!"
병풍바위(좌측)와 급수대(중앙)
연화봉(좌측)과 병풍바위(우측)
주왕산은 어느 시기에 방문해도 좋지만 폭포의 물이 철철 넘치는 우기인 여름, 그리고 오색단풍으로 물이 드는 가을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매년 5월초에는 수달래(철쭉의 다른 이름) 축제가 열리지만 다른 철쭉제가 개최되는 명산과 비교하면 기대할 것은 못됩니다.
'산행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미산-보령호담수로 부각된 호숫가 명산 (16) | 2009.05.27 |
---|---|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가평 연인산 (17) | 2009.05.22 |
정선아리랑의 발상지인 백이산 (17) | 2009.05.16 |
제비봉능선에서 바라본 충주호의 절경 (13) | 2009.05.12 |
폭포와 바위, 그리고 협곡이 있는 주왕산 (17) | 2009.05.09 |
주왕산을 상징하는 기암(旗巖)의 위용 (21) | 2009.05.06 |
철쭉의 바다에 빠진 일림산은 천상의 화원 (12) | 2009.05.04 |
경호강과 지리산이 조망되는 둔철산(산청) (10) | 2009.04.29 |
"여인의 턱"을 찾아 헤맨 비봉산과 금성산 (6) | 2009.04.25 |
진달래로 불타는 강화 고려산과 혈구산 (8) | 2009.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