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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광장 떠오르는 진홍색 영산홍


양천구 신정목동지구 아파트는 1980년대 초 처음 분양 시에는 수해로 인하여 인기가 없어 대형의 경우 미분양이 속출하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 후 단계적으로 분양하면서 지반을 높이고 아파트동 사이의 간격을 크게 넓혀 매우 살기 좋은 곳으로 발전하였고, 오늘날 지하주차장이 없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그 인기도는 강남에 견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현대 하이페리온 I∼II, 삼성 세르빌 같은 주상복합형 초고층아파트가 들어서 인근지역의 오래된 입주민들을 주눅들게 하고 있습니다. 이 초고층아파트지역의 도로변과 화단에는 붉은 영산홍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는 소문을 듣고는 카메라를 챙겨 집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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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 화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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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를 사이에 둔  아파트 쪽 화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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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영산홍은 진달래와 같은 분홍색 또는 백합과 같은 흰색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초고층아파트에 다다르자 도로변에도, 아파트지구 내 화단에도 진홍색의 영산홍이 지천으로 피어있습니다.

그동안 간간이 피어있는 진홍색 꽃은 보았지만 이토록 무리를 지은 것은 처음입니다. 그 색깔이 얼마나 강렬한지 섬뜩하기조차 합니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이나 북경의 천안문광장이 이런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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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색 영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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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영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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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한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인데, 여러 가지 색상의 꽃을 심어 다양성의 조화를 꾀하기보다는 한가지 색상의 꽃으로 단장해 획일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 것이 특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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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사진 찍는데도 허락이 필요해!


지구 내 여기 저기를 살펴보며 화단의 꽃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고 있는 데, 관리인인 듯한 젊은 친구가 나에게 다가옵니다.


"여기서 사진을 찍으면 안됩니다."
"예? 화단의 꽃을 찍는데 왜 안 되나요?"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출입금지 구역에 진입한 것도 아니고 확 트인 공간에서 화단의 꽃이 아름다워 사진을 찍는데, 이를 막는다니 기가 막힙니다. 그 꽃도 특수한 것이 아니고 일반적인 영산홍이기에 하는 말입니다.


"예, 화단을 찍더라도 생활지원실(관리사무소)의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나는 카메라를 가방에 집어넣으면서도 기분이 영 씁쓸했습니다. 세상 인심 한번 고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똥과 된장 두 개를 놓아두고 이를 구분하기 위해 먼저 똥을 먹은 기분입니다. "고급 아파트지역이라고 더럽게 폼 잡는군!" 나는 마음속으로 불만을 토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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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음 순간 이들이 왜 화단의 사진마저도 찍지 못하게 할까,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한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바로 범죄예방목적이라고 추측됩니다. 관리소 측은 낯선 사람이 카메라를 가지고 범죄의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단지 내 주요시설물, 출입문, 그리고 수위실 등을 찍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요즈음 여러 종류의 범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어수선한 세상이니 미리 이를 예방하기 위해 사진촬영 시 허락을 받으라는 것은 어쩌면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꽃을 카메라에 담으려해도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하는 세상이 참으로 야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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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을 때는 기분이 좋았는데, 이 말을 들은 후 귀가하는 발걸음이 무척 무겁습니다. 어린이 유괴사건이 발생한 이후 어린이 놀이터에도 숫자가 줄었고, 반드시 어른과 함께 나온다는 뉴스는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서로 믿고 의지하며 더불어 사는 세상이 그립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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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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