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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발인 지하철. 무덥고 짜증나는 여름철, 특히 혼잡할 경우에는 지하철을 타는 시간은 매우 곤혹스럽습니다. 더욱이 저녁 늦은 시각, 취객과 좀 모자라는 사람들이 큰 소리로 떠들면 아무리 신경을 다른 곳에 집중하려 노력해도 그냥 들려오니 괴롭습니다. 이를 비롯한 몇 가지 이상한 사례를 모아 보았습니다. 먼저 아름다운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장면 1> 미소천사


한 아주머니의 등에 업힌 아이가 다른 승객들을 보며 생글생글 웃습니다. 옆에서 이 모습을 본 한 남성이 묻습니다.

"따님이세요? 참 귀엽네요!"
"아니 손녀딸입니다."

"아이고, 실례했습니다. 연세가 그리 되어 보이지 않는데요."
"예, 저는 나이가 너무 들어 보이지 않아서 탈이에요."

"아기가 참 잘 웃네요! 몇 살이에요?"
"이제 18개월입니다. 슈퍼에 데리고 나가면 하도 잘 웃어서 미소천사라는 별명을 얻었답니다."

대답은 그리 하면서도 할머니의 얼굴엔 만족한 미소가 가득합니다. 아기의 어머니냐고 물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사실 겉으로 보기에는 50대 초반 같습니다. (2호선)
  

<장면 2> 조용히 살라며 떠드는 사람


맞은편 칸에서 들어선 한 노인이 큰 소리로 떠들기 시작합니다. 하필이면 글쓴이 앞에 서서 일장 연설을 하니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를 바라보는 듯 합니다. 시선을 다른 곳에 돌리고는 가만히 있습니다.

"여러분, 예수 믿고 조용히 삽시다. 이명박이가 뭐 잘 못했습니까? 노무현이나 김대중이 보고 해보라고 하세요! 그들도 못합니다. 미국은 대국입니다. 이명박도 함부로 못합니다. 미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미국이 한국 자동차 필요 없다고 하면서 수입하지 않으면 우리는 큰일납니다. 나라가 망합니다. 그런데 왜 자꾸 떠듭니까? 조용히 사세요!"

조용히 살기를 원한다면 자신부터 전동차에서 떠들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7호선 6/16)

☞ 이 당시는 미국 쇠고기수입 재협상문제와 광우병 파동으로 연일 촛불집회가 열리던 때입니다.



<장면 3> 허 풍


술이 벌겋게 취한 경노석에 앉은 한 남성이 휴대폰 번호를 열심히 찍습니다. 그러더니 큰 소리로 떠듭니다. 

"야, 이 자식아! 내가 꼭 이렇게 먼저 전화해야하겠어? 왜 나에게 전화를 안 해? 내가 돈이 약 3천만 원 필요한데 말이야, 금리 좀 싸게 해서 빌려줘! 담보는 충분해. 시가가 약 5억은 가니까 말이야. 지금 1순위로 뭐 2억인지 3억인지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지만 그건 문제가 안 돼! 내일 내가 서류 가지고 갈 테니까 급히 좀 빌려줘!"(5호선)


<장면 4> 남존여비


경노석의 흰머리 영감이 일장 연설을 합니다.

"가정은 여자가 잡고 있어야 해! 남자는 오르지 여자의 말을 잘 들어야지. 조선시대에는 여자가 발언권이 세었어. 그런데 요즘 남자들 간이 너무 커. 부부싸움도 모두 남자 때문에 생기는 거라고. 남자가 골치 썩히다가 죽고 나면 오히려 여자가 더 잘 살잖아!"(2호선)

☞ 이 말을 듣고 보니 "남존여비(男尊女卑)"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유머로 "남자가 존재하는 것은 여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라는 뜻이랍니다.     



<장면 5> 난데없는 휘파람 소리


지하철 승강장에 사람들이 서서 기다립니다. 서서 기다리는 사람은 먼저 내리는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양쪽 옆으로 두 줄로 서서 기다려야합니다. 그런데 한 아가씨가 제일 중앙에 서서 기다립니다. 손에는 DMB를 들고 무엇을 보는 지 전자기기에서 눈을 때지 않습니다.

그때 마침 전동차가 들어와 문이 열립니다. 내리려던 중년남자가 가운데 서 있는 아가씨를 보고는 깜짝 놀랍니다. 이 남성은 순간적으로 손을 아랫입술로 가져가더니 입술을 말아 쥐고는 "휘익~"하고 휘파람을 붑니다.

아가씨는 깜짝 놀라 주춤합니다. 전자기기에 빠져 내리는 사람을 방해하는 아가씨나, 휘파람을 불어 아가씨를 혼내주는 남자나 오십보백보입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의 여유가 아쉽습니다. (2호선) 



<장면 6> 노신사의 느닷없는 욕설


신도림역에서 잠실행 열차를 기다립니다. 때 마침 전동차가 들어오고 사람들이 내리자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때 전동차 안의 불빛이 깜빡이면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이 전동차는 운행을 마치고 차고로 들어가는 차량이므로 탑승하지말고 다음 열차를 이용하라고 알려줍니다.

그런데 이 때 바로 글쓴이 곁에 서 있던 노신사가 욕을 합니다.
"시끄러워! 개 새x들아!"

나는 정말 놀랐습니다. 욕을 한 사람은 삼복더위임에도 불구하고 정장차림입니다. 팔 소매가 긴 흰색의 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반듯하게 매었습니다. 그는 비록 상의는 벗어 오른팔에 걸치고 있지만, 단정한 머리와 빤짝거리는 구두를 신은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덕망 높은 신사입니다. 또한 폼 나는 가방을 들고 있으니 영락없이 성직자 아니면 교육자 같습니다.

이런 차림의 신사가 지하철 안내방송이 시끄럽다고 쌍소리를 하는 것을 들었을 때 나는 한마디로 기가 막혔습니다. 물론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간혹 안내방송의 볼륨이 너무 높아 소음을 방불케 하고 또 때로는 소리가 너무 낮아 잘 들리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은 음량과 목소리도 매우 적절했습니다.

사람을 평가하는데 있어 첫인상과 외모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우쳐 준 사건이었습니다(2호선).  끝.


         ☞ 스크랩 안내 : 다음 블로그(http://blog.daum.net/penn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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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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