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관봉에서 바라본 부안호의 절경
일반적으로 변산반도 국립공원의 산행코스는 내소사와 직소폭포를 경유하는 내변산의 쌍선봉 및 관음봉 코스를 선호하며, 간혹 의상봉 북동쪽의 비룡상천봉과 쇠뿔바위봉 산행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안호 주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여러 개의 산봉우리가 있는데 오늘 답사하려는 기상봉과 군관봉 및 마상봉도 조망이 매우 빼어난 산입니다. 전북 부안군 변산면 소재 기상봉(387m, 대부분 기산봉으로도 표기)은 변산반도 최고봉인 의상봉(509m)의 서쪽에 위치한 산이며, 군관봉(294m)은 기상봉의 남서쪽에 자리잡은 산입니다. 마상봉(161m)은 군관봉의 서쪽, 부안댐 물문화관의 바로 남쪽에 있습니다. 이들은 해발고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능선에서 바라보는 부안호와 이웃한 산들의 조망이 매우 좋은 부안의 숨은 명산입니다.
기상봉 산행 들머리는 부안군 변산면 중계리 부암댐 바로 하류로 흐르는 직소천의 공중화장실인데 맞은 변 암벽 골짜기에 유명한 벼락폭포가 있습니다. 여기서 좌측인 하류쪽으로 약 100여 미터를 내려가 직소천에 설치된 보를 건넙니다. 직소천의 시냇물은 보로 막아서인지 그 규모가 마치 호수처럼 크고 넓습니다.
맞은 편 암벽 벼락폭포가 보이는 직소천의 화장실 주차장
직소천 보방향 조망
보 위를 걷는 사람들
저수지처럼 보이는 직소천
산 속으로 접어드니 강변을 따라 오솔길이 나 있습니다. 잠시 후 좌측으로 암벽지대입니다. 선두그룹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뒤에 오는 사람도 없습니다. 중간 그룹 몇 명은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이다가 좌측 암벽 위쪽으로 등산리본이 보여 이쪽으로 올랐는데 이게 큰 실수였습니다. 왜냐하면 벼락폭포를 보기 위해서는 바위 협곡 안쪽으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만 선두가 보이지 않는다고 불평하면서 일을 그르치고 만 것입니다. 우리는 암벽구간을 중간지점까지 오르고 난 후에야 벼락폭포를 보지 못했음을 알았지만 다시 내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결국 포기합니다.
암릉을 오르는 사람들
벼락폭포는 건기에는 물이 없어 황량한 바위 사면뿐이지만 우기에는 정말 엄청난 위용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이곳에도 바로 직전 비가 내려 벼락폭포는 정말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하고 동료의 사진으로만 보게 되었으니 참으로 아쉽습니다.
벼락폭포(휴대폰 사진제공/하수성)
아무튼 거대한 암벽을 오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긴 로프가 한 개라도 걸려있었더라면 이런 리지구간은 전혀 어렵지 않은데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으니 조심 또 조심합니다. 실제로 바위사면은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는 훨씬 가파릅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참 잘 오르네요.
아슬아슬한 암릉길
뒤돌아본 직소천
어렵사리 암벽구간을 올라서니 반듯한 등산로가 나타납니다. 아마도 다른 방향에서 올라오면 방금 지나온 험한 암릉구간을 경유하지 않고도 가능할 것 같은데 확실치는 않습니다. 이제부터는 룰루랄라를 부르며 걷을 수 있습니다. 고진감래(苦盡甘來)! 예로부터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은 진리입니다. 숲 속은 봄이 맞이해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네요.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산허리를 돌아가니 능선 삼거리입니다. 여기서 능선 우측 아래로 내려가면 군관봉으로 가는 길이지만 우리는 기상봉으로 가기 위해 좌측으로 방향을 돌립니다.
만물이 소생하난 숲 속
오르막은 가파르지만 조금 전 리지구간을 경험해서 인지 이런 곳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오르면서 뒤돌아보니 나중에 가야할 군관봉이 삼각봉우리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조금 더 올라 우측 조망대에 서서 오늘 산행 중 처음으로 부안호의 멋진 경관을 보게 됩니다. 조망대를 뒤로하고 가는 능선에서는 저 멀리 새만금 방조제가 서해바다를 가르고 있습니다.
멋진 부안호
새만금 방조제
작은 봉우리를 지나가니 드디어 기상봉(387m)입니다. 그런데 현지에 걸려있는 어느 산악회 안내문에는 기상봉이 아니라 기산봉이라고 적혀 있군요. 그래서인지 인터넷을 검색해 보아도 기상봉보다는 기산봉이라는 이름이 훨씬 많습니다. 그렇지만 필자는 기상봉으로 표기하는 게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산악인들이 바이블로 여기는 산경표에 기상봉이라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산 이름을 기산봉으로 확신한 사람이 어느 등산매니아가 걸어둔 기상봉을 기산봉으로 고친 것도 눈에 뜨입니다. 다음과 네이버 등산지도에도 기산봉 또는 기상봉이 모두 검색되니 매우 헷갈리네요.
기산봉으로 표기한 안내문
능선 삼거리로 되돌아옵니다. 이곳에서 기상봉을 다녀오는데 35분이 걸렸습니다. 군관봉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아까 산행 기점인 직소천과 그 뒤로 새만금 방조제, 나중에 하산지점의 부암댐을 감상합니다. 길섶에 피어 있는 화사한 진달래는 봄의 전령입니다.
직소천 뒤로 보이는 새만금 방조제
부안댐 방면
진달래
드디어 군관봉(294m)인데 정상에는 작은 돌무더기만 있을 뿐 정상 안내문은 찾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곳은 오늘 산행 중 부안호 조망이 가장 멋진 곳입니다. 방금 지나온 기상봉 너머 의상봉의 군사시설물이 머리를 내밀고 있습니다. 기상봉에서 의상봉 쪽으로 갔던 등산객의 말에 의하면 의상봉으로 접근하려고 하자 군 당국이 안내방송으로 접근을 못하게 해서 그냥 하산했다고 하더군요. 따라서 의상봉을 답사하려고 시간과 정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기상봉 뒤로 보이는 의상봉(중앙)
군관봉을 내려서면서 다른 각도에서 부안호를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경사가 상당히 가파르기는 하지만 위험한 구간은 없습니다. 수문처럼 생긴 콘크리트 시설물(여수로 보)이 있는 안부로 내려섭니다. 부안호가 바로 코앞이네요. 맞은 편 언덕사이로 난 등산로를 오릅니다. 오늘 산행을 시작하면서 경험한 리지구간을 제외하고는 가장 경사가 급합니다. 마상봉은 해발고도가 160여 미터에 불과한데 이처럼 경사가 심하니 아무리 낮은 산이라도 섬이나 해변가의 산은 만만치 않음을 실감합니다.
군관봉을 내려서면 본 부안호
안부의 콘크리트 시설물(여수로 보)
안부의 부안호
부안호
마상봉(165m)은 비록 해발고도는 낮지만 산경표에도 등재된 당당한 산입니다. 정상에는 산악회의 안내문이 유일한데 막상 숲으로 인해 조망은 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하산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사철나무가 봄의 흥취를 일깨워 주는 듯 하군요. 우측으로 지나온 군관봉의 허연 바위가 이곳 부안군 변산지방의 멋진 산세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제 부안댐이 바로 지척에 보이네요. 마지막 부안호 조망대에 서서 경치를 감상하고 내려오니 얼굴이 조각된 망향탑입니다. 이곳의 정자는 직소정이로군요. 바로 아래에 직소천이 흐르고 있어 직소정으로 이름을 지었나 봅니다.
지나온 군관봉
부안댐
부안호 조망
망향탑
직소정
계단을 내려서니 부안댐인데 김영삼 대통령의 준공기념 친필휘호 표석이 서 있습니다. 댐 주변을 둘러보고는 물 문화관 내부를 살펴본 후 군막교를 건너니 주차장입니다. 오늘 산행에 4시간이 걸렸습니다. 거리는 6km 남짓했지만 출발시점의 암릉구간을 천천히 올랐고 조망을 감상하느라 시간을 빼앗겼으며 하산지점에서 물 문화관을 둘러보는 듯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낸 탓입니다. 오늘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변산의 3개봉을 답사하면서 부안호의 멋진 경관을 즐겼습니다. 다만 행여나 다음에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벼락폭포 바로 옆 암릉구간을 오르는데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상봉 또는 기산봉으로 통일되지 않은 산 아름은 못내 아쉽습니다.
계단에서 바라본 부안댐
김영삼 대통령 휘호
부안댐
부안댐 물문화간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8년 4월 8일 (일)
▲ 등산 코스 : 직소천 주차장(화장실)-직소천 보-벼락폭포-군관봉 갈림길-기상봉(왕복)-군관봉-안부(여수로 보)
-마상봉-망향탑(직소정)-부안댐-물문화관-군막교-주차장
▲ 산행 거리 : 6.2km
▲ 소요 시간 : 4시간(휴식시간 포함)
▲ 등산 안내 : 기분좋은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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