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봉 능선에서 바라본 웅장한 고리봉
전라북도 남원시 금지면과 대강면의 경계에 있는 고리봉(709m)은 섬진강을 거슬러 남원성의 오수정까지 올라오던 배를 묶어 놓았던 고리(還)가 이 산의 어딘가에 있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산입니다. 고리봉을 기점으로 남쪽으로는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곡성의 명산안 동악산이 있고, 북쪽으로 삿갓봉, 두바리봉, 고정봉, 문덕봉으로 이어집니다. 고리봉은 조망이 좋을 뿐만 아니라 산세도 빼어납니다. 능선의 동서 급사면은 거대한 바위병풍을 연상케 할 만큼 웅장하며, 능선에는 울창한 소나무가 자라는 부드러운 육산과 아기자기한 암릉이 번갈아 어우러지는 명산입니다.
고리봉을 오르는 기점은 여럿이지만 우리는 고리봉 북동쪽에 자리 잡은 매촌마을(남원시 금지면 서매리) 매촌 저수지 앞 매촌경노당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저수지 옆에는 매촌마을을 알리는 대형표석이 세워져 있는데 가야할 고리봉은 삼각형의 모습으로 우뚝 솟아있어 과연 저곳을 무사히 오를 수 있을지 가슴이 설렙니다.
매촌 저수지에서 바라본 가야할 고리봉
매촌 경노당
경노당 뒤쪽의 도로를 따라 갑니다. 큰 느티나무 한 그루가 이방인을 맞아주네요. 길섶에 보이는 초가집은 농어촌 교육장인 매월당입니다. 돌로만 쌓은 담장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군요. 숲으로 들어서니 문덕봉-고리봉 등산 안내도가 있는데 그리 자세하지는 않습니다. 처음 만난 이정표에는 고리봉까지 2.9km라고 적혀 있습니다.
좌측으로 만학골을 끼고 가다가 계곡을 건너니 고리봉 능선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옵니다. 우리는 이 이정표를 보고는 위로 오릅니다. 만학골 방향으로도 등산 리본이 걸려 있지만 일단 고리봉 능선으로 가면 고리봉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탁월한 선택입니다. 왜냐하면 나중에 하산하면서 만학골 방면을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계곡 갈림길 이정표
이제부터 고리봉 정상까지는 계속 오르막입니다. 고도를 높임에 따라 가파른 암릉구간이 자주 나타나는데 여기에 설치해둔 디귿자 형의 안전시설물은 등산객들이 이를 손으로 잡거나 발로 밟고 올라가기에 더 없이 좋은 길잡이입니다. 등산을 다니다보면 전국적으로 여러 종류의 안전시설물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은 재질이 미끄럽지 않아 손으로 잡고 발을 디디는 데 정말 편리합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곳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등산객들의 안전을 주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사용하기가 매우 편리한 안전시설물
고도를 높일수록 가야할 고리봉과 북쪽의 삿갓봉이 잘 보이네요. 급경사에 설치된 나무계단을 보고는 감탄했습니다. 당국에서 등산로를 잘 정비해 두었다는 안도감과 감사함이지요. 위험한 곳은 친절하게도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을 비치해 두었네요. 넓은 바위지대를 뒤로하고 직벽을 오릅니다. 이런 곳은 그냥 로프를 걸어두는 것보다는 아까 칭찬했던 디귿자형 안전시설을 설치해 두는 게 훨씬 잡고 오르기가 좋습니다. 뒤돌아보니 남원시 금지면 지역의 농경지가 드넓게 펼쳐져 있네요.
가야할 고리봉
넓은 바위지대
한 차례 더 로프구간과 안전철책 구간을 통과하니 지도상으로 639봉입니다. 현지에는 이정표가 보이는 데, 고리봉 1.0km, 만학동계곡 1.8km, 상귀3가 4km입니다. 능선에 서서 삿갓봉 뒤로 보이는 문덕봉을 보니 정말 멀게만 느껴지고 가야할 고리봉을 올려다보니 얼마나 험한 길을 견뎌야할지 걱정이 앞섭니다.
가야할 고리봉
삿갓봉 뒤로 보이는 문덕봉
앞에 보이는 작은 봉우리를 넘어가니 만학재입니다. 여기서 우측으로 내려서면 만학골로 가는 길인데 고리봉 정상을 답사한 후 이곳으로 되돌아와 하산할 계획입니다. 이제부터 정상까지는 오르막 외길입니다. 까다로운 곳에는 안전철책과 로프가 걸려 있어 안전한 산행을 도와줍니다. 멀리서 볼 때 삼각봉우리 모습에 어찌 오를지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현장에서 올라보니 아까 고리봉 능선을 오를 때보다 오히려 길이 더 좋아 별로 힘든 줄 모르고 발걸음을 옮깁니다. 마지막 순간 나무계단을 지나면 고리봉 정상입니다.
만학재 이정표
정상에는 아담한 정상표석이 세워져 있는데 묘 1기가 정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정상에 서니 북쪽으로 삿갓봉(629m)이 잘 보이네요. 정상에서 고리봉의 기운을 듬뿍 받은 채 만학재로 되돌아와 좌측 만학골로 하산합니다. 하산길은 골찌기로 이어지다가 계곡을 만나 계곡을 여러 차례 가로지릅니다. 그런데 주위 깊게 관찰하지 않으면 계곡에서 길을 잃게 생겼네요. 따라서 이런 길은 홀로 다니지 말고 언제나 동행인이 있어야 합니다. 밑으로 내려올수록 고리봉 0.7km, 고리봉 1.2km 등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몇 차례 등장합니다. 계곡의 바위가 매우 미끄러운데 원래 바닥이 미끄러운 데다가 바람에 날려온 송화(松花)가루가 바위에 가라앉아 더욱 미끄럽습니다.
북쪽 삿갓봉
고리봉 철쭉
아까 고리봉 능선으로 가느라 한번 지나갔던 길을 다시 만나 익숙한 걸음으로 매천저수지로 돌아옵니다. 오늘 7km도 안 되는 산행에 4시간 이상 걸렸습니다. 고리봉 능선 오름길과 만학골 내림길이 까다로웠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이미 9년 전 금풍저수지에서 출발해 문덕봉∼고정봉∼삿갓봉을 경유해 방촌마을로 하산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고리봉을 답사하지 못한 게 매우 아쉬웠는데, 이번에 고리봉을 답사하게 되어 가슴 뿌듯합니다. 오늘 미세먼지 나쁨단계로 인해 깨끗한 시계를 확보하지 못한 점은 옥의 티입니다. 고리봉은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아도 산세가 멋진 남원의 명산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8년 5월 1일(화)
▲ 등산 코스 : 매촌저수지(매촌마을경노당)-만학골-계곡갈림길-고리봉 능선-639봉-만학재-고리봉(왕복)-만학골-매촌저수지
▲ 산행 거리 : 6.7km
▲ 소요 시간 : 4시간 15분
▲ 산행 안내 : 갤러리 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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