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비학산(飛鶴山, 450m)은 학이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형국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비학산의 등산로는 지난 68년 1.21사태 당시 북한무장간첩단인 김신조 일당의 침투로로 알려진 곳입니다. 파주시가 최근 이곳을 정비하여 산림욕장과 등산코스로 개방하면서 주말마다 많은 등산객이 찾고 있습니다.
등산기점은 파주법원도서관 앞입니다. 서울지하철 구파발역 2번출구에서 31번 버스를 타면 됩니다. 도로입구에는 초리골 표석과 두루뫼박물관 이정표가 있습니다.
파주 법원도서관
초리골 등산로 입구
도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갑니다. 왼쪽에 위치한 범바위라는 이름의 아담한 음식점을 지나니 승잠원이라는 한식집이 반겨줍니다. 메뉴를 보니 20,000∼60,000원입니다. 물론 서민용으로 7,000∼12,000원 짜리 메뉴가 있기는 하지만 고급식당에 들어가서 보통음식 주문하면 괜히 뒷골이 아픕니다.
범바위 식당
승잠원 식당
조금 더 가니 초계탕집니다. 초계탕은 뼈 째 토막 친 닭고기를 잘게 썬 쇠고기와 함께 끓여서 식힌 다음, 오이 및 표고 따위를 볶은 것과 함께 초를 쳐서 먹는 여름음식의 하나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 초리골에는 맛난 음식점이 많습니다.
초계탕 식당
초계탕을 상징하는 닭
법원읍 삼림욕장 안내지도를 뒤로하고 교량을 건너 산 속으로 들어섭니다. 가파른 오르막에 통나무로 계단을 조성해 놓았네요. 그 위쪽에는 쇠말뚝에 로프가 매어져 있습니다. 파주시가 삼림욕장을 조성하려고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입니다.
초계탕집 옆 교량
가파른 등산로
암산 정상에는 정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짙은 안개로 인하여 조망은 전혀 할 수 없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정자에서 비학산으로 가려면 어느 방향인지 이정표가 없다는 것입니다. 현지 주민들이야 길을 잘 알겠지만 외지인은 헷갈리기 때문입니다.
암산의 정자
우리는 좌측의 통나무 계단을 내려옵니다. 부드러운 능선을 한참 가노라니 무장공비(김신조) 침투로입니다. 이곳은 지난 68년 1월 북한무장간첩단인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폭파와 요인암살을 목적으로 침투할 때 숙영한 곳입니다.
무장공비 김신조 침투로
독자들은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습격 미수사건을 얼마나 알고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이 사건은 1968년 1월 21일 북한 민족보위성 정찰국 소속인 124군부대 무장게릴라 31명이 청와대를 기습하기 위해 서울에 침투하였던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북한의 비정규전에 대비하기 위해 향토예비군을 창설했습니다.
조금 더 가니 은굴입니다. 은굴은 1900년도 초반 일제강점기 때 은을 채굴하던 곳으로 채광 중 붕괴사고로 수 십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고 합니다. 그 후 1960년대 은채취를 하다가 폐광이 되었으나 빈번한 간첩침투로 인하여 군부대에서 입구를 폐쇄하였습니다.
은 굴
지나가는 길목에는 이정표를 세워두고 비록 미흡하지만 종이에 현 위치를 표기하여 길손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르막에는 거의 예외 없이 앉아서 쉴 수 있는 통나무를 세워 두었고 삼거리에는 평상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가을의 진객인 야생화 용담을 카메라에 담고는 발걸음을 옮기니 대피소입니다.
친절한 이정표
용 담
들국화(산국)
쉼터의 원목 의자
삼거리 대피소
이곳은 바로 비학산과 장군봉의 갈림길이지만 정작 비학산 가는 길의 안내는 없습니다. 그 대신 <먼내 안개목이 방향>이라고 씌어져 있습니다. 오른쪽의 비학산을 향해 갑니다. 안부에서 오르는 길이 제법 가파릅니다.
비학산 갈림길 이정표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랐지만 역시 아무런 표석이나 이정표가 없습니다. 그 대신 오래되어 사용이 불가능해 보이는 군부대의 벙커만 있을 따름입니다. 비학산은 산 이름도 좋고 또 이 주변에서 가장 높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정상에도 그리고 등산로에도 비학산이라는 이름을 한번도 발견하지 못했으니 정말 아이러니 합니다. 파주시에서 이런 점을 감안하여 좀 개선해 주기를 바랍니다.
조금 더 진행하니 헬기장이고 그 너머는 바위전망대입니다. 날씨만 좋으면 조망이 좋을 텐데 안개로 인하여 희뿌옇습니다.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초리골
바위전망대
다시 대피소 옆 삼거리로 되돌아와 장군봉으로 진행합니다. 그러나 이정표는 장군봉(405m)대신 장군바위뿐입니다. 장군봉에도 역시 아무런 표식이 없습니다.
장군바위에 도착하니 우리를 반겨주는 것은 전망대 데크입니다. 직벽의 바위인 장군바위 위에 전망대가 서 있습니다. 바위의 비경이 감추어진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배낭을 내려놓고 쉬어가기는 안성맞춤입니다. 여기서 점심을 해결합니다.
장군바위 전망대
이제는 매바위로 갈 차례입니다. 거리는 2.9km이지만 거의 내리막이라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매바위 갈림길에 왔지만 매바위를 알리는 이정표는 없습니다. 이 산의 등산로에 이정표는 많지만 꼭 필요한 곳에는 이정표가 없는 게 문제입니다. 그래도 오늘은 이 산의 등산로를 잘 아는 산악회 측에서 안내를 한 덕분에 불편 없이 산행을 합니다.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조금 들어가니 매바위입니다. 약간 멀리서 보면 매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형상이라고 하는데 가까이에서는 분간이 잘 안됩니다. 암봉으로 오르니 북쪽의 산줄기가 잘 보입니다.
매바위
매바위 꼭대기의 조망
다시 삼거리로 나와 초리연 길로 하산합니다. 초리연도 음식점입니다. 두루뫼 박물관을 지나 도로를 따라 걷습니다. 도리깨질을 하고 있는 아낙네들을 보노라니 고향생각이 납니다.
초리연 이정표
도리깨질을 하는 아낙네들
도로변에는 반듯한 집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서울이 가까워서인지 음식점과 펜션이 더러 보입니다.
오전에 지나쳤던 초계탕 집의 수도에서 땀을 씻은 후 법원도서관으로 나와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비학산은 산세도 별로 특징이 없고 안개로 인해 그나마 조망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무장간첩 김신조일당이 지나간 길을 한번 답사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을 것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08년 10월 15일 (수)
△ 등산 코스 : 법원도서관-초계탕집-암산 정자-김신조 루트-은굴-대피소 삼거리-비학산-
대피소-장군바위-매바위-초리연-두루뫼박물관-법원도서관
△ 산행 시간 : 6시간 8분(점심, 휴식시간 포함한 널널 산행)
△ 등산 안내 : 백두산악회(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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