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산악회를 따라 서울 근교산 산행에 나섰습니다. 산행대상지는 서울의 동쪽 남한강 아래 광주시, 여주군, 양평군에 걸쳐 있는 앵자봉(667m)과 양자산(710m)입니다. 앵자봉은 꾀꼬리가 알을 품고 있는 산세라 하여 꾀꼬리봉으로 불리다가 한자로 표기할 때 앵자봉이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각시봉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이는 마주보고 있는 양자산을 신랑산으로 보고 두 산을 부부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부가 함께 오르면 부부금실이 좋아진다는 전설도 전해집니다.
등산버스는 광주군 퇴촌면의 천주교 발상지인 천진암 방향으로 가다가 서울강동교 심신수련원 앞에 정차합니다. 장거리산행과 동일한 시각에 등산버스가 출발하여 산행들머리에 도착한 시각은 아침 8시 40분입니다.
교량 건너 좌측에는 한옥건물이 아름다운 전통찻집인 "천년찻집"이 있고, 인근 송림가든의 처마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데 아마도 인위적으로 물을 뿌린 듯 합니다.
천년찻집
고드름
안으로 들어가 강동고 심신수련원을 지나니 서울시 학생교육원 퇴촌야영훈련장입니다. 관리인이 일반인의 출입금지라며 되돌아가라고 하지만 그냥 종종걸음으로 통과하겠다고 사정하고는 숲 속으로 들어섭니다.
퇴촌야영교육장 안내도
살아 있는 나무에 대못을 박고 쇠줄을 이러 저리 매어 놓은 극기훈련장을 보고는 모두들 혀를 찹니다. 교육당국에서 저지른 이런 반환경적인 작태를 보고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지 걱정됩니다. 학생극기훈련장을 지나 희미한 등산로를 따라 갑니다. 과거에는 길이 있었지만 야영장 측에서 통행을 막아 최근에는 별로 다닌 흔적이 없어 잡목이 길에 엉켜 있습니다. 야영장을 통과한지 약 40분만에 주능선의 좋은 등산로와 만납니다.
극기훈련장 시설물
여기서 조금 더 가니 관산(555m)입니다. 사실 관산에 오르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이정표를 보니 여기서 앵자봉까지는 6km로 2시간 이상 가야합니다. 이곳 관산을 거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오늘 산행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나중에 확인한 사실이지만 앵자봉과 양자산을 종주하려면 천진암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관산 정상
관산을 내려오니 사거리 갈림길 안부입니다. 마름모형의 철판을 세우고 붉은 바탕에 흰 글씨로 이정표를 만들어 놓은 게 매우 특이합니다.
특색있는 이정표
무갑산 갈림길에서 좌측의 소리봉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오르막에는 안전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낙엽이 쌓인 미끄러운 길에 도움이 됩니다. 송전철탑을 지나 내려서는 부드러운 능선에는 석축이 쌓여져 있습니다.
오르막 보조로프
석축이 있는 길
막상 소리봉(612m)에 올랐지만 삼각점 외는 아무런 이정표가 없습니다. 소리봉을 지난 삼거리 갈림길의 등산안내도를 보고 위치를 확인합니다.
능선의 우측으로 이스트밸리 컨트리클럽이 보이는데, 아무리 평일이라지만 라운딩을 하는 골퍼들이 별로 보이지 아니합니다. 확실히 불경기인 것만은 틀림이 없습니다.
이스트밸리 골프장
좌측으로 천주교 천진암 성지가 내려다보입니다. 이곳에 세계최대규모의 성전을 짓는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착공도 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전진암 부지
오르막을 힘주어 내딛으니 드디어 앵자봉(667m)입니다. 광주시에서 세운 표석과 등산안내도, 주변조망 안내도, 이정표가 세워져 있습니다. 조망안내도를 보니 지나온 관산이 까마득한데, 중국에서 흘러온 황사가 하늘을 뒤덮고 있어 시계가 매우 불량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아니합니다. 가야할 양자산도 그 형체만 흐릿하게 감지됩니다.
앵자봉 정상
흐릿한 조망
이제 양자산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두 번째 헬기장에서 우측으로 내려섭니다. 여기서 양자산까지는 3시간이 소요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대형 송전철탑공사장에서 좌측으로 내려서야 합니다. 이곳에 아무런 이정표가 없기 때문에 선두그룹도 후미그룹도 바로 직진하다가 낭패를 당한 곳입니다.
헬기장
공자장 불도저
지금까지 이정표가 잘 정비된 것으로 보아 공사를 하느라고 인부들이 이정표를 한쪽으로 치웠을 가능성도 큽니다. 그런데 산길을 잘 모르는 인부들이 등산객에게 엉뚱한 방향으로 길을 잘못 알려주는 사례도 있습니다.
좌측으로 내려서서 능선을 따라가니 낙엽이 유난히도 많이 쌓인 길로 연결됩니다. 내리막에 설치된 목책(木柵)을 잡고 고도를 낮춥니다. 길섶에는 자작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등 나무의 이름표를 걸어두어 나무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낙엽길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
자작나무 이름표
송전철탑에 도착하여 가야할 양자산을 바라보니 아득합니다. 탈출이 가능한 고개에서 여러 명이 우측의 상품리 방향으로 하산하지만 글쓴이를 포함한 몇 명은 양자산으로 갑니다. 앞으로 또 언제 이곳을 다시 찾을지 모르기 때문에 다소 힘들더라도 답사하고픈 마음 때문입니다.
가야할 양자산 능선
이미 두 개의 산을 답사했기에 오르는 발걸음이 무척 무겁습니다. 후미그룹도 모두 탈출했다는 소식에 더욱 맥이 빠집니다. 낙엽이 쌓인 깔딱 오르막은 자칫 잘 못하면 뒤로 자빠질 정도로 경사가 급합니다.
송전철탑을 지나가니 드디어 양자산(710m) 정상입니다. 조망이 터지는 북쪽으로 보이는 것은 황사뿐입니다. 이곳은 양평군 강상면과 강하면 그리고 여주군 산북면의 경계를 이룹니다. 양자산(楊子山)은 양평쪽에서 남한강을 건너 바라보면 항상 버드나무와 함께 이 산이 보여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라고 합니다.
양자산 안내도
양자산 표석
이제 부지런히 하산할 차례입니다. 능선을 따라가다가 우측으로 빠집니다. 이정표가 없는 곳에서 옆으로 빠져 고생하지 않은 적이 없어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등산로가 거의 보이지 않는 낙엽 길을 겨우 발자국 흔적만 보고 내려가는데 뒤돌아 올라가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옵니다. 우려는 그대로 현실이 됩니다. 알바도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힘들어 오른 길은 내려가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겨우 내려온 길을 다시 오름은 바로 죽음입니다.
갈 길이 바쁜 처지에 30분 동안 알바를 하고 나니 더욱 맥이 빠집니다. 신발마저 발가락이 앞쪽에 닿아 상당히 아픕니다. 이럴 경우 내려가는 길은 당연히 힘듭니다. 능선을 따라 계속 가다보니 임도와 연결되고 드디어 하품교입니다.
산행날머리 교량
오늘 산행에 6시간 이상 소요되었습니다. 당초 두 개의 산을 타려고 나와 3개의 산을 종주한 것은 이외의 소득이지만 요즘 등산로에는 낙엽이 지천으로 깔려 있어 발걸음이 조심스럽기 때문에 장거리 산행은 무리입니다. 특히 동절기에는 무엇보다도 무리하지 않는 안전한 산행을 실천해야하겠습니다.
≪산행 개요≫
△ 등산 일자 : 2008년 12월 10일 (수)
△ 등산 코스 : 강동고 수련원-퇴촌야영장-관산-소리봉-앵자봉-송전철탑공사장-고개길-양자산
-능선-용담천 하품교
△ 산행 시간 : 6시간 15분
△ 등산 안내 : 산악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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