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아들만 둘을 두었다고 하면 노후가 참 힘들겠다고 말하는 사람을 자주 봅니다. 이는 딸은 나중에 출가 후에도 부모를 잘 모시는데 비하여 아들은 좀 무관심하다는데서 전해진 것 같습니다.
사실 아들만 둘을 키우느라 아내는 거의 파김치가 되었습니다. 덩치가 워낙 큰 녀석들이라 더욱 그러합니다. 그렇지만 딸이 많은 집안에서 자란 아내는 이 두 아들을 무척이나 대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가 달라서인지 부모가 마음먹은 데로 자식은 잘 따라주지 않는데 있습니다. 특히 큰 녀석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공부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대입준비를 위해 한창 공부할 중요한 시기에 펌프(pump)대회에 나가 입상하기도 했습니다. 펌프라는 것은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지만 이 녀석이 고등학교 시절에는 엄청 인기를 끌던 일종의 댄스스포츠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고등하교 졸업 후에도 당연히 대학을 갈 수가 없어 재수를 했습니다. 재수를 앞두고 글쓴이가 이 녀석에게 보낸 편지가 바로 블로거뉴스에도 소개한 바 있는 "재수를 앞둔 아들에게 보낸 아비의 편지"라는 글입니다.
그러나 이 녀석은 정규 4년제 대학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2년제 전문대학을 나와 빨리 일자리를 잡아 돈벌이를 하면 되지 무엇 때문에 4년을 대학에서 공부하며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느냐고 했습니다.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부모님은 걱정 말라면서 말입니다. 이와 같은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었으니 재수하는 황금 같은 시기에도 공부보다는 컴퓨터게임에 열중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공부라는 것은 당사자가 스스로 깨우쳐야지 주위에서 하물며 부모라도 본인이 싫다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이 녀석은 재수 후 수도권의 한 과학대(2년제)에 입학하여 1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하였습니다.
2년 간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하여 1학기가 끝날 때까지도 공부는 하는 둥 마는 둥 해서 학점도 엉망이었지요. 그러다가 1학기말 현장실습을 나갔습니다. 한 중소기업체에 들어가 실습을 하게 되었는데, 이 때 비로소 이 녀석이 지금까지 자신이 잘못 생각했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회사에 가보니 대졸자와 전문대 졸업자와의 엄청난 차별을 눈으로 직접 목격하게 된 것입니다. 보수수준은 말할 것도 없고 담당업무도 전문대졸업자는 허드렛일만 하는 현실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입니다. 이 때 비로소 "이래서는 안되겠다. 그 동안 부모님의 말씀이 옳았다"고 자각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대학 3학년으로 편입하는 것입니다. 나이 25세에 뒤늦게 철이 든 것입니다.
평소 2년제 대학에 다니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나와 아내는 기꺼이 녀석이 편입시험 보는데 동의합니다. 그러나 당시까지의 성적이 엉망이므로 마지막 학기에 그 동안 성적이 좋지 않은 몇 과목을 추가로 수강 신청하여 낑낑거리며 공부했습니다.
졸업 후 1년 동안 편입시험 공부를 열심히 한 녀석은 금년 초 비록 SKY 대학은 아니지만 두 번째 그룹에 속하는 대학의 편입시험에 합격하여 현재 잘 다니고 있습니다. 이 녀석은 전공이 컴퓨터공학입니다.
하루는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 컴퓨터를 켜니 부팅이 안 되는 것입니다. 아마도 응용프로그램에 바이러스가 침투한 것 같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컴퓨터 수리공을 불러 하드웨어를 포맷했을 것입니다. 그리하면 모든 소프트웨어는 다 날아가 버려 필요한 프로그램을 일일이 새로 설치해야 합니다.
학교를 다녀온 녀석이 컴퓨터를 만지더니 다운된 프로그램을 감쪽같이 복원해 놓습니다. 27년 간 키워서 처음으로 자식 덕을 본 순간입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PC방에서 10시간 아르바이트하느라고 밤을 새우고 낮잠을 자는 녀석을 볼 때 대견한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마음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이제 이 녀석에 대한 걱정은 한시름 놓았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방황하다가 제 자리로 돌아왔으니 남은 학창생활을 뜻 깊게 보내고 새로운 인생을 활기차게 시작할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 우리나라에는 고등하교 또는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산업현장에서 땀흘려 일하는 역군들이 많을 것입니다. 위 글은 아들녀석이 실습현장에서 느꼈던 생각을 옮긴 것으로 이들을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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