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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과 남원에 걸쳐 있는 책여산(冊如山)은 책이 쌓여 있는 바위가 있어 지어진 이름인데 채계산이라고도 불리는 미지의 산입니다. 그러나 전북순창에서는 회문산(803m) 및 강천산(584m)과 함께 순창의 3대 명산으로 불려질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능선에는 새들도 위태로워서 앉기를 꺼려했다는 아슬아슬한 칼바위와 송림이 한데 어우러진 암릉이 설악산의 용아장성 축소판을 방불케 하는 산입니다. 

산행들머리인 섬진강 변의 적성교를 찾아가는 길도 매우 헷갈립니다. 88올림픽 고속국도 남원IC를 빠져 나온 등산버스가 이리저리 돌아 적성교를 겨우 찾아갑니다.(11:50). 

무량사 표석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니 채계산을 알리는 안내도가 있지만 비닐 코팅이 훼손되어 정말 볼품이 없습니다. 순창지방의 3대 명산이라고 하면서 안내도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관계당국이 원망스럽습니다.
 
적성교 인근 무량사 입구

형편없는 안내도


여기서 그만 실수를 저지르고 맙니다. 선두대장을 따라 그냥 무량사방면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입니다. 여기서 실수란 백발노인의 형상을 닮았다는 화산옹바위를 보지 못한 것을 말합니다. 후미대장을 따라간 사람들은 모두 이 바위를 보았다고 합니다. 선두로 가는 사람들은 경주를 하듯 앞서가려는 심리가 문제입니다.

무량사는 사찰이라기 보다는 그냥 시골의 폐가를 연상시킵니다. 관리동인 듯한 건물처마에 걸려 있는 곶감만 없었더라면, 그리고 진돗개를 닮은 개 한 마리가 이방인을 보고 목놓아 짖지만 않았더라면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위쪽 언덕에 서 있는 손바닥만한 대웅전은 소꿉장난 바로 그것입니다.

관리동의 곶감

성냥갑 같은 대웅전


무량사를 지나 경사면을 치고 오르니 우측에 조그만 굴이 하나 보입니다. 바로 금돼지굴입니다. 이 굴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합니다.

금돼지굴


『새로 부임한 고을 원님의 부인이 자주 실종되자 한 지혜 있는 원님이 부인의 치마허리에 명주실을 달아 두었다. 얼마 후 갑자가 일진광풍이 불면서 정신이 혼미해진 원님이 깨어 보니 부인이 없어져서 명주실을 따라 행방을 찾아보니 채계산의 굴쪽이었다. 수색대와 같이 올라가 보니 금돼지가 원님의 부인을 희롱하고 있었다. 부인이 금돼지에게 가장 싫어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은 즉 사슴가죽이라고 했다. 원님은 사슴가죽으로 된 장롱 열쇠 끈을 돼지 몰래 부인에게 전해 주었다. 부인이 이를 금돼지의 코에 넣었더니 돼지는 그 자리에서 죽어 버렸다.』(자료 : 채계산 안내문).

이 굴을 뒤로하고 좌측의 능선을 따라 오르니 높은 봉우리인데 이정표에는 금돼지굴봉(322m)이라고 적혀 있습니다.(12:22). 정상에는 표석 대신 한 기(基)의 무덤과 비석이 있습니다. 북동쪽으로 조망이 터지는데 가야할 북쪽의 책여산이 삼각추처럼 뾰족합니다.

금돼지굴봉의 무덤

                           가야할 순창 책여산


철계단을 내려와 안부를 지나 다시 오릅니다. 송림사이로 부드러운 길이 정상까지 이어집니다. 중간 쉼터에 피크닉 의자까지 비치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또 다시 철계단을 이용해 오른 정상에는 돌탑 옆에 순창의 산악회에서 세운 책여산 정상(342m) 표석이 있습니다.(12:45). 이 봉우리는 화산(송대봉)이라고도 합니다.

책여산 오름 길의 피크닉 테이블

책여산 표석


남쪽으로는 방금 하산한 금돼지봉이 우뚝하고 북으로는 가야할 암봉이 매우 위압적인 자세로 버티고 서 있습니다. 이 산 능선의 서쪽으로는 적성들판의 바둑판 같은 곡창지대가 드넓게 펼쳐져 있고, 호남의 젖줄인 섬진강이 유유히 굽이쳐 흐릅니다. 남쪽의 산불감시초소가 전망을 다소 방해하지만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산불감시초소 뒤로 방금 지나온 금돼지굴봉(좌)과 섬진강

가야할 북쪽의 암릉길

섬진강과 적성들판의 곡창지대


정상을 내려와 안부를 지나 세 번째 봉우리를 오릅니다. 드디어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인 암릉길이 시작됩니다. 그래도 험한 능선에는 로프가 매달려 있음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진행함에 따라 때론 두 팔과 두 발을 이용하여 마치 거미처럼 바위를 타고 넘습니다. 새도 앉기를 꺼려했다는 능선을 사람이 넘으려니 오금이 저립니다.

암릉길

뒤돌아본 섬진강

가야할 스릴넘치는 암릉길


신기하게도 바위가 모두 서쪽인 섬진강을 향해 뻗어 있는데 서쪽은 천길 벼랑입니다. 앞서 가는 사람을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을 벌렁거리지만 막상 통과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접근을 삼가야겠습니다.

암릉을 응금응금 기어 내려오는 등산객들

뒤돌아본 암릉과 섬진강


날카로운 바위 능선을 한참 동안 엉금엉금 기어가노라니 드디어 위험한 암릉 길이 끝나고 내리막입니다. 순창과 적성을 잇는 24번 국도가 지나가는 괴정 삼거리에서 괴정교를 건너 우측으로 진입합니다. 암벽 밑 산기슭에 돌집이 있지만 준공도 되지 않은 듯 합니다.(13:40). 

 가야할 남원 책여산

산기슭의 돌집


교량 쪽에서 좌측의 등산로로 들어섭니다. 길이 매우 가팔라 중간에 다리품을 쉽니다. 오르면서 하산한 길을 뒤돌아보니 저 길을 어찌 내려 왔는지 모를 지경입니다.

뒤돌아본 지나온 순창 책여산의 위용


두꺼비 세 마리가 나란히 상체를 들고 서 있는 두꺼비 바위를 지나자 남원 책여산(361m)입니다(14:30). 아까 지나온 순창 책여산보다는 해발고도가 높습니다. 그러나 정상에는 아무런 이정표도 없습니다. 그 대신 자연석의 바위에 누군가 책여산이라고 써 놓은 글씨가 희미합니다. 순창보다 남원쪽 사람들은 이 산에 대한 애착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두꺼비 바위



남원 책여산 정상(희미한 글씨)


정상을 지나 북쪽으로 이어진 능선을 따라 가다가 감나무 밭을 통과하여 하산합니다. 논두렁길을 따라 가다가 섬진강의 지류인 오수천에 놓인 구송정2교를 건너니 구송정체육공원에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15:30). 

 오수천


산악회서 제공하는 식사를 하고는 공원을 한 바퀴 둘러봅니다. 무엇보다도 남근석과 여근석 조형물을 마주보게 만들어 "탄생"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은 게 눈길을 끕니다.
 

남근석과 여근석 조형물


설악산의 용아장성은 미답의 산입니다. 공룡의 이빨을 닮아 등산객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꿈의 능선이지만 안전시설이 부족하고 위험하여 일반인들의 등산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용아장성의 축소판이라는 책여산을 답사했습니다. 서쪽으로 굽이치는 섬진강을 산행 내내 바라보면서 네 개의 가파른 봉우리를 오르내렸습니다. 아슬아슬한 칼바위도 있었지만 해발고도 350m 내외의 산으로 이처럼 빼어난 조망을 선사하는 산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감히 단언합니다.  

섬진강에서 피어오른 안개가 해무(海霧)로 변해 주변을 덮고 있어 선명한 조망은 못 보았지만 그래도 은은하게 보이는 산야와 섬진강의 형상은 여기가 진정 속세인지 선계(仙界)인지 모를 정도로 황홀했습니다.

다만 후답자를 위해 무량사 입구의 형편없는 등산안내도를 개선하고, 화산옹바위 안내 이정표를 세워 누구든 이를 알게 하며, 남원 책여산 정상에 반듯한 정상표석을 설치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08년 11월 23일 (일)
△ 등산 코스 : 무량사-금돼지굴-금돼지굴봉-안부-책여산(순창)-안부-암릉지대-괴정교-
                    두꺼비바위-책여산(남원)-밤나무단지-구송정체육공원

△ 등산 거리 : 7.2km
△ 소요 시간 : 3시간 40분
△ 등산 안내 : 안전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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