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서울을 남쪽에서 감싸고 있는 관악산은 불의 산이다. 관악산의 불기운이 워낙 강해서 이를 누르기 위해 숭례문(남대문)을 지을 때 그 현판을 세로로 제작하여 걸었다. 그렇지만 숭례문은 지난해 한 정신장애자에 의해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다.
관악산과 나란히 있는 청계산이 부드러운 육산(肉山)인데 비해, 불의 산인 관악산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암산이다. 그러다 보니 관악산에는 희한한 이름이 붙은 기암이 많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만 열거해 보면 열녀암, 바둑이바위, 돼지바위, 개구리바위, 해태바위, 고래바위, 명상의 얼굴바위, 달팽이바위, 낙타바위, 자는 바둑이 바위, 번뇌얼굴바위, 악어바위, 물개바위, 사자바위, 독수리바위, 주먹바위, 목탁바위, 물고기바위, 강아지바위, 토끼바위, 곰바위, 거북이바위, 달마대사바위, 불독바위 등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을 지경이다.
글쓴이가 답사한 기암 중에서 명품바위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4개의 바위를 소개한다. 산을 다니며 이런 바위를 감상하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1. 관악산 정상의 불꽃바위
관악산 정상의 불꽃바위는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모습을 보려면 연주암(깔딱고개) 방향에서 보아야 한다. 최근에 가보니 하산 길 계단에 반 원탁형의 전망대를 설치해 놓아 조망을 하기에 매우 편리하다. 이 불꽃바위는 관악산을 대표하는 것으로 관악산을 소개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얼굴마담이다.
깔딱고개 방향에서 바라본 관악산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불꽃바위
전망대의 안내도
불꽃바위 위의 암자는 연주대라고 한다. 고려 멸망 후 뜻 있는 인사들이 이곳에 들러 망한 왕조와 충신열사를 연모했다는 설과 조선 태종의 두 아들인 양녕대군과 효령대군이 왕위에 대한 미련으로 왕궁을 바라보았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 암자에 가보면 연주대 대신 응진전이란 현판이 붙어 있다.
불꽃바위 위의 응진전
글쓴이는 이곳에 올 때마다 불꽃바위 위에 연주대(응진전)가 없었더라면 얼마나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했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2. 팔봉능선의 왕관바위
관악산 팔봉능선은 육봉능선과 함께 아기자기한 바위의 오르내림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등산객들의 인기를 받고 있는 코스다. 팔봉 중 2봉에서 3봉으로 오르다가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바로 눈앞에 왕관바위(금관바위)의 웅장한 자태(雄姿)를 보게된다. 주 등산로를 따라 그냥 지나가면 이 바위를 가까이서 보지 못한다.
필봉능선의 2봉인근에서 바라본 왕관바위
대자연이 아니고 누가 이토록 아름다운 바위를 조각하겠는가! 신라의 금관을 닮았는데, 어린이들이 학예회나 운동회 때 종이를 잘라 만든 머리에 쓰는 모자도 바로 이 형상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꼭 타오르는 횃불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다.
왕관바위의 위용
밑으로 내려가 반대편에서 바라보는 바위의 모습은 엄지손가락을 꾸부린 채 다른 손가락을 모두 펴고 두 손을 마주하고 있는 형상(두 손 바위)이다. 꼭 화합의 상징 같으므로 이 쪽에서 바라보면 "화합바위"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반대편에서 보면 두 주먹 바위(손가락 바위)
3. 사당능선 관악문의 한반도지도바위
사당역에서 남쪽으로 정상인 연주대까지 이어진 능선이 사당능선이다. 이 능선도 매우 인기 있는 등산로중의 하나이다. 연주대 정상의 철탑이 빤히 보이는 높은 곳에 다다르면 관악문을 통과하게 된다.
관악문
관악문을 통과한 후 뒤돌아보면 한반도 지도모습을 한 큰 바위가 관악문 위에 웅크리고 있다. 여러 개의 바위가 포개어진 무리 중 맨 위에 우리나라 지도모습의 바위가 있음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한반도 지도바위
기암 사이로 보이는 지도바위
4. 사당능선의 누워있는 남근석
사당역에서 산행을 시작해 국기봉을 지나고 한참을 가면 하마바위 이정표를 만난다. 바위가 엄청 큰데 아무리 주위를 기우려 둘러보아도 하마의 모습은 발견할 수 가 없다. 하마바위를 지난 다음 큰 암봉에 오르면 남쪽으로 마당바위가 바라보인다. 이 암봉에 남근석이 숨어 있다.
암봉 위에 오른 후 마당바위 방향으로 몇 걸음 옮기다가 좌측으로 내려다보면 그기에 남근석이 누워있는 것이다. 위쪽 두 개의 둥근 바위는 고환이고 길게 뻗는 바위는 남근으로 보면 된다. 남근을 위에서 본 것이 아니라 밑에서 본 모습이다.
옆에서 보면 평범한 남근바위(우측 둥근 모습이 고환 형상)
위로 올라가 내려다 본 남근석
방향을 살짝 틀어 본 모습
그러나 다른 방향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바위일 뿐이다. 이 남근석은 돌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누워있기에 쉽사리 사람 눈에 띄지 아니한다. 위에 소개한 다른 세 개의 바위는 규모도 엄청 크고 또 잘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따라서 이를 명품 바위 속에 넣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그 생긴 모습이 사실적이어서 포함시켰다. 여러분도 사당능선에 오를 경우 숨은 그림 찾기를 해보기 바란다.
맞은 편 산 봉우리를 바라보면 쉽게 찾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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