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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로에 줄지어선 등산행렬

 움직일 수 없는 등산인파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설경을 찾는 등산인파가 전국의 주요 설경명승지로 모여듭니다. 강원도 태백산과 대관령지방, 전라도 덕유산 그리고 제주의 한라산은 혹한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초만원을 이룹니다. 글쓴이는 지난 10년 간 등산에 심취한 이래 이미 대부분의 설경명산을 다녀왔지만 또 다시 환상적인 눈꽃과 상고대(바람서리꽃)가 눈앞에 어른거려 그 유혹을 참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장소를 잘못 선택할 경우 그야말로 등산길은 고생길이 되기에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 남덕유산을 가기로 했습니다. 남덕유산(1,507m)은 해발 1,500m가 넘는 고산으로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장쾌한 능선에 솟아 있으며, 마주 보고 있는 장수덕유산(서봉)과 쌍벽을 이룬 채 거침없는 조망을 선사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덕유산(1,614m)의 명성에 가려져 찾는 사람이 적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등산버스를 타고 산행들머리인 영각사 앞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맑은 날씨에 기온마저 상승해 등산을 하기에는 최상의 조건이라 보무도 당당히 등산로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런데 등산로에는 이미 등산객들이 일렬로 늘어서 지체와 서행이 계속됩니다. 조금 밀리다가 고도를 높일수록 정체가 풀리리라고 생각한 것은 큰 오산입니다. 풀리기는커녕 점점 더 밀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끝없이 늘어선 등산객들의 행렬


글쓴이는 이미 설악산 단풍산행과 태백산 눈꽃산행을 나섰다가 몸서리치는 지체를 경험한 적이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부분 정체가 풀렸습니다. 따라서 위쪽으로 올라가면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왜냐하면 위로 갈수록 문제가 더 꼬인 것입니다.


 줄지어 오르는 등산객들

 

영각재에 오르니 이곳은 러시아워의 서울지하철 신도림역을 연상케 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려 있습니다.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과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좌측으로 몸을 돌려 세워 기다립니다. 긴 줄은 거의 움직일 줄을 모릅니다.

가끔 거꾸로 내려오는 사람들은 지금 이 상태로는 도저히 올라갈 수 없으니 그냥 뒤돌아 가라고 종용합니다. 그러나 되돌아가는 일도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좁은 등산로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서 있는 틈을 비집고 내려가는 일도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이 등산로 아닌 옆으로 붙어 자꾸만 새치기를 하는 바람에 1∼2줄로 가던 길이 때로는 6∼7줄로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다시 1∼2줄로 좁아지면 먼저 나서려고 밀치는 등 극심한 이기심으로 혼란스럽습니다. 도로교통정체 시 자동차가 끼어 드는 것과 전혀 다름 바 없는 혼란이 계속됩니다.

첫 번째 오르막 계단에 도착하여 상당히 오랜 시간을 기다립니다. 문제는 좁은 철계단입니다. 물론 매우 힘들여 건설했겠지만 적어도 사람이 오르고 내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계단의 폭이 너무 좁아 겨우 일방통행 밖에 안 된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철계단 아래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간신히 계단을 올라와 바위 위에 섭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는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사람들과 뒤엉켜 전혀 움직일 줄을 모릅니다. 사람들의 입에서는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약 30m를 움직이는 데 무려 30분 이상 소요됩니다. 사람이 이토록 많이 몰린 것에 대해 혹자는 국립공원입장료를 폐지한 것이 원인이라고 합니다. 적어도 입장료를 받는다면 방문객도 줄어들 것이고 또 공원관리요원을 배치하여 정상에서 하산하는 등산객을 다른 방향으로 가도록 유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가야할 철계단 암봉 


 

맞은 편 가야할 철계단에는 지체가 없는데 바로 앞쪽의 상황은 알 수가 없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움직일 줄 모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파른 경사에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만한 공간밖에 없는 소위 외길입니다. 어렵사리 이곳을 통과하여 세 번째 전망대에 오르니 덕유산의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물결칩니다. 삿갓봉과 무룡산을 너머 덕유산의 정상이 아련하게 보입니다.

 하염없이 서서 기다라는 사람들


 뒤돌아본 지체능선


 가야할 공포의 철계단 구간


 움직일 수도 없는 지체구간


 가야할 남덕유산 정상


 삿갓봉과 무룡산 너머 보이는 덕유산 정상


 뒤돌아본 조망대 암봉


      

이제부터는 정체가 완전히 풀렸습니다. 뒤돌아보면 지금도 꼼짝을 못한 채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이 애처로워 보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남덕유산 정상에 오릅니다. 정상까지의 거리가 3.4km이기 때문에 평소 2시간이면 오르는 길을 오늘은 그 두 배인 4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지나온 암봉 구간


 정상의 인파


정상에는 힘들여 오른 사람들이 반듯한 정상표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느라고 아우성입니다. 글쓴이는 그 틈새를 노려 겨우 풍경사진 한 장만 찍었습니다. 사방팔방으로 터지는 조망은 일품이지만 덕유산의 정상인 향적봉처럼 큰 나무도 없고, 또 갑자기 따스해진 날씨 탓에 잡목에도 눈꽃은 물론 상고대도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소백산이나 대관령처럼 바람이라도 세게 불면 상고대가 형성되겠지만 오늘은 바람마저 잠잠합니다.


 남덕유산 정상

 북쪽의 무룡산과 덕유산 능선


 장쾌한 덕유산 능선


 서쪽의 장수덕유산(서봉)

  

급히 간식으로 배를 채우고는 장수덕유산(서봉)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응달지역에 조상된 등산로에는 아직까지 많은 눈이 쌓여 있습니다. 함께 산을 오른 10여명의 산악회회원들은 어디로 흩어졌는지 전혀 보이지 아니합니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남덕유산 정상에서 북쪽의 월성재로 가서 황점으로 하산하거나 삿갓재 방향으로 진행하므로 서봉으로 가는 등산객은 거의 보이지 아니합니다.

                                      눈 길
 

홀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삼거리 갈림길에서 아침에 육십령에서 할미봉을 거쳐오는 산악회 회원을 만납니다. 같은 산악회회원을 만나니 매우 반갑습니다. 당초 우리는 서봉을 경유하여 덕유교육원 방향으로 하산하고, 육십령 팀은 남덕유산을 거쳐 하산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여기서 모두 좌측으로 하산합니다.

이곳은 평소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이라 앞서가는 사람들이 러셀(눈길을 헤치며 처음 지나가는 행위)을 하면서 걸어갔습니다. 이곳의 눈도 무릎까지 빠질 지경입니다. 급경사 지역은 매우 미끄러워 엉덩방아를 찧기 쉽습니다. 경사진 곳을 지나 계곡에 다다라 양쪽 가장자리로 이리저리 이어지는 길을 따라갑니다. 눈이 쌓인 길을 용케도 찾아 내려가니 나중에는 희미한 길과 연결됩니다.




서봉 능선에서 경상남도 덕유교육원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급히 영각사를 둘러보고는 아래 주차장으로 하산합니다. 오늘 산행에 5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남덕유산의 환상적인 설경을 보러왔다가 인파에 치어 지긋지긋하게 생고생만 했습니다.

 경남도 덕유교육원

4 영각사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0년 1월 17일 (일)
△ 등산 코스 : 영각사-영각재-철계단-남덕유산-서봉능선삼거리-덕유교육원-영각사-아래  주차장
△ 소요 시간 : 6시간 20분
△ 등산 안내 : 안전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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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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