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장사는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칠현산 기슭에 위치한 천년고찰입니다. 사찰의 좌측 뒤로 들어서면 보물(제488호)인 혜소국사비가 있는데, 그 좌측에 나한전이라는 간판 뒤로 유리로 만든 볼품 없는 전각(전각이라기 보다는 무허가 판자집을 보는 듯)이 있습니다. 안에는 스님이 열심히 불경을 읊고 있네요. 몇 사람의 신도도 보입니다. 전각의 주변도 매우 지저분하여 천년고찰의 명성에 흠집이 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나한전
이 전각 뒤쪽에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데 바로 나옹송입니다. 이 소나무는 고려의 왕사였던 나옹스님(1320-1376)이 심었다는 설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는 유서 깊은 소나무입니다. 수령이 무려 650년을 넘었거든요.
나옹(懶翁)의 법명은 혜근(惠勤)인데, 그는 스물한 살 때 친구의 죽음을 보고 무상을 느껴 문경 사불산 묘적암의 요연선사를 찾아가 출가했습니다. 동네 어른들에게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을 못했던 것이지요. 나옹은 요연선사 밑에서 정진하다 여러 절을 거쳐 25세 때 회암사로 가 4년 만에 대오(大悟)한 후, 자신을 인가(印可)해줄 스승을 찾아 중국 연경 법원사로 가서 인도승 지공을 만나 득도합니다. 그는 말년을 여주 신륵사에서 보내다가 입적했습니다.
나옹선사는 "청산은 나를 보고"라는 시로 유명한 스님입니다. 특히 등산을 좋아하는 글쓴이 같은 사람은 경치 좋은 산에 올라 스님의 시를 흥얼거리는 것만으로도 속세를 떠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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