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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방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반도지형



우리나라에서 거의 완벽한 한번도지형(지도)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장 먼저 알려진 장소는 영월 선암마을입니다. 이곳의 조망대에 서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실물과 거의 유사한  한반도지형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정선의 상정바위산에 올라도 거의 동일한 한반도지형이 보입니다. 영동 월류봉에 서면 서해바다는 있으나 동해바다는 없는 한반도지형이 있습니다. 반면 옥천의 둔주봉에 서면 동해와 서해가 반대방향으로 뒤집힌 한반도지형이 있는데, 이와 유사한 지형을 이번에 소개하려는 정선의 병방산에서도 조망할 수 있습니다.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귤암리 소재 병방산(兵防山, 해발 819m)은 층암절벽과 천길 낭떠러지가 있는 험준한 곳이라 한 사람이 지켜도 천군만마가 근접치 못할 요새이기에 이런 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이 병방산에 오르면 두 개의 전망대가 방문객을 반겨 줍니다. 제1전망대에서도 한반도지형을 볼 수 있지만, 제2전망대 스카이 워크(Sky Walk)는 높이 200m 절벽의 끝 지점 위에 돌출형식으로 만들어 마치 구름 위에서 구비치는 동강과 한번도지형을 감상하도록 만든 인공시설물입니다.

병방산 산행 들머리는 병방산 스카이 워크로 가는 자동차 주차장입니다. 승용차나 대형버스도 스카이 워크까지 직접 갈 수 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마이크로버스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주차장 앞 도로를 따라 가다가 용담수퍼 이정표에서 좌측으로 진입하면 스카이 워크로 가는 전용도로입니다. 도로변에는 고랭지채소가 지난 여름의 태풍을 견딘 채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인삼밭처럼 보이는 곳에서 우측으로 "등산로"라는 이정표가 보이는데, 참으로 무성의한 이정표입니다. 그냥 "등산로"라고 표기하는 것보다는 "병방산 등산로" 또는 "병방산"이라고 적는 게 이방인에게는 훨씬 낫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부터 등산로는 숲 속으로 접어들어 신작로와 가까워지고 멀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스카이 워크까지 이어집니다.

 처음 본 무성의한 등산 이정표

 뒤돌아본 전용도로

꽃향유

 숲 길 
 

주차장에 도착하니 제일먼저 보이는 시설물이 짚와이어 승강장입니다. 지난 6월 개장한 짚와이어는 동양최대규모로 거리가 1.1km로서 알래스카 짚 와이어(1.6km)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것이라고 합니다. 출발점인 병방치(해발 583m)에서 하산지점까지의 표고는 325m로 시속 70∼120km의 속도로 하강하기 때문에 탑승자는 그야말로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는 익스트림 스포츠입니다. 마침 제1전망대에 올라 한반도지형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는데 집와이어를 탑승한 4명의 사람들이 지른 즐거운 비명소리에 놀라 얼른 카메라를 들이대었지만 탑승자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저 아래로 손살같이 내려가고 말았습니다.

 짚와이어 주차장

 제1전망대


 

 짚와이어를 타고 하강하는 사람들(사각형 내) 



이곳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한반도지형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동해와 서해가 서로 바뀐 모습이며 백두산처럼 뾰족한 봉우리는 나팔봉(693m)입니다.

 한반도지형과 나팔봉



제1전망대에서 좌측의 나무계단을 이용하여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스카이 워크입니다. 출입구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 갈 길이 먼 등산객은 스카이 워크로 입장할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물론 입장하려면 5천원의 입장료를 내야 하기에 돈을 절약한 셈이지요. 한국의 그랜드캐년으로 불리는 스카이 워크는 길이 11m, 폭 2m의 말굽형으로 설치된 공중에 돌출된 시설물입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스카이 워크가 병방산 정상에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실제로는 귤암리에서 정선읍으로 통하는 병방산 고갯길인 병방치(583m)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전망대를 "뱅뱅이 전망대"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더군요.

 스카이 워크 매표소


 

 스카이 워크와 한반도지형(사진의 붉은 빛은 등산객의 옷이 강화유리에 반사된 모습)  


 

주차장에서 이어진 좌측의 임도를 따라 가면 임도 중간에 양쪽으로 "등산로"라는 이정표가 보이는데. 아까 지적했듯이 이정표를 만든 사람의 무성의를 여기서도 발견하게 됩니다. 이미 지나온 스카이 워크 방향은 "스카이 워크"로, 방대방향은 특정 지명을 기재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이 이정표에서 병방산 정상은 약 150도를 꺾어 좌측으로 올라야 합니다. 여기서 병방산(819m)을 왕복하는데 약 30분이 소요되지만 정상에는 어느 산악회에서 세운 이정표만 있을 뿐 조망도, 표석도 없습니다.

 임도 갈림길(두 번째 무성의한 이정표)

 병방산 정상 안내문 

갈림길로 되돌아 나와 임도를 따라 가니 송전철탑이 있는데 여기서도 양쪽으로 그냥 "등산로"라고 적인 이정표가 나옵니다. 전국의 수많은 산을 답사했지만 이토록 한심한 이정표는 처음 봅니다. 송전철탑을 지나 고도를 낮추니 다시 임도인데 조금 가다가 오른 쪽 산 속으로 접어들어 임도와 헤어집니다. 남쪽으로 이어진 능선의 산길을 가는 동안 거의 조망을 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제 물들기 시작하는 화사한 단풍을 보며 금년 가을단풍은 그 어느 때 보다도 고울 것임을 실감합니다.

 송전철탑 아래 이정표(세 번째 무성의한 이정표)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 



병방산 정상을 출발한지 1시간만에 구덩산(860m)에 도착하였는데 여기서 비로소 제대로 만든 이정표를 만났습니다. 방금 지나온 방향은 "북실리"로, 남쪽인 좌측은 "목장 2.4,km"로, 그리고 바로 우측은 "병방산 정상"으로 표기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사 병방산 정상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헷갈리는데, 어느 산악회에서는 이곳을 구덩산이라는 안내문을 걸어 놓았습니다. 정선군에서도 현재 이곳을 병방산이라고 표기한 듯 한데 "10만도로지도"와 다른 인터넷 자료를 검색해 보면 산악회가 붙인 안내문이 맞는 듯 합니다. 산 이름 때문에 등산객들에게 혼란을 주는 이런 현상은 조속히 시정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무튼 구덩산에 서니 북쪽으로 방금 지나온 스카이 워크 전망대를 비롯하여 이름 모를 산들이 뭉게구름 아래 시원하게 펼쳐져 가을을 실감나게 합니다.

 제대로 만든 이정표


 

 구덩산에서 바라본 스카이 워크 


그런데 여기서부터가 문제입니다. 일부 등산 개념도에는 여기서 서쪽의 귤암리 방향으로 하산하도록 표기가 되어 있지만 현장에서는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산악회의 안내에 따라 "목장 2.4,km" 방향으로 갔습니다. 조금 진행하니 인공계단도 나타나고 등산객이 쉴 수 있는 1자형 의자도 보이는 등 그래도 등산로를 따라 가기가 쉬웠지만 점점 능선 길이 희미해지더니 나중에는 아예 길은 자취를 감추고 맙니다. 산행개념도에는 구뎅이산(방금 지나온 구덩산이 아님)을 거쳐 서쪽 귤암리 마을회관으로 하산하라고 했지만 산악회 선두그룹도 길 없는 길을 만드느라 무척 고생을 했을 것입니다.

 인공계단에서 바라본 멋진 조망

 잘 조성된 등산로

 곳곳에 설치된 의자 쉼터 



그런데 어느 이름 모를 봉우리에서 선두가 길을 개척하며 표시한 발자국을 그만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글쓴이를 포함한 3명은 스스로 없는 길을 만들어 가야 했습니다. 아까 이정표에서 보았던 목장 2.4km는 어느 방향에 있는지 감을 잡을 수도 없고 서쪽의 동강과 나팔봉은 숲에 가려 보이지 않으니 하산길을 찾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나침반이지요. 숲 속에서 길을 헤매다 보니 때로는 덤불 숲이 나와 길을 가로막기도 하고 숲의 가지가 얼굴을 때리기도 합니다. 나뭇가지가 배낭에 걸리기도 부지기수(不知其數)입니다.

작은 계곡에 다다라 이를 따라 내려가니 희미한 등산로가 나타나고 하산할수록 더욱 선명한 길로 변해 드디어 "귤암리 대화의 장"이라는 2층 기와집에 도착합니다. 동강 맞은 편에는 한국의 마테호른이라는 별칭이 붙은 나팔봉이 위압적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2층 기와집에서 북쪽인 우측으로 조금 더 가니 귤암새마을교 옆 수리봉 쉼터입니다.

 드디어 보이는 나팔봉

 동강변 2층 기와집

 수리봉 쉼터



오늘 산행에 무려 5시간 45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추석연휴 마지막 날을 맞이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병방산에 올라 한반도지형을 조망하려했는데, 구덩산을 한참 지난 이후부터 길을 잃어 매우 고생해 피곤한 하루가 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병방산을 찾는 등산객들은 구덩산에서 길 없는 길을 따라 바로 서쪽의 귤암리로 진행(실제로 길의 상태가 어떤지 모르겠음)하든지, 아니면 임도로 되돌아가 안전한 길로 하산하기를 권장합니다. 구덩산에서 구뎅이산(실제 이런 산이 있는지 모르겠음)을 답사하려 했다가는 우리처럼 낭패를 당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등산개요》

▲ 등산 일자 : 2012년 10월 1일 (월)
▲ 등산 코스 : 스카이워크 탐방주차장-용담수퍼 이정표-우측 등산로-짚와이어 주차장-제2전망대-제1전망대(스카이 워크)
                    -임도-병방산(왕복)-송전철탑-임도-구덩산-남쪽 구뎅이산 방향-동강변 2층 기와집-수리봉 쉼터 

▲ 소요 시간 : 5시간 45분
▲ 등산 안내 : 월산악회

☞ 위 지도에서 전망대의 위치 표기는 오류인 듯 보여지며, 스카이 워크는 뱅뱅이 전망대라고 적힌 부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도 아래 구덩산에서 청색 4각형 안의 길 중 남쪽 길은 분명하지만 서쪽으로는 등산로가 없음을 유의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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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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