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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구봉에서 본 형제봉과 속리산 

 

 

 

 

청계산이란 이름을 들으면 서울시민들은 남쪽에서 관악산과 함께 수도서울을 지키는 청계산(618m)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외에도 청계산은 여럿 있습니다. 경기도 포천에도 청계산(849m)이 있고, 남양주에도 청계산(658m)이 있습니다. 오늘 답사하려는 청계산(874m)은 경북 상주시 화서면이 위치한 산입니다. 이 산은 속리산에서 남하하는 백두대간이 형제봉(828m)을 지난 다음 대간과는 별도로 갈령삼가리에서 동남쪽으로 뻗어 내린 능선에 위치한 산입니다. 이곳의 주민들은 청계산이 두루뭉실하게 생겼다고 하여 두루봉(두리봉)이라고 부릅니다.

 

청계산 남쪽능선의 대궐터산(749m)은 후백제를 세운 견훤장군이 이 산에 머물며 성(城)을 쌓고 대궐을 지었다고 하여 청계마을 사람들이 대궐터라고 부른데 연유합니다. 실제로 대궐터산의 동쪽기슭 청계사 옆에는 견훤의 사당이 있습니다. 10만도로지도(성지문화사 간)에는 청계산을 대궐터산으로, 대궐터산을 견훤산으로 표기하고 있을 정도로 이 두 산의 이름이 제각각입니다. 견훤(867-936)은 상주 가은현(현 문경시)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신라의 비장으로 있다가 진덕여왕 6년(892) 반기를 들고 효공왕 4년(900) 완산주에서 후백제를 건국한 인물입니다. 실제로 견훤산성은 상주시 화북면 장바위산(400m)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청계산 산행들머리는 49번 지방도로가 남북으로 지나가는 갈령입니다. 갈령은 백두대간 종주꾼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쉼터이기도 합니다. 갈령의 서쪽에 있는 백두대간 속리산 구간이나 봉황산 구간을 종주하려면 갈령을 기종점으로 삼아야 하거든요. 청계산은 갈령표석 맞은편으로 올라야 합니다. 그런데 등산로입구의 이정표에는 청계산이라는 안내문은 보이지 않고 도장산 7.9km, 갈림길 0.8km, 청계사 1.9km, 극락정사 5.1km라고만 씌어져 있습니다. 사실 청계산∼대궐터산을 지나오는 동안 산 이름을 알리는 이정표나 표석은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으니 관할 상주시에서도 전혀 관심이 없는 듯 했습니다.

갈령

 

 청계산 이름이 없는 이정표

 

 


조금 오르니 통신철탑이 나오고 이어서 큼직한 헬기장입니다. 점점 고도를 높일수록 서쪽의 형제봉(828m)과 북서쪽의 속리산(1,058m) 연봉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약 30분만에 아까 이정표에서 갈림길이라고 표기한 670봉에 오릅니다. 현지의 위치가 우복동천인 듯 한데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곳에도 북쪽의 도장산과 지나온 갈령 그리고 가야할 청계사와 극락정사에 대한 안내문만 보일 뿐입니다. 이곳에 서니 가까이에는 형제봉이, 멀게는 속리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통신탑

 

 가야할 670봉

 

백두대간 형제봉

 

 670봉 이정표

 

 북북서쪽의 속리산

 

 

 

이제 남쪽으로 이어진 능선을 따라 걷습니다. 응달에는 잔설이 남아 있어 겨울산행의 묘미를 더해줍니다. 산불감시초소에 오르니 북쪽으로는 도장산(828m)이, 서쪽으로는 구병산(877m)이 잘 보입니다. 청계산의 정상인 두루봉(874m)으로 오르는 길은 매우 가파릅니다. 눈길을 밟으며 정상안부에 도착해 먼저 좌측의 꼭대기에 오릅니다. 이곳에는 전문 산악인이 걸어둔 청계산 두루봉이라는 목판이정표가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곳을 내려와 맞은편의 봉우리로 오르면 청계산의 조망터입니다. 누군가 조그만 돌멩이에 써둔 청계산이라는 이름은 반쯤 지워진 채 초라한 모습으로 이방인을 맞이합니다. 매직펜이라도 있었더라면 글씨가 잘 보일 수 있도록 보완했을 텐데 매우 아쉽습니다. 여기서는 속리산의 웅장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형제봉(우) 뒤로 보이는 구병산(중앙 뒤)

 

 북쪽의 도장산(우)

 

 산불감시초소

 

 눈길

 

 

 

 청계산 정상 안내문 

 

 

 

 청계산에서 본 속리산 

 

 


정상에서 조망을 즐기다가 투구봉으로 갑니다. 그런데 암봉을 내려서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누군가 매우 가느다란 로프를 매어 두었지만 안전성이 의심될 정도여서 마음놓고 잡을 수도 없을 지경입니다. 조심스럽게 급경사를 내려서니 이후에는 어려운 길은 없습니다. 점점 고도를 낮추다가 다시 오릅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를 어찌 오르나 걱정했는데 바위 밑에서 좌측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평탄하던 길은 투구봉 암봉 바로 아래에서 끝나고 투구봉은 암봉을 기어올라야 합니다. 안전로프라도 걸려 있었더라면 쉬웠을 텐데 그러지 못해 조심해서 오릅니다. 그렇지만 힘들여 오르면 그 보상은 확실히 따르는 법입니다. 투구봉 정상(784m)은 사방팔방으로 조망이 터져 그야말로 일망무제의 경치를 볼 수 있습니다. 청화산(984m) 동쪽의 시루봉(876m)에 올라 맛보았던 감격이 되살아나는 듯 합니다. 서쪽으로는 구병산이, 북쪽으로는 지나온 청계산 뒤로 형제봉과 속리산이, 남쪽으로는 가야할 대궐터산이 웅장한 자태를 자랑합니다. 당초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투구봉의 조망이 이토록 멋질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가야할 투구봉

 

 투구봉 암릉

 

 투구봉 조망(청계산 뒤로 보이는 속리산)

 

 투구봉 조망(가야할 대궐터산)

 

 투구봉 조망(구병산)

 

 투구봉 조망(북동쪽)

 

  

정상을 내려와 대궐터산으로 가는 길은 이외로 평이합니다. 대궐터산(749m) 정상에는 누군가 돌멩이에 산 이름을 써서 나무등걸에 끼워 놓았군요. 아마도 상주지역에는 지역산악회에서도 대궐터산을 답사하지 않는가 봅니다. 자기의 고장에 있는 명산을 이토록 홀대하기에 하는 말입니다. 바로 이웃에는 산성의 흔적이 보이는 듯 한데 소나무가 있는 곳에 삼각점이 있습니다. 소나무 뒤로 기암이 머리를 내밀고 있군요.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니 멋진 기암이 보이는데 등산로에서 벗어나 있어 지나오면서 목격하지 못했습니다.

 대궐터산 정상 안내

 

 대궐터산의 기암

 

지나온 투구봉 능선의 기암

 

 


 


이제 대궐터산을 내려올 차례입니다. 그런데 제법 분명하게 이어지던 하산로가 점점 희미해  지더니 그만 사라지고 맙니다. 길을 잘 못 든 것입니다. 능선 우측 아래 길 없는 길로 내려오니 분명한 길이 나옵니다. 대궐터산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가는 대신 돌멩이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와 남서쪽으로 가는 게 올바른 방법이었던 것입니다. 등산 개념도에 표기된 암문을 찾은 후 비로소 안도합니다. 하산로 좌측으로 쳐진 울타리는 아래에 위치한 극락정사 측에서 막은 것이라는 설이 있지만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지나가는 길목에도 암봉이 보이는군요. 속리산의 영향 때문인지 이곳에도 기암의 모습이 자주 발견됩니다. 내려가면서 조망대에 서니 백두대간 봉황산(741m)이 바로 눈앞에 버티고 있습니다.

 암문

 

 

 

 백두대간 봉황산 능선

 

 

 

 

바위사이를 내려서는 계곡에는 다행히도 적당한 굵기의 긴 로프가 매어져 있어 안전한 하산을 돕습니다. 바위굴을 지나 고도를 낮추니 임도인데 여기서 좌측으로 오르면 극락정사입니다. 극락정사에는 본전인 극락보전 뒤로 별도의 수행공간이 있는 매우 단촐한 절 집인데 갈령에서 이정표로 안내하고 있음은 다소 이외입니다. 도로를 따라 내려오다가 우측의 계곡 안으로 들어섰는데 볼거리가 전혀 없으니 발걸음이 매우 지루합니다. 몇 차례 계곡을 건너면서 숲을 빠져 나오니 소박한 황토집에 정진요리연구소라는 현판이 표석에 붙어 있습니다.

 극락정사 극락보전

 

 정진요리연구소

 

 
도로를 따라 청계마을로 내려오는 길목의 우측에 자그마한 사각형의 기와집이 보이는데 바로 견훤사당입니다. 그런데 입구에서도 견훤사당을 알리는 아무런 안내문이나 이정표가 없어 청계사 주변을 한바퀴 돌다가 현지 주민으로부터 매년 제사를 지내는 곳이 있다고 하여 찾은 게 바로 이 사당입니다. 사당에는 후백제견훤왕묘(王廟)라는 현판이 붙어 있는데, 사당 안에는 견훤의 영정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위패만이 놓여 있습니다. 아래로 내려오니 계곡 옆에 청계정(淸溪亭)이 서 있군요. 좌측의 청계사 주차장에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견훤사당

 

 청계정

 

 청계사

 

 

 

오늘 산행에 4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산행거리가 8km 미만인데도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투구봉 오르내림 길이 까다로웠고 또 조망을 감상하느라 발걸음을 천천히 한 탓입니다. 청계산과 대궐터산은 비록 상주에서는 홀대하지만 산꾼이라면 반드시 한번은 답사해야할 명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속히 등산안내이정표가 설치되고 반듯한 정상표석이 놓여진다면 사람들은 이 산을 더욱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5년 2월 24일 (토)
▲ 등산 코스 : 갈령-670봉(능선 삼거리)-산불감시초소-청계산 두루봉-투구봉-대궐터산-암문-바위굴-하산로프-임도

                 -극락정사(왕복)-임도갈림길-계곡숲길-정진요리연구소-견훤사당-청계사
▲ 산행 거리 : 7.9km (GPS 측정)
▲ 소요 시간 : 4시간 30분
▲ 산행 안내 : 가보기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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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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