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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조정을 호령한 여인, "색공지신 미실"


날로 인기를 더해 가고 있는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 이 드라마 때문에 월요병이 없어 졌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월요일이 기다려진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선덕여왕의 인기는 주인공인 덕만공주(후에 선덕여왕, 이요원 분)와 미실 역을 맡은 탤런트 고현정의 연기에 힘입은 바 크다.


사실 글쓴이는 고현정이 오래 전 모래시계에 출연한 이후 재벌가로 시집가서 이혼하였고, 그 후에도 몇몇 작품에 출연하였지만 한번도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요부인 미실 역을 맡은 그녀의 연기를 보고 그 매력에 감탄하였다. 호사가들은 그녀의 연기장면을 편집해 표정연기 100종 세트 또는 16종 세트라고 하면서 인터넷에 유포시키고 있는 중이다. 극중상황에 알맞은 그녀의 다양하고 묘한 표정은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녹인다.


『색공지신(色供之臣) 미실』(푸른 역사 간, 2009)은 서강대 이종욱 총장이 쓴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정사(正史)인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나오지 않고 위작논쟁이 분분한 <화랑세기>에만 나오는 미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나도 드라마 선덕여왕의 이야기가 무르익어 감에 따라 그 주인공의 한 사람인 미실에 관한 사항이 궁금하여 이 책을 구입했다.   

 


미실은 신라 진흥왕(24대), 진지왕(25대) 그리고 진평왕(26대)에게 차례로 색공한 요부이다. 여기서 색공(色供)이란 신분이 낮은 여성이 자신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에게 성을 상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라의 골품사회에서는 색공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으며, 색공을 통하여 당사자나 배우자는 여러 가지로 큰 혜택을 받았다. 이는 신라인들이 골품제의 엄격성을 다소나마 벗어날 수 있는 일종의 배출구 같은 것이었다.


미실이 진흥왕과 남편인 세종(상대등)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빼어난 용모와 훈련을 통해 사랑 받는 방법을 익히고, 가무 따위를 배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흥왕이 미실과 한번 관계를 맺은 후 두 번 다시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하였으므로 신라최고의 색공지신(色供之臣)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미실 역의 고현정



미실은 법흥왕의 후궁인 묘도가 왕의 외손인 미진부와 정을 통하여 낳은 딸이다. 미실을 왜 3대에 걸친 색공지신이라고 하는지 살펴보자. 

① 미실은 상대등인 세종의 정비가 되었다. 

② 미실은 진흥왕에게 색공한 후 총애를 가장 많이 받았다. 진흥왕이 조정에 나아가 정사(政事)를 볼 때
     미실은 옆에서 문서를 읽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였다. 

③ 미실은 진흥왕의 아들인 동륜태자에게 색공하였다.  

④ 미실은 진흥왕의 아들인 금륜태자(진지왕)와 정을 통하였다.

⑤ 미실은 동륜태자의 아들인 진평왕에게 색공을 하였다. 진평왕은 13살의 나이로 왕위에 올랐으나
     미실에게 색의 가르침을 받았고, 후궁 자리에 올라 천하를 호령하게 되었다.


이를 보면 미실이라는 한 여자가 진흥왕과 그의 아들 진지왕, 그리고 그의 손자 진평왕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색공하게 된다. 오늘날의 잣대로 보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지만 지금으로부터 1,400여 년 전인 신라시대에는 이런 일이 가능했었나 보다.  


미실은 진흥왕의 총애로 화랑의 우두머리인 원화가 되어 화랑을 지배하였고(풍월주를 유명무실하게 만듬), 병부령인 설원랑 및 심지어 자신의 동생인 미생과도 정을 통한 천하의 방탕녀였다. 진흥왕이 그의 아들들에게 어머니인 미실이게 절하라고 명하자, 이미 미실과 정을 통한 동륜태자가 제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고 전한다. 


미실은 한 때 사통관계가 드러나 출궁당하였으나 진흥왕이 다시 불러들여 별도의 신궁(미실궁)을 세워 머물게 했다. 그녀는 진홍왕의 후궁이었기에 미실궁주라고 부른다. 누구든 궁에 산다고 궁주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녀는 풍질을 앓느라 정사를 돌보지 못하는 진흥왕을 대신해 실권을 쥐고 조정을 흔들었다.




진흥왕이 죽고 진지왕이 즉위한 후 3년이 되기도 전에 미실파는 국선 문노의 도움을 얻어 진지왕을 폐위시켰다. 또한 문노는 미실의 동생 미생이 풍월주가 되도록 적극 노력했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는 문노는 미실에 맞선 인물로 묘사되었고, 진평왕 재위 시 김유신이 풍월주 비재에 참석한 때 비로소 은둔생활을 청산하고 국선으로서 비재를 주관하게 되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문노는 진지왕 폐위 후 진골로 신분이 높아졌고, 미실의 도움으로 설원랑에 이어 8세 풍월주가 되었다. 김유신이 풍월주가 된 시기에는 미실의 세력도 위축되기 시작했다. 유신이 15세 풍월주가 되자 미실을 위로하기 위해 하종의 딸을 유신의 아내로 맞도록 했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는 유신이 신라계와 결탁했음이 발각되어 어려움에 처하자 미실의 지시에 따라 정략적으로 하종의 딸을 아내로 맞은 것으로 되어 있다.) 드라마에선 아직도 미실의 권세가 그대로인데 화랑세기는 몰락의 길로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음이다.
  

화랑세기에 의하면 설원랑이 풍월주 자리를 문노에게 물려주고 미실을 따라 영흥사로 갔다고 한다. 그곳에서 그는 미실을 호위하며 끝까지 충성을 바쳤고, 문노는 세종을 시종일관 받들었다. 세종은 미실의 남편이니 결국 문노도 미실 편에 선 것인가.


미실은 세 임금을 차례로 섬긴데다가 다산이어서 아이마다 아버지가 달랐다. 미실은 이상한 병에 걸려 여러 달 동안 일어나지 못했는데, 설원랑이 간호하다 죽자 자신의 속곳을 함께 넣어 장사지냈다고 한다. 그녀가 병사했는지 어떤지는 기록이 없는 것 같다.


이 책은 미실이외에도 미생, 하종, 문노, 비보랑, 보리, 보종에 대하여 별도로 설명하고 있다. 100여명의 자식을 두고 풍족하고 부귀로운 삶을 누렸다는 미생의 이야기를 읽으며,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생역을 하는 정웅인이 떠오른다.   

미생에 관한 설명
 
                                                               미생 역의 정웅인



이 책의 저자가 책을 쓴 목적은 신라가 멸망한 이래 철저하게 은폐·말살되었던 미실을 역사화 하는 것이라고 한다. 현대 한국사학은 <화랑세기>를 위작으로 몰아 미실의 존재를 근원적으로 부정하였으므로 이를 타파하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MBC 드라마가 미실을  <선덕여왕>의 중심에 세움으로서 저자의 소망은 일단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이 책은 관심 있는 역사학도가 아니면 읽기 딱딱하고 재미가 없다. 그러나 드라마 애청자들은 드라마 속의 미실과 화랑세기라는 역사 속의 미실이 어떤 인물인지 또 어떻게 달리 묘사되는 지를 알 수 있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추석을 맞이하여 소중한 가족과 친지를 만나고 조상의 차례를 지내며, 이 한 권의 책으로 미실을 바로 안다면 더욱 뜻 깊은 한가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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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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