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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있었다. 자신의 몸이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한 남자의 아내로, 두 남매의 엄마로 악착같은 삶을 살았다. 여자의 남편은 병원의사였다. 그는 한 때 병원을 운영하는 어엿한 병원장이었지만 의료사고로 말미암아 병원이 망하고 이제는 월급쟁이 의사가 되었다.

여자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돌보느라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머리채를 쥐어 뜯기기도 하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했다. 그래도 그녀는 군소리 없이 가정을 꾸려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가 아랫배가 많이 아프다고 했다. 소변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지금까지 남편은 여자가 아프다고 하면 무엇 때문에 병원에 가느냐며 약국에서 약을 사 먹으라고 했다. 의료사고 발생 후 다른 의사도 믿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억지로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그 결과는 청천벽력이었다. 자궁암이 온몸에 번져 손을 쓸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다시 검사를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수술을 할 수 없다는 의료진을 억지로 설득하여 아내의 배를 갈랐다. 그런데 결과는 너무 참혹했다. 도저히 수술을 할 수 없어 그대로 봉함하고 말았다. 그는 명색이 의사로서 아내를 이 지경으로 방치해둔 죄책감에 시달렸다. 두 남매에게 사실을 말했을 때 아들과 딸은 절대로 이대로는 어머니를 보낼 수 없다고 몸부림쳤다. 

여자의 아들은 집안의 말썽꾸러기였다. 대학에 합격하지도 못해 늘 여자(엄마)의 속을 썩혔다. 그런데 엄마가 중병에 걸렸다고 한다. 건강한 엄마를 둔 사람은 정말 얼마나 행복할까!

여자는 평생 절약하여 일산에 새집을 마련했다. 그렇지만 입주하기도 전에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해고당한 남편은 평소 아내가 좋아하는 가구를 들여놓고 마지막으로 아내를 데리고 새집을 찾았다. 난생 처음 남편은 정성을 들여 밥도 해 먹이고, 목욕도 시킨 후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남편은 잠에서 깨어나 아내를 불렀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작가의 서명


위 이야기는 노희경 원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북로그컴퍼니, 2010)이라는 소설의 줄거리로 글쓴이(pennpenn)가 책을 읽으며 정리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여자가 바로 노희경 작가의 어머니라고 한다. 물론 이 소설은 픽션이란다. 그렇지만 작가의 어머니는 소설 속의 "여자"같은 삶을 살았기 때문에 작가는 글을 쓰며 많이 울었다고 한다. 책의 제목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이별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슬픈" 이별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오늘날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삶과 가족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주옥같은 가르침이다. 노희경이 들려주는 말을 인용하면서 독후감에 대신한다. "지금, 방황하는 사람들, 그대들의 방황은 정녕 옳은 것이다. 그러나, 그대들의 어머니가 살아 있는 그 시기 안에서 부디 방황을 멈추라. 아픈 기억이 아무리 삶의 자양분이 된다해도, 부모에 대한 불효만은 할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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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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