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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중심가에 위치한 울산역을 지나 명촌대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시원하게 뚫린 해안도로를 달리면
왼쪽으로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오른쪽에는 현대미포조선소에서 제작하는 거대한 선박의 모습이
우리의 국력을 상징하는 듯하다.
글쓴이는 지금 대왕암공원으로 가는 중이다. 

울산시 동구 일산동 방어진 소재 대왕암공원을 알게 된 것은
울산 형님 댁을 방문하고서였다.
 
아버님 기일을 맞아 제사를 모시고는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글쓴이가 사진에 취미를 붙여 다음 날은 경주에 들러
불국사를 답사할 예정이라고 했더니,
불국사도 좋지만 방어진 소재 대왕암과 울주군 소재 간절곶
좋은 명승지이므로 한번 가 볼만하다는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막상 대왕암 소개를 받고 승용차를 운전하여 찾아갈 때만 해도
대왕암공원에는 송림이 유명하며,
또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세워진 울기등대(울기항로표지소)가
있다는 이야기를 형님으로부터 전해 들었기에
제법 유서 깊은 바위해안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공원 한가운데로 조성된 큰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 울기등대를 지나 바닷가에 도착하자
눈앞에 펼쳐진 기암의 절경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공원의 중앙도로에서 바라본 송림숲


방어진은 예로부터 고래잡이로 유명했던 곳.
이를 반증이나 하듯 고래의 이빨(상아) 두 개로 만든 조각상이
제일 먼저 방문객을 맞이한다.


대왕암 공원은 우리나라 동남단에서 동해 쪽으로
가장 뾰족하게 나온 부분의 끝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울주군 간절곶과 함께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으로
새해에는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라고 한다.

 대왕암으로 건너는 교량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바위 절벽과 인접하여 생성된 바위는
그 불그스레한 바위 색과 기기묘묘하게 생긴 모습으로
보면 볼수록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쪽빛 같은 푸른 바다와 넘실거리는 파도,
그 파도가 바위에 부셔지며 일으키는 흰 포말,
맑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솟아 있는 절경은
신의 손이 아니고서는 빚기 어려운 예술작품이다.

서늘한 바닷바람이 불어와 오장육부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것은
속세의 세상살이에 찌든 육신의 티끌을
떨쳐버리게 하는 좋은 청량제가 된다.


바위를 돌아가며 낚싯대를 드리우고있는 강태공들은
고기를 낚는지 세월을 낚는지 그 의중을 알 수 없을 지경이다.
그냥 낚시 줄을 걸어놓고 주변의 풍광에
넋이 빠져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바다에 떠 있는 대왕암은
하늘로 용솟음 치는 용의 모습을 닮았다고 한다.
그러나 길손은 바위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취해
용의 모습을 발견하기는커녕 그냥 정신이 혼미하고 아찔하다.



대왕암에 올라 뒤돌아본 울기등대


현대중공업에서 대왕암을 연결시켜주는 철교를 건설하여
기증한 탓에 이제 방문객들은 단숨에 대왕암까지
건너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빠른 걸음으로 발을 내딛는 것은
가슴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급하여 서둘겠는가.
이곳은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와야지
홀로 쓸쓸하게 찾을 장소는 아닌 듯하다.

글쓴이는 홀로 나들이를 하는데 익숙해져 있고
특히 요즈음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니 그래도 스스로 위안이 된다.

이런 명승지에서는 그저 시공을 초월하여
그리움에 대한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
살아있음에 대한 즐거움을 느낀다.

 기암뒤로 보이는 현대중공업



댕바위 혹은 용이 승천하다 떨어졌다 하여 용
추암이라고도 하는 이 바위는
신라 문무왕의 호국룡 전설에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다.
신라 문무대왕은 경주시 대왕암에 장사지내어
동해의 수호신이 되었음은 이미 역사책에서 배웠다.

그리고 문무왕의 뒤를 이어 세상을 떠난 문무대왕비(妃)의 넋도
남편처럼 동해의 호국룡이 되고자 이 곳 대왕암으로 와서
용신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드넓은 바다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평화롭게 오가고 있다.
대왕암을 뒤에 두고 육지로 되돌아와 북쪽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가는 곳마다 기암절벽이요, 야생화도 만발하며,
가을의 전령인 억새는 은빛을 발하고 있다.

우거진 송림에서는 향기가 스며 나오고,
철썩거리는 파도소리에 가을은 점점 깊어만 간다.

내가 시인이 되지 못한 것이 이토록 아쉬울 수가 없다.
 
이런 느낌은 처음으로 산중의 미인인 설악산의 대청봉에 올라
공룡능선을 중심으로 펼쳐진
내외설악의 황홀한 광경을 바라본 이후 두 번째이다.

 꽃과 나비


 공원의 벤치


 은빛의 억새








대왕암공원은 죽기 전에 반드시 한번은 가보아야 할 명승지이다.
공원입구에는 민간인이 운영하는 주차장이 있는데
하루 종일 주차에 1천 원 또는 2천 원을 받고 있으며,
조금 걸을 각오를 한다면 도로변에 무료 주차할 수 있다.
공원입장료는 물론 없다.
(2007.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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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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