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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만식 사장 역의 전국환 



▲ 남산에서 용공조작을 위한 고문으로 사망한 강만식 사장 

1980년대 중반 이 땅에 민주화의 열풍이 거세게 몰아치던 시절, 시위를 하던 서울대 박종철 군이 경찰에서 조사를 받다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경찰이 "책상을 턱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발표한 이른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은 학생시위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경찰보다 더욱 큰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행사하던 곳이 있었으니 바로 남산(옛 중앙정보부 별칭, 현 국가안전기획부)입니다.  

순양극장 강만식(전국환 분) 사장이 악덕 국회의원 장철환(전광렬 분)의 농간으로 끌려 간 곳은 남산이었습니다. 그러나 강기태(안재욱 분)는 아버지의 행방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단서라고는 오로지 어머니 박경자(박원숙 분)가 목격한 "지프차를 타고 온 검정신사복을 입은 관에서 나온 듯한 사내들"이라는 것뿐입니다. 순양경찰서 담당형사도 "경찰도 검찰도 아니니 남산일 것"이라고 귀띔합니다. 강기태는 아버지는 빨갱이라면 치가 떨리는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그쪽에 잡혀갈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순양극장은 압류 및 영업정지를 당하고 양조장의 재산도 압류되었습니다. 변절자 조명국(이종원 분)이 강기태에게 "강 사장이 사채업자의 돈을 빌려 신천에 땅을 매수했다"고 합니다. 강 사장은 북한에서 떵떵거리는 지주였지만 공산주의자들에게 토지개혁이라는 미명아래 토지를 전부 몰수당하고 월남하여 자수성가한 사람이라 땅을 살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조명국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재산을 뺏으려고 수작을 부린 듯 합니다.

강기태는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장철환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합니다. 아무리 궁지에 몰렸다손 치더라도 쇼단공연 극장초대권 문제로 곤욕을 치른 강기태가 장철환에게 찾아간 것은 다소 어이없는 일입니다. 장 의원은 "공사가 끝났으니 곧 돌아오겠지"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는데 강기태는 이 말의 의미를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용공조작을 하여 빨갱이로 만들고 처벌하지 않은 조건으로 재산을 처분토록 미리 손을 써 두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남산에서 수사관이 강만식에게 빨갱이혐의를 씌우려 하자 강 사장은 완강히 거부했는데 수사관은 진술서를 받기에는 너무 팔팔하다며 고문을 지시합니다. 그런데 그만 고문도중에 강 사장이 죽고 말았습니다. 이후 한성실업(정보기관의 다른 이름)의 윤 실장이 장철환에게 전화해 이를 알렸고, 장철환은 조명국과 차수혁을 호젓한 곳으로 불러내 "강만식이 죽었다"고 알립니다. 놀란 차수혁은 "내게는 아버지와 다름없는 분인데, 어찌 그럴 수 있느냐?"고 장 의원에게 항의합니다. 사실 차수혁의 이런 말도 정말 엉뚱합니다. 차수혁은 지금까지 조명국의 사주에 따라 반(反) 강만식-강기태 작전에 동참했기 때문입니다. 강만식 사장이 어디론가 끌려간 후 차수혁의 어머니 김금례는 아들과 조명국이 하는 말을 우연이 엿들었습니다.
<조명국> " 빠르면 내일쯤 일이 벌어질 것이다."
<차수혁> "그럼 기태 아버지는?"
<조명국> "아마도 남산으로 끌려가겠지!"

이 대화의 의미를 묻는 어머니에게 차수혁은 "내 인생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니 가만히 있어라"고 입단속 했습니다. 그런 차수혁이 강 사장의 죽음을 애통해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아니합니다. 물론 차수혁으로서는 당국이 강 사장을 죽일 줄은 몰랐었겠지요. 장 의원은 당황해 하는 차수혁에게 "이젠 수습방법이 필요하다. 정면 돌파하겠다"고 말하고는 자리를 떱니다. 조명국은 한술 더 떠서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오히려 잘 되었다. 넌 이미 강 사장을 죽인 공범"이라고 말합니다. 귀가한 차수혁이 자신을 아들처럼 대해주었던 장 사장을 생각하며 통한의 눈물을 흘리지만 솔직히 시청자로서 그의 진정성을 발견하기는 어렵습니다.


 


▲ 고문살해를 자살로 은폐한 정보기관의 만행

자신의 신분을 중앙정보부 요원이라고 밝힌 신사가 와서는 강기태를 남산으로 데리고 갑니다. 수사관은 "강 사장이 이적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자살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강 사장이 자필로 작성한 진술서를 보여줍니다. 강기태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당연히 수사관의 고문과 협박에 있지도 않은 용공이적행위를 부르는 데로 받아 적었을 것입니다. 수사관은 "용공이적행위는 본인은 물론 연좌제로 인해 가족도 빨갱이로 낙인찍혀 인생을 망친다. 그래서 이번 사건을 여기기 덮으려 한다. 따라서 네가 입을 닫는다면 더 이상 수사확대를 하지 않겠다"라고 말합니다.   

강기태는 아버지 시신을 보고 통곡하지만 이미 저 세상으로 간 사람은 말이 없습니다. 귀가한 가족에게 강기태는 담담하게 말합니다. "서울에서 경찰의 연락을 받고 갔다 왔다.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남편이 끌려간 이후 몸져누운 어머니 박경자는 아들의 말에 까무라칩니다. 이 자리에 조명국과 차수혁이 함께 하면서 짐짓 슬퍼하는 모습은 참으로 가증스러운 일입니다. 아버지가 용공이적행위를 했음을 믿을 수는 없지만 엉터리 정치인 장철환과 거대한 국가권력인 중앙정보부가 합작으로 저지른 횡포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게 그 당시의 현실이었습니다. 멀쩡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빨갱이가 되고, 고문을 당해 가족이 죽어도 자결로 둔갑하는 암울한 세상이었습니다.

아직도 조명국의 변절을 모르는 강기태는 조명국에게 "사채업자와의 채무정리도 형이 알아서 해 달라"고 부탁하네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형국입니다. 강기태는 조명국을 기생집에서 그리고 장 의원 사무실에서 차수혁과 함께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차수혁이 이미 장 의원 보좌관이 되었으면 그와 함께 있는 조명국에게도 무슨 변화를 감지했을 텐데 이를 강기태가 전혀 눈치 채지 못함은 그가 어리석은 탓일까요? 아니면 조명국을 너무 신뢰한 때문일까요? 강기태는 아버지 시신을 화장해 호수에 뿌리며 지난날을 회상합니다. 이제 강기태는 아버지와 재산마저 잃고 알거지가 되었습니다. 그가 앞으로 개척할 새로운 인생은 화려한 밤의 무대가 되겠군요.



 

▲ 화려한 무대 뒤편 배우들의 인생유전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안타까운 사람은 세븐스타 쇼단의 전속가수 최성원(이세창 분)입니다. 그는 한 때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였지만 계속되는 스캔들 사건으로 부와 명예 그리고 여자 등 모든 것을 잃고 호구지책으로 변두리 삼류국장을 전전하며 노래를 부르는 싸구려로 전락했습니다. 그는 노상택(안길강 분) 단장에게 얼마나 많은 빚을 졌는지 그에게 반발한번 하지 못하고 굽신거립니다. 

이날도 그는 마지못해 화양극장으로 갔습니다. 10여명도 안 되는 관객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집니다. 이에 자존심이 상한 최성원은 야유하는 관중을 향해 욕을 퍼부으며 나가라고 하였고 급기야는 이들로부터 몰매를 맞습니다. 퉁퉁부은 얼굴로 쇼단에 나타난 최성원은 노상택에세 월남공연을 보내달라고 요청하지만 월남장병들은 비록 할머니라도 여자들을 원한다며 혀를 찹니다. 이런 소동으로 모처럼 노래를 부를 기회를 잡은 이정혜(남상미 분)와 김계순(하재숙 분)도 그만 허공에 뜨고 맙니다. 이정혜는 양태성(김희원 분)의 꼬임에 빠져 월남공연을 가겠다고 승낙했는데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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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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