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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왕비의 능인 강화 가릉

 

천상병 귀천공원

 

 

 

 

 

한반도의 남한지역을 일주하는 코리아 둘레길은 동해안의 해파랑길, 남해안의 남파랑길, 서해안의 서해랑길, 휴전선의 DMZ 평화누리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서쪽바다와 함께 걷는 서해랑길은 전남 해남의 송호리 땅끝탑에서 출발해 서해안을 따라 북쪽 인천 강화도 평화전망대에 이르는 109개 코스 1,800km에 달하는 장대한 트레일 코스입니다. 이 길을 걸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드넓은 갯벌과 황홀한 일몰, 그리고 종교와 문물교류의 역사를 만나게 됩니다.

 

 

 

 

서해랑길 강화 101코스는 강화군 양도면 길정리 곤릉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해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 강화파출소에 이르는 13.6km의 도보길로 곳곳에 숨어있는 고려시대의 역사 문화를 찾으며 강화의 마을과 논밭을 거니는 코스입니다. 길을 걸으며 강화 석릉과 가릉, 정제두 묘, 천상병 귀천공원, 강화함상공원 및 외포리 선착장을 만납니다.

 

 

 

 

101코스의 출발지는 강화군 양도면 길정리 곤릉버스정류장입니다. 여기서 북쪽 길정리 마을회관과 권능교회를 지나갑니다. 곤릉은 갈림길에서 편도 약 400m 거리에 있어 왕복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우므로 그냥 지나칩니다. 강화군 양도면 소재 강화 곤릉(사적 제371호)은 고려후기 고종의 어머니이자 제22대 강종의 왕비 원덕태후 유씨의 능으로 고려가 몽골의 침입에 대항하여 개경에서 강화도로 천도한 때인 강도(江都) 시기(1232~1270)에 조성된 왕릉 중 하나입니다.

곤릉버스정류장

 

 

 

 

 

 

 

북쪽으로 향하던 길은 잠시 후 목장승이 있는 곳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전환합니다. 강화흙 전원마을 쪽으로 가는 길목의 화단에는 꽃양귀비, 독일붓꽃(덩치가 매우 큰 붓꽃), 작약꽃, 샤스타데이지 등이 아름답게 피어 있습니다. 장독대가 있는 곳에서 길은 계단을 올라 숲으로 이어집니다.

갈림길 목장승

 

독일붓꽃

 

작약꽃

 

샤스타데이지

 

장독대

 

숲길로 가는 길

 

 

 

 

 

날씨는 완전 초여름의 가운이지만 숲길은 시원합니다. 잠시 후 정자가 있는 곳에는 성현들의 글귀를 목판에 새긴 안내문이 놓여 있습니다. 이 글은 강화나들길을 개설하는데 결정적으로 도움을 준 100여 년 전 화남 고재형(華南 高在亨) 선생이 지은 진강산 귀운(鎭江山 歸雲) 이라는 칠언절구(七言絶句) 한시입니다. “진강산 산색은 푸른 병풍을 친 듯하고, 흐르는 조각구름 비단에 수놓은 듯하다. 수지현 옛터는 어디쯤에 있을까, 조물주의 붓끝아래 단청이 그려졌네.”

숲길

 

고재형 선생의 철언절구 한시

 

 

 

 

 

약간의 오르막을 지나면 강화 석릉이 30m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오는데 여기서 석릉을 왕복해야합니다. 우측으로 들어서면 돌계단이 보이는 석릉입니다. 강화군 양도면 길정리 소재 석릉(碩陵)은 고려 21대 왕인 희종(재위 1204∼1237)의 무덤입니다. 희종은 최충헌(崔忠獻)의 횡포가 심해지자 그를 제거하려다 실패하고 재위 7년(1211)에 폐위되어 교동도로 유배되었습니다. 최충헌은 무신정권시기(1170-1270) 강력한 권력을 가졌던 인물로 4대에 걸쳐 60여 년 동안 최씨정권을 형성한 인물입니다. 희종은 고려 고종 24년(1237) 용유도에서 세상을 떠나 이곳에 안장되었습니다. 석릉은 남한 역사에 남은 5기의 고려시대 왕릉과 왕비릉 중의 하나로 고려 왕실의 묘지를 직접 보고 연구할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 가치가 있어 사적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석릉이정표(30m 남음)

 

 

 

 

 

 

 

갈림길로 되돌아와 진강산 자락을 따라 남서쪽으로 갑니다. 진강산(443m)은 강화도에서 마니산(472m)과 혈구산(466m)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산으로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다고 합니다. 진강산 등산로 갈림길을 지나 산자락을 요리조리 돌아갑니다. 인천가톨릭대학교 인근 숲을 지나가는데 대학교는 숲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지정된 등산로가 아닌 곳은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문이 군데군데 붙어 있습니다.

진강산 갈림길

 

 

인천가톨릭대학교 인근 숲길

 

 

 

 

 

계곡을 건너고 개활지를 지나 울창한 숲을 계속 걷습니다. 다시 만난 개활지에 서니 남쪽으로 마니산이 우뚝합니다. 수차례 오르내림을 반복한 끝에 공사중인 구간을 지나 진강정을 만났습니다. 정자 내부에는 진강산의 유래가 걸려 있군요.

 

개활지

 

 

남쪽의 마니산

 

진강정

 

 

 

 

 

 

 

아래로 내려오면 가릉 위쪽에 <강화 능내리석실분>이 있습니다. 이곳의 무덤 주인은 누군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려시대 왕실과 관련된 지배계층의 무덤으로 보이는 곳입니다. 무덤의 크기는 남북방향 길이가 270㎝ 정도, 깊이가 195㎝의 규모로 내부는 잘 다듬어진 화강암으로 쌓았습니다. 무덤 앞쪽에는 사각형의 석주가 있는데 3면에 문양이 양각되어 있습니다. 축조연대는 강화천도시기(1232-1270)와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강화군 양도면 능내리 소재 강화 가릉(嘉陵, 사적 제370호)은 고려 24대 원종의 왕비인 순경태후(1222~1237)의 능입니다. 그녀는 불과 14세에 태자비가 되어 15세에 아들과 딸을 낳고 16세에 세상을 떠난 비운의 왕비입니다. 왕릉의 주인인 순경태후는 무신정권 최고권력자 최우의 외손녀라고 합니다. 이 가릉은 곤릉과 함께 남한에 단 2기만 남아 있는 고려시대 왕비의 능으로 중요한 문화유산입니다.

 

 

 

 

 

 

가릉을 뒤로하고 아래로 내려오면 고즈넉한 능내리 능안마을이 보입니다. 능내리마을회관에서 원래의 길인 숲길 대신 도로인 강화남로를 만나 북상합니다. 길을 걸으며 오른쪽을 보니 진강산의 능선이 잘 보이네요. 양도면 주민자치센터를 지나갑니다. 담쟁이덩굴이 점령한 가옥의 모습은 한마디로 예술작품입니다. 갈멜산 기도원입구와 하우고개버스정류장을 지나면 오르막 길 우측에 정제두 묘가 있습니다.

능내리 능안마을

 

능내리마을회관

 

진강산 능선

 

양도면주민자치센터

 

예술작품 같은 집

 

정제두 묘 이정표

 

 

 

 

 

강화군 양도면 하일리 소재 정제두 묘의 주인공인 하곡 정제두(1649-1736)는 조선 영조 때의 학자로 18세기 초 강화도로 옮겨 살면서 양명학 연구와 제자양성에 힘써 강화학파라 불리는 하나의 학파를 이룬 인물입니다. 현종 9년(1668) 별시문과 초시에 급제했으나 정국의 혼란을 통탄하며 벼슬을 포기하고 학문에 전념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주자학을 공부하였지만 뒤에 지식과 행동의 통일을 주장하는 양명학을 연구하고 발전시켜 최초로 사상적 체계를 세웠습니다. 저서로는 하곡문집이 있습니다. 봉분 앞에는 혼유석, 상석, 향로석이 있고 그 밑에는 망주석과 문인석이 있습니다. 정제두 묘 아래쪽에는 그의 부모의 합장묘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가족의 묘는 부모의 묘소가 위쪽(높은 곳)에 있지만 이곳은 예외로군요.

정제두 부모의 묘(좌측)와 정제두 묘(우측)

 

정제두 묘

 

 

 

 

 

 

 

정제두 묘소를 둘러본 후 하우고개를 넘어갑니다. 산딸나무의 설명문도 산뜻하군요. 250m 거리에 위치한 김취려 장군(1171-1234, 고려의 무관 겸 문관으로 혼란스러웠던 고려 중반기 거란 등 외적의 침입을 막아낸 인물)의 묘소는 그냥 지나칩니다. 하우고개를 지나 좌측 길로 진입합니다. 자전거탄 풍경이라는 펜션도 있군요. 무논에 비친 진강산의 반영이 고요합니다.

 

 

하우고개

 

 

진강산의 반영

 

 

 

 

 

만개한 불두화를 뒤로하고 넓은 비닐하우스 지대와 건평리 양지부락 노인회관을 지나갑니다. 건평교회를 지나 양지삼거리에서 해안서로를 횡단하면 천상병 귀천공원입니다. 공원 남쪽에는 건평항이 있습니다. 강화군 양도면 건평리 소재 건평항은 어촌의 생활 근거지가 되는 소규모 어항인 어촌정주어항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이곳은 어항시설 관리가 철저한 곳으로 주요 어종은 민물장어, 새우, 숭어, 망둥어입니다.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찾아 힐링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입니다.(자료/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발췌인용).

불두화

 

비닐하우스

 

건평항

 

 

 

 

 

강화군 양도면 건평리 소재 천상병귀천공원은 시인 천상병(1930-1993)이 평생 가난과 시대와의 불화로 고통스러웠을 인생에도 불구하고 소풍을 와서 즐겁게 놀다가 하늘로 돌아간다는 그의 시 “귀천”을 모티브로 조성한 공원입니다. 이곳의 바다와 노을빛을 사랑한 시인의 맑은 문학정신과 강화해안의 아름다운 풍경을 오래도록 기리고 보전하기 위함입니다. 이곳에는 그의 대표작인 귀천과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건평항의 하늘이 시인이 돌아갈 하늘과 하나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곳에는 강화나들길 조형물이 세워져 있어 사진촬영명소이기도 합니다.

 

 

 

 

 

 

 

 

 

 

 

이곳에는 진강산 벌대총 이야기 안내문이 있군요. 진강산의 명마 벌대총(伐大驄)은 조선 17대 임금 효종의 명마였습니다. 1636년 청이 조선을 침입한 병자호란은 인조가 삼전도에서 치욕스럽게 항복한 후 봉림대군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인질로 잡혀갔습니다. 청에서 고생하다 귀국한 봉림대군은 후일 효종으로 즉위하여 청나라에 대한 복수심(북벌론)으로 전국의 명마를 찾았고 강화사또가 진강산에서 난 말을 효종에게 바쳤는데 효종이 크게 기뻐하며 벌대총 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 후 ​벌대총은 진강산에서 한달음에 염하를 건너 한양에 도착하여 효종을 모시는 등 만화 같은 활약을 펼쳤다고 합니다. 진강산 정상 남쪽 바위에는 사람 주먹이 들어갈 만한 구멍이 하나 있는데 바로 벌대총의 발굽자국이라 전해집니다.

 

 

 

 

 

 

여기서 북쪽 외포리로 갑니다. 도로변에는 라파밀리아라는 카페와 펜션이 생겼군요. 4년 전 강화나들길을 걸을 때는 보지 못했던 건축물입니다. 해안가에서 뒤돌아보니 지나온 건평항 뒤로 마니산 능선이 바라보입니다. 바다 건너에는 석모도의 해명산(327m)이 우뚝합니다. 길섶에는 오동나무가 연보라색 꽃을 피우고 있군요.

라파밀리아 카페와 펜션

 

마니산 능선

 

석모도 해명산

 

오동나무꽃

 

 

 

 

 

해르미 펜션을 지나갑니다. 우측 노고산에는 건평돈대가 있다고 하지만 올라갈 수가 없습니다. 강화군 양도면 건평리 소재 건평돈대는 조선시대의 돈대로 조선 숙종 5년(1679) 강화유수 윤이제가 설치한 돈대입니다. 돈대는 적의 움직임을 살피거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 영토내 접경지역 이나 해안지역의 감시가 쉬운 곳에 마련해 두는 초소입니다. 대개 높은 평지에 쌓아두는데, 밖은 성곽을 높게 하고, 안은 낮게 하여 포를 설치해 두는 시설물입니다.

건평돈대가 있는 노고산 능선

 

 

 

 

 

길섶의 글램조이는 돔형의 숙박시설과 개별 수영장이 있는 리조트입니다. 이제 목적지까지는 1.5km가 남았습니다. 북쪽으로는 강화도와 석모도를 잇는 석모대교가 보입니다. 도로와 바다 사이에는 매우 넓은 규모의 대하양식장이 있습니다. 좌측에 강화함상공원이 방문객을 유혹하는군요.

 

북쪽의 석모대교

 

대하양식장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 소재 강화함상공원은 1985년 취역 이래 34년간 우리 바다를 지켜 오다 2019년 퇴역한 한국형 호위함인 “마산함”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방식으로 재생한 공간입니다.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군함에서 해군생활과 각종 전투장비를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마산함 갑판

 

 

 

 

 

강화함상공원에서 외포리선착장으로 가는 길목에 인천해양경찰서 강화파출소가 있고 그 앞에 서해랑길 102코스 안내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강화군 내가면 소재 외포리 선착장은 소규모 연안여객터미널로 유난히 갈매기가 많아 사진 촬영지로 소문난 명소입니다. 외포리 선착장은 석모도(보문사) 출입을 위한 주민과 여행객들이 주로 찾는 곳이었지만 2017년 석모대교가 개통되면서 관광객이 줄어들었고 주문도와 불음도 등을 출입하기 위한 여객 터미널로 바뀌었습니다. 선착장 한편에는 외포항 젓갈 수산물 직판장이 있어 해산물과 젓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도 붐비는데 특히 서해에서 잡은 새우로 담근 새우젓이 유명해 김장철이면 많은 이들이 찾습니다.

인천해양경찰서 강화파출소

 

서해랑길 102코스 안내도

 

외포리선착장

 

 

 

 

 

 

오늘 13.8km를 걷는데 약 5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출발점에서 가릉까지는 완전한 산길이어서 시간이 지체되었고 강화함상공원을 답사하는데 2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고려왕릉은 국내에는 5기뿐이라는데 신라와 조선왕릉에 비하면 규모는 왜소하지만 몽고의 침략기에 이곳으로 피난을 와서 조성한 것이기에 역사적인 가치가 매우 크다고 합니다. 오늘은 3기 중 석릉과 가릉 2기를 눈으로 화인했고, 괴짜 시인 천상병을 만났으며, 해군함정 내부도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서해랑길은 단 2개 코스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서해랑길 강화 101코스 개요》

 

▲ 일자 : 2026년 5월 17일 (일)

▲ 코스 : 곤릉버스정류장-석릉-가릉-능내리마을회관-하우고개-건평항.천상병귀천공원-강화함상공원-외포리 강화파출소

▲ 거리 : 13.8km

▲ 시간 : 4시간 50분

▲ 안내 : 나홀로

 

 

 

 

[교통편]

☞ 출발지점 가는 길 : 강화터미널에서 강화48번 버스승차 → 곤릉버스정류장 하차

☞ 귀가 : 외포리버스정류장에서 강화37번 버스승차 → 강화터미널 하차

 

 

서해랑길 101코스 인천 강화군 양도면 하일리 산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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