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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류봉에서 바라본 한반도지형 




충북 영동군 황간면 소재 월류봉(月留峰, 401m)은 이름 그대로 달도 머문다는 산입니다. 예로부터 황간면 일대는 금강 상류의 한 줄기가 굽이쳐 흐르면서 그윽한 산수의 풍광을 연출하는데, 그 중에서 여덟 경승지를 꼽아 한천8경이라 부릅니다. 한천8경은 월류봉, 화헌악, 용연동, 산양벽, 청학굴, 법존암, 사군봉, 냉천정으로서 그 중심부는 제1경인 월류봉 일대입니다. 이곳은 우암 송시열(1607-1689)의 사랑을 받았던 명승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산행들머리는 영동군 황간면 마산리 555번지 소재 에넥스 황간공장 입구입니다. 주황색의 지붕이 매우 인상적인 건축물이네요. 공장 좌측으로 월류봉 등산로 이정표가 있고 조금만 들어가면 등산로 안내판이 길손을 맞이해 줍니다. 이 안내판 좌측 아래의 숫자는 해발고도가 아니라 봉우리 사이의 거리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안내판에 그림으로 표시한 월류봉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풍광이 매우 아름다움을 실감나게 합니다. 

 


 

좌측의 임도를 따라 가다가 우측으로 돌아 고도를 높이면서 뒤돌아보면 방금 지나온 에넥스 공장과 그 뒤로 시골마을 그리고 산들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바람 한 점 없는 오르막은 무척 덥습니다. 정말 금년 같은 폭염은 처음 경험하는군요. 드디어 월류봉 1봉(365m)에 올랐습니다. 눈 아래로 한반도 지형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우리나라에서 산에 올라 완벽한 한반도지형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정선 소재 상정바위산(1,006m)이지만 이곳의 한반도지형도 흠 잡을 곳 없을 만큼 늠름한 한반도 기상을 간직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반도지형의 서쪽과 남쪽에는 초강천이 감돌아 마치 서해와 남해바다를 연상시킵니다.  

 에넥스 황간공장

 한반도지형

  

일반적으로 한반도지형으로 가장 잘 알려진 곳은 위 상정바위산과 영월 선암마을의 한반도지형인데, 왜 이곳은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1봉에서 북쪽과 동쪽으로 탁 트이는 시야의 풍경도 매우 빼어납니다. 하산 지점인 월류정(月留亭)과 주차장까지 내려다  보이는군요. 


 

 


월류1봉에서 월류2봉으로 갑니다. 거리는 200m에 불과하여 금방 도착합니다. 봉우리마다 설치된 이정표에 거리표시를 해 둔 것은 좋지만 마치 해발고도를 표기한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고 실제로 등산객에게 필요한 정보인 해발고도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은 옥의 티입니다. 2봉에서도 한반도지형은 그대로 보이는데, 다만 여기서는 전라남도지방이 숲이 아닌 진디로 보여 아쉽습니다.


 


 

 월류2봉 이정표 


 

월류3봉(394m)에서 바라보는 한반도지형은 아래쪽이 숲에 가려져 잔디부분은 보이지 않습니다. 가야할 4봉도 매우 우뚝하고, 4봉으로 가면서 뒤돌아본 3봉도 암산임을 실감나게 합니다. 4봉(401m)에 서니 한반도지형의 모습은 분간하기 어렵게 변해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주변의 산세는 매우 좋습니다. 산이 명산이 되기 위해서는 산 자체도 아름다워야 하지만 산에 올라 바라보는 조망과 주변풍경도 좋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월류봉은 비록 해발고도는 400여 미터에 불과하지만 명산의 반열에 오를 자격을 충분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월류5봉(405m)에 오르니 지나온 월류1봉과 2봉이 동쪽으로 바라보입니다. 


 


 


 

 가야할 4봉

 뒤돌아본 3봉

 알아보기 어려운 한반도지형

 5봉에서 바라본 하산지점  



이제 우측으로 하산합니다. 내려서는 길이 매우 가팔라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깁니다. 길은 강변으로 바로 이어지지 아니하고 점점 우측으로 굽어지며 서서히 고도를 낮춥니다. 지나는 길에 석굴이 보이는군요. 초라한 판잣집 같은 산신각에 남무월류봉산왕대신(南無月留峰 山王大神)이라는 제방이 놓여져 있습니다. 월류봉 산신에게 오가는 사람들의 무사산행을 기원한 듯 합니다. 그 아래로 큰 석굴이 있는데 아마도 폐광산인 듯 보여지는군요. 무서워서 제대로 속을 들여다 볼 수 없었습니다.

                                                                                  석굴

 산신각

                                                                                폐광산(?)



드디어 초강천 강가로 내려왔습니다. 바로 눈앞에는 사진으로만 보던 월류정(月留亭)이 단아한 자태로 길손을 부릅니다. 먼저 하산한 사람들이 정자에서 망중한(忙中閑)을 즐기고 있습니다. 정자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오늘 산행 중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바람을 여기서는 가슴이 서늘하도록 맞이합니다. 이 정자야말로 피서의 핵심이며 월류봉 산행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었던 것입니다. 정자에 앉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초강천과 주변풍경을  바라보기만 해도 폭염은 이미 딴 세상 이야기가 되고 맙니다. 조선중기의 문호인 우암 송시열 선생도 이곳에서 시심(詩心)을 동원했겠지요.

 초강천

 월류정


 


 


 

이제 초강천을 건널 차례입니다. 문제는 강바닥을 건너는 일입니다. 강에는 그 흔한 징검다리도, 간단한 구름다리도 없어 강을 직접 건너야 합니다. 강바닥이 미끄러워 겨우 조심조심 건넜습니다. 지금은 가물어서 강심(江深)이 낮지만 우기에는 강을 건너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월류봉에 올랐다가 정자로 하산한 사람들은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 반대방향으로 내려가야 할까요? 그리고 월류봉 주차장을 찾은 사람들은 강 맞은 편 정자를 바라보기만 해야 할까요?

문제는 관할행정기관(영동군)의 무관심입니다. 영동군은 아무리 예산이 없더라도 초강천을 건너 정자로 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나 섶 다리라도 조속히 설치하기 바랍니다. 구름다리를 만들면 좋겠지만 환경단체들이 환경을 파괴한다고 딴 소리를 할지 모르니까요. 등산객들이 무리하게 강바닥을 건너려다가 넘어지거나 안전사고라도 발생하면 낭패이기 때문이지요.

 강을 건너는 사람들



주차장에는 "달도 머물다 간다는 월류봉"이라는 대형표석이 서 있습니다. 외지에서 온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맞은 편 정자(월류정)을 바라보며 감탄만 하다가 그냥 돌아갑니다. 물론 주차장 인근에 정자(기미정)가 있어 쉬어 갈 수는 있겠지만 월류정에 오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테니까요. 초강천에 물이 많으면 주변풍경은 더욱 일품일 듯 하지만 강을 건너지 못하니 방문객에게 월류정은 화중지병(畵中之餠, 그림의 떡)으로 변하고 말겠지요. 


 


 


 

 기미정과 월류정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2년 8월 9일 (목)
▲ 등산 코스 : 에넥스 황간공장-등산로 안내판-월류1봉-2봉-3봉-4봉-5봉-석굴-산신각-월류정-소강천 도강-주차장
▲ 산행 거리 : 약 3.5km
▲ 소요 시간 : 2시간 20분
▲ 등산 안내 : 산두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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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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