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기무라 슌지 역의 박기웅                              각시탈 이강토 역의 주원



지난 100일 동안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모이게 했던 KBS 2TV 수목드라마 <각시탈>이 28회를 끝으로 종영되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10%대 초반을 기록했던 시청률이 막판 20%대 중반(9월 5일 전국시청률 24..3%)으로 끝을 맺은 것은 무엇보다도 잘 만들어진 때문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빼어났고 한일관계가 냉각되는 타이밍도 절묘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일본국가인 기미가요를 오래 틀어 친일드라마로 매도하기도 했지만 글쓴이는 일제시대의 잔혹한 압제와 이에 맞선 독립투사들의 저항을 다룬 항일드라마라고 평가합니다.



■ 막판 최대반전은 바로 슌지의 자결

마지막 회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있었는데요. 이강토(주원 분)와 오목단(진세연 분)이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고 있을 때 가무라 슌지(박기웅 분)가 경찰과 조선군사령부군인을 이끌고 동진결사대 아지트로 왔습니다. 슌지가 이강토에게 총을 쏘았는데 이를 제일 먼저 본 오목단이 나서서 대신 총에 맞았습니다. 현장의 독립군들도 놀랐지만 오매불망하던 여자를 죽인 슌지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강토는 피를 흘리는 목단을 안고 숲 속으로 도망쳤지만 끝내 목단은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강토가 양지 바른 곳에 목단을 묻고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백건(전현 분)으로부터 동진결사대와 학도병요원 300여명이 몰살되었다는 말을 듣고는 심기일전하여 분연히 일어났습니다. 독립군은 종로경찰서에서 탈취한 많은 무기가 있었지만 비무장상태였기 때문에 양백과 동진 그리고 안섭과 송기자 및 득수와 계순의 동생을 제외한 모두 피살된 것입니다. 이강토는 금화정으로 조선의 우두머리 원수(怨讐)인 우에노 히데끼(전국환 분)를 응징하러 갔습니다. 같은 시각 우에노 회장은 긴페이(브루스 칸)에게 양딸인 리에(한채아 분)를 죽이라고 지시하였고 그가 칼을 빼든 순간 리에의 호위무사 가츠야마(안형준 분)가 긴페이와 맞붙었습니다. 솔직히 가츠야마가 긴페이의 적수는 아니지요. 이때 이강토가 문을 박차고 들어오자 긴페이가 문쪽을 응시하는 순간 뒤에서 가츠야마가 긴페이를 죽이고 말았습니다. 그 다음 강토가 조선인의 이름으로 날린 쇠퉁소는 우에노 회장의 정수리를 명중시켜 일격에 살해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기무라 슌지입니다. 강토가 찾아가자 슌지는 술상을 앞에 두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술 한잔씩 나누어 마신 두 사람, 그렇지 않아도 오목단을 죽인 자책감으로 괴로운 슌지에게 강토는 "네가 죽인 사람은 목단뿐이 아니다"라며, 담사리와 오동녀 등의 이름을 차례로 말했습니다. 밖으로 나가 사생결단을 내자던 두 사람, 강토가 먼저 문을 열고 나갔습니다. 그러자 방안에서 한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는데요. 슌지가 권총으로 자결한 것입니다. 이게 바로 제작진이 감추어둔 막판 반전이었습니다. 각시탈 이강토는 살았지만 오목단의 죽음으로 드라마 <각시탈>은 해피엔딩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시 조선인들을 규합해 모두 각시탈이 되어 일한합방기념일에 조선의 독립만세를 외쳤습니다. 드라마 <각시탈>의 성공요인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 배우 주원과 박기웅의 명품 연기

각시탈 출연배우들은 주연에서부터 조연에 이르기까지 연기를 하지 못하는 배우가 전무했습니다. 가장 흔한 비평이 배우에게는 굴욕적인 발연기를 한다는 평가인데, 이 드라마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이는 매우 비중 있는 중진들이 출연한 탓도 있지만 주연인 주원(이강토 및 2대 각시탈 1인2역) 및 박기웅(기무라 슌지 역)의 완벽한 연기에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물론 1대 각시탈인 배우 신현준(이강산 역)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글쓴이가 주원의 연기를 처음 본 것은 <제빵왕 김탁구>에서 악역인 구마준으로 출연했을 때입니다. 그 당시 악역으로 욕을 많이 먹었지만 연기에 대한 평가는 좋았습니다. 이번에도 주원 오빠 신드름을 일으킬 정도로 그의 1인2역 연기는 대단했습니다.
 
배우 박기웅은 <추노>에서 실명도 없는 "그분"이라는 희한한 이름으로 등장하여 노비도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며 노비당을 만들었는데, 실제로는 좌의정 이경식(김응수 분)의 사주를 받아 노비들을 선동하다가 막판에 이들을 전부 죽이는 악역으로 변신했습니다. 이 당시부터 박기웅의 눈빛 연기는 일품이었는데, 이번에도 남산소학교 교사시절 그토록 온화하던 눈빛이 각시탈이 기무라 켄지 형을 죽이는 현장을 목격한 이후 종로경찰서 경부가 되어 조선인들을 탄압하는 지독한 일경이 되었을 때 그 매서운 눈빛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을 지경입니다.

 


▲ 한일관계의 악화상황 지속  

각시탈이 방영되는 기간 중에 터진 한일관계의 악화는 시청률을 높이는 견인차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하였는데 이에 대해 일본은 영유권 분쟁지역을 방문한 데 대해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야당과 반 MB진영에서도 임기말에 내정의 실정을 호도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렇지만 영유권분쟁은 일본의 주장이고 독도는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엄연한 우리 대한민국 영토입니다. 우리 땅 독도에 우리 대통령이 가는 것을 정파와 이념을 떠나서 누구도 비난할 자격은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보도에 의하면 매년 독도에서 실시하던 우리 해병대의 방어훈련을 금년에는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참으로 잘 못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일본의 압력에 굴복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 국왕이 한국을 방문하려면 과거의 침략행위와 인권유린 사실에 대해 "통석의 념" 같은 말 장난대신 진정으로 한국과 한국국민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일본정부는 독도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하고 의회에서 우리 대통령의 대일인식을 바꾸도록 결의하는 등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 없이 잔악한 추태를 계속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각시탈이 친일조선인들을 차례로 처단하고 동진결사대 요원들과 힘을 합쳐 일본제국주의에 맞서는 이야기는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보여집니다.

 


▲ 위안부 모집과 창씨개명 등 뼈 아픈 역사의 재조명

종군 위안부 모집에 대하여 일본은 그런 적이 없다며 한국으로 하여금 증거를 대라고 적반하장(賊反荷杖)의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위안부가 아니라 "강제적 성노예"로 바꾸어 부르라고 지시했답니다. 드라마에서 보면 일제는 전쟁에 동원된 병사들의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젊은 여성들을 모집하면서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이면 야학(夜學)을 시켜 준다는 감언이설로 속였습니다. 실제로 위안부 모집업무를 담당했던 일본인 "요시다 세이지"가 1972년에 쓴 참회수기 <조선인 위안부와 일본인>이라는 책에 의하면 그 당시 일제는 조선과 가까운 대마도의 육군병원에서 1년간 세탁 및 청소 등을 하는 잡역부를 모집한다고 속이고는 18세∼35세 여성들을 강제 징집해 남중국해 전선의 일본군기지로 보냈다고 고백했습니다. 

또 한국인의 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창씨개명을 강요하면서 한편으로는 우월한 민족인 일본성씨를 미개한 민족인 조선인에게 부여하는 것은 천황폐하의 은덕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습니다. 역사적으로 이미 알고 있는 두 만행을 드라마에서 다룬 것은 제작진의 큰 용기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 친일파 이시용 백작부부의 코믹연기

키쇼카이 경성지부회원들은 조선인 친일파로 부와 명예를 획득한 역적들입니다. 그러나 이들도 차례차례 각시탈에 의해 피살되고 말았습니다. 경성법원판사 최명섭(권태원 분)은 담사리(전노민 분)에게 사형을 언도한 죄로, 총독부 병원장 우병준(김규철 분)은 조선인의 치료를 거부한 죄로, 경성일보 사장 박인삼(김태영 분)은 허위사실 보도죄로, 조일은행장 조영근(고인범 분)은 사기대출죄로 각시탈의 쇠퉁소를 맞고 저 세상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비록 일제의 앞잡이이기는 하지만 등장하기만 하면 웃음이 나오는 커플이 있었으니 바로 이시용 백작(안석환 분)과 부인 이화경(김정난 분)이었습니다. 이시용은 부인을 부를 때 "여보 여보 여보…"를 반복했으며, 이화경은 거의 대부분 가슴골이 드러난 의상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시용은 일제에 비행기까지 구입하여 헌납했지만 그의 아들 이해석(최대훈 분)이 막판 친일파들이 모은 국방헌금 10만원 전달정보를 각시탈에게 제공한 후 자결하자 이들 부부는 우에노 회장에 의해 살해되고 말았습니다. 이해석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백작부부가 친일에서 항일로 변신하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 <각시탈> 출연진 및 제작진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지난 4월 차량전복사고로 보조출연자가 사망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드라마를 시청하는 동안 조마조마 하면서도 매우 행복했습니다. 변변치 못한 졸필을 읽고 응원해준 독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다음 메인에 잠시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728x90
반응형
Posted by pennpe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