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강마루 역의 송중기 


인기리에 종영된 KBS 2TV 수목드라마 <각시탈> 후속으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가 첫 전파를 탔습니다. 그런데 스토리의 전개는 빨랐지만 위기상황에서 주인공 송중기(강마루 역)의 행동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반면 <공주의 남자>에서 비련의 공주역을 맡았던 문채원(서은기 역)은 악녀본색을 거침없이 드러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모습입니다.

 

▲ 이해할 수 없는 강마루의 연이은 멍청한 행동

어느 날 강마루가 집에서 희귀병에 걸린 여동생 강초코(이유비 분)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 데리고 가려는 순간 여친 한재희(박시연 분)로부터 "와서 살려달라!"를 전화를 받았는데요. 초코는 마루에게 "오빠가 재희에게 가면 난 죽어 버린다"고 하소연했음에도 마루는 초코에게 "500번을 헤아리고 있으면 반드시 온다"며 환자인 동생을 그대로 홀로 두고 재희에게 달려갔습니다. 아픈 동생을 내버려두고 애인에게 달려가는 강마루의 행동은 보통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렵지요.

강마루가 모텔의 한재희를 찾아가자 방안에는 피를 흥건하게 흘린 남자가 숨져 있고 한재희는 반쯤 깨진 맥주병을 들고 있었습니다. "내가 죽이지 않았다"고 항변하는 재희에게 강마루는 차분하게 "이는 정당바위이고 과실치사이므로 자수하면 집행유예로 풀려나올 수 있다"고 했지만 재희는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기자인생이 끝장난다"며 괴로워합니다. 그러다가 재희가 경찰에 자수하려고 전화기를 집어든 순간 강마루는 전화기를 빼앗아 집어던지고는 재희에게 기습키스를 퍼부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어찌 키스를 할 생각을 했는지 이런 키스장면은 매우 뜬금 없었습니다.  

그런 다음 마루는 모텔 내의 술잔 등에 묻은 재희의 지문을 지우고는 "이 남자는 내가 죽였다"고 했습니다. 마루는 "난 의사 안 해도 그만이지만, 누나는 앞으로 꿈을 잃으면 곧 죽을 것 같다"며 살인죄를 대신 뒤집어쓰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나중에 보니 재희는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다"며 마루의 호의(?)를 받아들였더군요. 그런데 강마루가 의사가 되기를 포기한 것도 참으로 거시기 합니다. 그는 공대출신의 의대 본과생이었지만 지도교수인 석민형(조성하 분)도 오심한 어린 환자의 병명을 정확하게 진단한 천재급 학생으로 지도교수는 "2년 후 천재의사가 나올 것"이라는 찬사를 할 정도로 전도가 촉망되는 학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그가 희귀병으로 고생하는 어린 동생을 홀로 내버려두고 전도유망한 의사가 될 기회마저 버린 채 "누나"라고 부른 한재희를 위해 살인죄를 자청하고 5년 간 옥살이를 한 강마루의 이야기는 착한 남자라기보다는 사리분별을 할 줄 모르는 멍청한 남자일 뿐입니다.


 


▲ 꽃뱀킬러로 변신한 강마루의 여자편력

어느 듯 출소한 강마루는 일본 아오모리에서 꽃뱀(신다은 분)에게 "그만 하자 이제. 가진 게 이것밖에 없어, 지금"이라며 1천만원 짜리 수표를 건네줍니다. 꽃뱀은 "날 지금까지 창녀 취급한 거냐"고 화를 냈는데, 마루는 "아니. 꽃뱀으로 봤다. 한번 걸리면 껍데기까지 벗겨간다는 명망 높은 꽃뱀. 그런데 잘못 짚었다. 나 그렇게 돈 많은 놈 아니다"라고 싸늘하게 대구했습니다. 

여자가 "꽃뱀인 거 알면서 왜 지금까지 아무 말도 안 했냐"고 되묻자 마루는 "네가 꽃뱀이든 아니든 난 아무상관 없었다"고 담담하게 말한 후 그녀를 끌어안습니다. 여자는 "자기에게 난 그런 것 아니었다. 난 진심이었다. 처음엔 자기 말처럼 그런 의도로 접근한 것은 맞지만 자기는 다른 남자들과 달랐어. 난 자기를 정말 좋아했다"며 눈물을 흘렸지만 강마루는 일말의 동요도 없습니다.

강마루의 꽃뱀킬러 본색은 친구인 박재길을 등쳐먹은 꽃뱀을 혼낸 것으로 여실히 증명되었습니다. 다리 위에서 눈물짓던 박재길은 강마루를 보자 눈물을 닦으며 "나 속이고 등 다 처먹고 그 처 죽일 파충류한테 아직도 내가 미련이 남았겠냐? 난 울지 않았어! 내가 병신이야!"라며 꽃뱀에게 속은 스스로를 자책합니다.

강마루가 재길에게 통장을 건네주자 재길은 "성공했냐? 벌써? 작업 들어간 지 일주일밖에 안됐는데"라고 말합니다. 마루는 재길에게 "텐텐 제하고, 나머지는 초코 통장에 넣어줘라"며 동생을 부탁하는 모습입니다. 통장을 펼쳐본 재길은 "1억 3천 5백만 원? 통장 째 상납하다니? 꽃뱀과 키스했냐? 키스했겠지! 네가 어떤 놈인데! 잤냐? 잤겠지! 당연히 잤겠지! 네가 어떤 놈인데! 몇 번이나 잤냐, 두 번? 세 번? 네 번?"이라며 마루를 다그쳤고, 마루는 "그거에 곱하기4, 더하기 10만큼 했다"고 응수했습니다. 재길은 "에라이 사악한 새끼. 돈만 찾아 오랬지 그 여자랑 자라고 했냐?"며 분개하는 모습이 참으로 우스꽝스럽습니다.


 


▲ 요조숙녀 문채원의 악녀본색 연기변신 

문채원이 연기하는 서은기는 태신그룹의 상속녀로 하바드에서 MBA를 이수하고 낙하산으로 회사의 이사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최이사(이병준 분)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운 후 거칠게 운전하면서 뒤에서 자신을 씹으며 다른 기업을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인수하며 비자금을 챙긴 최이사에게 경고를 보냅니다. 또 거래하는 외국기업 회장이 출국할 때 자신에게 연락하지 않은 고문변호사 박준하(이상엽 분)에게 이런 일이 반복되면 모가지를 자르겠다고 합니다.

그녀는 회사에서 만든 화장품을 바르고 피부병이 발생했다며 큰소리치는 일본여성을 달래려고 식당을 찾았습니다. 서은기는 일본여성에게 큰절을 하며 사과한 후 돈봉투를 내밀었는데요. 여자는 기껏 돈푼이나 받자고 이러하겠느냐며 망친 피부 책임지라고 합니다. 두 사람은 푸짐한 일식을 먹는데요. 일본여성이 매우 삭은 김치를 잘 먹는 것을 확인하고는 서툰 일본어 대신 우리말로 동포아줌마로 부르며 그녀를 혼냅니다. 태산과 경쟁하는 화장품회사로부터 300만원을 받은 증거자료를 들이대며 생쇼 그만 하라고 다그친 것입니다. 서은기는 변호사에게 당장 경찰에 고발하고 신문사로 기사를 보내라고 지시하는군요.

어느 날 서은기가 복통을 호소하자 한재희가 다가와 은기에게 괜찮으냐고 묻습니다. 한재희는 살인사건 후 6년이 경과한 지금 놀랍게도 태산그룹 서정규 회장(김영철 분)의 후처가 된 것입니다. 그러니 서은기에게는 계모인 셈이지요. 서정규-한재희 사이에 서은석(조휘준 역)이 태어났는데 은기에게는 이복동생입니다. 은기는 걱정스럽게 매달리는 은석에게 "널 내 동생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앞으로 언젠가 내 목덜미에 비수를 들고 물겠지"라며 차갑게 돌아섭니다. 배우 문채원은 지금까지 요조숙녀 이미지대신 매우 강한 악녀로서의 본색을 첫회부터 유감 없이 보여준 모습입니다.


 


▲ 강마루와 서은기의 운명적인 만남 및 한재희와의 기막힌 재회

강마루가 비행기를 타고 오다가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안에서 나온 여자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집니다. 바로 서은기입니다. 마루는 여자를 승무원에게 인계하고는 자기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승무원은 기내방송을 통해 승객 중 의사를 애타게 찾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습니다. 강마루도 헤드셋을 쓰고 음악만 듣습니다. 보다 못한 박재길이 마루의 헤드셋을 벗기고는 "네 동생 초코도 발작할 때마다 사람들이 돌봐주지 않았으면 이미 죽었다"고 말하자 비로소 마루는 환자 쪽으로 갔습니다. 

이 때 보호자로 나타난 여인은 놀랍게도 한재희입니다. "이 환자는 내 딸이다. 비록 친모는 아니지만 남편의 전처 딸"이라고 했습니다. 마루가 재희와 재회의 눈빛만 한번 교환한 채  환자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 긴급상황이어서 지극히 사무적인 모드입니다. 마루는 자신을 "의사는 아니고 의대 다니다 제적된 사람"이라고 소개한 후 주사기로 환자를 응급조치하기 시작합니다. 환자가 고통스러워하자 마루는 "환자가 사고로 갈비뼈가 부러진 적이 있었느냐"고 물었는데, 한재희는 "의사도 아니면서 그만 하라!"고 소리지릅니다. 이럴 수가! 강마루가 의사가 되지 못한 것은 바로 한재희의 살인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감옥에 간 때문이었는데, 하필 이런 긴급상황에 재희가 마루의 가슴에 못을 박고 말았으니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 드라마제목을 두고 벌어진 방송금지가처분 논란

사실 "착한 남자"를 소리나는 대로 "차칸남자"라고 했을 때, 좀 이상하기는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한말글문화협회는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글관련 단체들은 "공영방송인 KBS에서 대놓고 우리말을 파괴하는 차칸남자라는 표현을 드라마 제목으로 사용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시정공문을 보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랍니다. KBS 측은 "대종상 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말아톤>이 자폐아동인 주인공이 일기장에 마라톤을 <말아톤>으로 기재한 사례와 같이 영화 제작진이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임에도 이를 그대로 제목으로 채택한 사례가 있다"며, 이번 제목은 "극의 흐름을 반영한 제작지의 창의적 표현"이라고 반박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말을 소리나는 대로 적은 가장 흔한 오기는 조은(좋은)이며 이는 다방면으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지만 영향력 큰 공중파 방송에서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한글학회 등에서 한자사용을 금지하고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많지만 이번 시정요구는 정당하다고 판단되는데, 앞으로 사법부에서 어떤 판결을 내릴지도 관심사입니다.

728x90
반응형
Posted by pennpe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