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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으로 알려진 소설가 이외수. 그가 인기개그맨 강호동이 진행하는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여 맨 처음 내 뱉은 한마디에 나는 그만 뒤집어 질 뻔했다.
"사람들이 나와 가수 배철수를 잘 구별을 못하는 것 같아요!"

1년 동안 씻지 않으며, 한때는 철창 속에서 글을 썼다는 기인. 그 이외수가 에세이(산문집)를 냈다고 한다. 대학생인 아들녀석이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왔는데 책의 제목도 금시 처음 들어보는 <하악하악>(해냄출판사)이다. 이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다. 하품이 난다는 말인지, 복장이 터진다는 말인지, 아니면 숨이 가쁘다는 말인지 모호하다. 혹시나 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거친 숨소리를 뜻하는 인터넷 어휘"라고 한다.  

그러나 굳이 이 뜻을 알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이외수가 썼으니까!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이 책에는 작가 이외수의 평소 생각이 녹아 있는 것 같다. 또 때로는 어떤 유머보다도 더 재미있는 표현이 종종 등장한다. 그리고 현재의 시류(時流)를 단지 몇 마디의 말로 표현하는 그 능력도 대단하다. 이름하여 촌철살인(寸鐵殺人)! 그 중에서 웃기는 글 몇 개를 먼저 추려보았다.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어느 시인이 강원도 두메산골에 있는 고등학교로 전근을 가서 수업시간에 혹시 백일장에 나가본 경험이 있는 학생이 있으면 손을 들어 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시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어떤 학생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어투로 말했다. 선생님요, 여기는 백일장이 아니라 오일장이래요!』(p. 21)

『화장실에 들어갔더니 몽달귀신이 변기 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내게 물었다. 빨간 휴지 줄까 파란휴지 줄까. 내가 대답했다. 닥쳐, 멍청한 놈아, 이건 비데야.』(p. 72)

『중국에서 다년간 공부를 하고 돌아온 아들놈을 보면 혹시 저 자식도 짝퉁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생길 때가 있다.』(p. 96)
     
『대학생 커플이 티브이에 출연해서 스피드 퀴즈를 풀고 있었다. 여자가 들고 있는 낱말 카드에는 카페라는 글자가 인쇄되어 있었다. 남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힌트를 던졌다. 자기하고 나하고 자주 드나들던 장소. 여자가 재빨리 그리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모텔!』(p. 118)』


무슨 프로그램인지 원로 배우인 이순재가 야동(야한 동영상)을 보다가 아이들에게 들켜 <야동순재>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하는 데, 이외수는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 까.

『질 좋은 야동 한 편, 열 영화 안 부럽다. 하악하악』(p. 171)

아하! 하악하악이란 이럴 때 사용하는 말인가 보다. 야동이란 말에 숨이 거칠어지나. 그러나 천하의 이외수가 유머 집을 낼 리는 없지 않은 가! 대부분 그의 철학과 인생이 녹아 있는 주옥같은 말로 가득하다.

『왜 사람들은 행복을 잡기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한사코 행복의 반대편으로만 손을 내미는 것일까요.』(p. 131)

『이외수가 어떤 도인에게 물었다.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 수 있습니까. 그 도인이 대답했다. 하늘은 나는 일은 나비나 새들에게 맡겨 두시게.』(p. 147)

『한가지 일에 평생을 건 사람에게는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격언이 무의미하다. 그에게는 오늘이나 내일이 따로 없고 다만 "언제나"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p. 153).

이제 책의 편집을 보자. 한 페이지 당 글이라고는 전체 페이지의 약 1/3 또는 1/4 밖에 안 된다. 그러니 술술 읽힌다. 아직까지도 빨리빨리를 외치는 우리 국민의 성향에 딱 들어맞는 편집이다. 지하철을 이용하거나 여행을 갈 때 읽기 좋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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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엔 화가 <정태련>이 그린 물고기가 한 마리씩 인쇄되어 있다. 책의 마지막엔 이들 물고기 목록을 작성하여 이름을 명기 해 놓았는데, 이 보다는 오히려 각 페이지마다 물고기 이름을 기록해 두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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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루한 장마, 짜증나는 무더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기름 값, 국회의 문도 못 열고 있는 한심한 정치권, 경제를 박살내겠다고 으름장 놓는 민노총, 바닥을 확인할 수 없는 금융시장의 불안 - 이럴 때 이외수의 책을 읽고 잠시나마 시름을 달래보자. 하악하악!  



저자소개(자료 : 책의 안쪽)

이외수 李外秀

독특한 상상력, 기발한 언어유희로 사라져가는 감성을 되찾아주는 작가 이외수. 특유의 괴벽으로 바보 같은 천재, 광인 같은 기인으로 명명되며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문학의 세계를 구축해 온 예술가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아름다움의 추구이며,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바로 예술의 힘임을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1946년 경남 함양군에서 태어났고, 춘천교대를 자퇴한 후 홀로 문학의 길을 걸어왔다. 문학과 독자의 힘을 믿는 그에게서 탄생된 소설, 시, 우화, 에세이는 해를 거듭할수록 열광적인 '외수 마니아(oisoo mania)'들을 증가시키고 있다. 그는 현재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에 칩거, 오늘도 원고지 고랑마다 감성의 씨앗을 파종하기 위해 불면의 밤을 지새고 있다.

2007 소통법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2006 시집 『그대 이름 내 가슴에 숨 쉴 때까지』
문장비법서 『글쓰기의 공중부양』 선화집 『숨결』
2005 장편소설 『장외인간 1, 2』
2004 소망상자 『바보바보』 산문집 『뼈』
2003 사색상자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에세이 『날다 타조』
2002 장편소설 『괴물 1, 2』
2001 우화상자 『외뿔』
2000 시화집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1998 에세이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1997 장편소설 『황금비늘 1, 2』
1994 에세이 『감성사전』
1992 장편소설 『벽오금학도』
1987 시집 『풀꽃 술잔 나비』
1986 에세이 『말더듬이의 겨울수첩』
1985 에세이 『내 잠 속에 비 내리는데』
1983 우화집 『사부님 싸부님 1, 2』
1982 장편소설 『칼』
1981 소설집 『장수하늘소』 장편소설 『들개』
1980 소설집 『겨울나기』
1978 장편소설 『꿈꾸는 식물』
1975 《세대》에 중편소설 「훈장」으로 데뷔

작가 홈페이지 http://www.oisoo.co.kr



그린이 정태련

사라져가는 한국의 동식물들을 세밀화로 되살려내는 일을 평생의 소명으로 간직하고 살아가는 화가다.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공부한 후 다년간 생태관련 세밀화 작업에 전념했으며, 이 책에 수록된 한국의 민물고기 65종을 우리들의 가슴속에 영구적으로 살아 숨 쉬도록 만들기 위해 무려 3년 동안이나 전국의 산하를 떠돌았다. 그는 자연의 형상만을 묘사하는 세밀화의 일반적 기법을 초월해서 생명과 영혼의 본질까지를 표현해 내는 독보적 경지에 도달해 있다.

현재 북한강 상류에 위치한 작은 마을의 과수원에서 이 책 속 일러스트를 그린 박경진 작가와 부부로 느림의 삶을 영유하고 있다. 그린 책으로는 우리 야생화 55컷을 세밀화로 그린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보리 동식물도감』 『우리 땅에서 사라져가는 생명들』 『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사는 강』 등이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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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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