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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방산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도덕산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경남 고성군 거류면과 통영시 광도면의 경계에 솟은 벽방산(651m)은 거제와 고성 그리고 통영지역의 산중에서는 가장 높습니다. 벽방산은 불가(佛家)에서는 벽발산(碧鉢山)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산의 형상이 석가모니부처의 10대 제자 중 한 사람인 가섭존자(迦葉尊者)가 벽발(碧鉢, 바리때)을 받쳐들고 있는 모습과 닮아 생긴 이름입니다. 벽방산 정상은 상봉(上峰) 또는 칠성봉이라고 부릅니다. 정상에 오르면 거제도에서 남해도에 이르는 한려수도의 빼어난 경관을 한눈으로 바라볼 수 있어 연중 등산객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특히 7부 능선부터 정상까지 자생하는 진달래는 여느 곳의 꽃보다 그 색채가 붉고 아름다우며 4월 중순에 절정을 이룹니다. 산자락에는 천년고찰 안정사와 가섭암, 은봉암, 의상암 등의 암자가 있는 명산입니다.

천개산(521m)과 대당산(437m) 그리고 시루봉(371m)은 벽방산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평범한 산이며, 도덕산(342m)은 해발고도는 비록 300미터 급이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벽방산에 뒤지지 아니합니다. 오늘은 벽방산∼천개산∼대당산∼시루봉∼도덕산을 답사할 계획입니다. 산행들머리는 안정사 주차장입니다. 주차장 앞 벽방산 안내문에는 벽방8경을 사진으로 소개하고 있는 데, 시간만 허락한다면 모두 답사하고 싶은 명소입니다. 입체적으로 표시한 등산 안내도는 가독성(可讀性)이 떨어져 알아 볼 수가 없습니다.

 벽방8경

▲ 벽방8경 

<제1경> 만리창벽(萬里蒼壁). 정상 바로 아래 시누대가 무성한 만리암 옛터를 병풍처럼 둘러선 절경인 바위절벽

<제2경> 옥지응암(玉池鷹岩). 고성만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아 자못 신령스런 모습의 매 바위봉의 아름다운 위용

<제3경> 은봉성석(隱鳳聖石). 벽방산의 남쪽 어깨처럼 이어진 천개산 턱 바위 아래 봉황새가 알을 품고 숨어있는 형국의 터에
                                         자리하여 부르는 은봉암(隱鳳庵)에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괴석(怪石)으로 7m 정도 높이의
                                         칼 같이 날렵한 바위가 극락보전 지붕과 맞대어 서 있음

<제4경> 인암망월(印岩望月). 벽방산 정상 동쪽 능선에 도장처럼 생긴 바위에서 동해바다로 비취는 달빛을 즐기며
                                         음풍농월하는 풍류의 멋

<제5경> 가섭모종(迦葉暮鐘). 해 저문 저녁에 하산하며 가섭암에서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를 들으며 사색에 빠지는 즐거움

<제6경> 의상암의 의상선대(義湘禪臺). 의상암의 의상선대(義湘禪臺) 올라 풍광을 조망하는 것

<제7경> 계족약수(鷄足藥水). 은봉암의 약수(藥水)

<제8경> 한산무송(寒山舞松). 활엽수들이 옷을 벗어버린 겨울철에 가장 돋보이는 나무는 뭐니뭐니 해도 소나무로
                                        안정사 뒷편에서 붉은 줄기의 적송이 즐비한 안정사의 소나무 숲


주차장에서 의상암과 음봉암 및 가섭암 이정표를 따라 안으로 들어섭니다. 입구에 소나무 숲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벽방8경의 하나인 한산무송이라고 합니다. 이는 안정사 주위의 소나무가 겨울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듯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조금 오르니 좌측으로 100미터 거리에 안정사가 있다고 하는데 모든 등산객들이 이를 지나쳐 그냥 가니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안정사(安靜寺)는 신라 태종무열왕 원년(654) 원효대사가 창건하여 현재까지 1400여 년 동안 그 법맥을 이어가고 있는 천년고찰이지만 들릴 수 없어 무척 아쉽습니다.

 암자 이정표

 한산무송

 안정사 입구의 소나무


암자로 이어지는 구부러진 도로 대신 위쪽으로 이어진 오솔길을 따라 오릅니다. 우측에 가섭암이 있지만 그냥 바라보기만 하고 지나칩니다. 암석덩어리가 깔린 너덜지대를 지나자 돌탑이 있는 의상암입니다. 의상암은 신라 문무왕 5년(665m)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찰입니다. 이곳에도 벽방8경 중 제6경인 의상선대가 있다고 하지만 갈 길이 급해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가섭암

 의상암 돌탑



의상대를 뒤로하면 능선 삼거리인데 여기서 우측으로 조금 가면 의상봉(553m)입니다. 의상봉은 조망도 볼게 없어 봉(峰) 답사를 위한 산행이 아니라면  굳이 이곳을 답사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삼거리로 되돌아와 벽방산으로 갑니다. 정상으로 가는 능선의 길목에는 화사한 진달래가 자주 보여 이곳을 찾은 이방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능선 좌측의 바다에는 안정국가산업단지의 각종 공장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의상봉 뒤로 보이는 벽방산 



드디어 거대한 암봉으로 된 벽방산 정상(651m)입니다. 정상에는 멋진 돌에 새긴 늠름한 정상표석이 반겨줍니다. 정상에서는 그야말로 일망무제(一望無際)의 조망이 펼쳐집니다. 북쪽으로는 고성의 거류산(571m)이 나홀로 우뚝하고, 남쪽으로는 가야할 천개산 및 대당산 능선과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섬들이 한 폭의 그림입니다. 날씨가 좋아 저 멀리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사량도(지리망산)도 아련하게 보입니다. 사실 오늘 날씨가 이 정도로 좋은 것은 천만다행입니다. 3일 전만 해도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고, 아침에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 올 때에도 중간에 부슬부슬 비가 내렸기 때문입니다. 사실 전국적으로 봄 가뭄현상이 지속되어 비가 더 와야하지만 오늘 날씨가 개인 것은 정말 행운입니다.

 북쪽 거류산(좌측)
 

 안정국가 산업단지


 

 벽방산

 남쪽의 조망(좌측 맨 뒤로 사량도가 보임)


 

 벽방산에서 바라본 천개산 능선

 

정상근처에는 특히 진달래가 곱게 피어 있습니다. 산에 올라 이 정도의 진달래꽃을 볼 수 있다면 따로 진달래 명산을 찾을 필요도 없을 듯 합니다. 물론 이름난 진달래 명산에 비하면 진달래 군락지는 아니지요. 다만 해발고도가 높아서인지 진달래꽃의 색깔이 붉고 선명한게 특징입니다. 벽방산처럼 산세와 조망이 일품인 산이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에 빠져 있음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실 고성분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고성 연화산(528m)이 100대 명산으로 선정된 것은 의문인데, 비록 연화산 자락의 공룡화석 및 천년고찰 옥천사가 있다고는 하지만 연화산의 산세는 그냥 동네 뒷산처럼 밋밋하기 때문입니다. 


 


    

벽방산 정상암벽을 내려서는 곳에는 가파른 철제계단이 설치되어 있는데 매우 조심해야 할  구간입니다. 이 바위가 벽방8경중 제1경인 "만리창벽"인듯 합니다. 조릿대 군락지를 지나 고도를 낮추니 안정치(안정고개)입니다. 뒤돌아본 벽방산 암봉은 마치 월악산 영봉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안정치에서 천개산까지는 0.9km인데 등산로 주변은 산벚꽃이 많이 보입니다. 천개산은 벽방산과 비교할 때 해발고도의 차이는 130여 미터에 불과하지만 이곳의 진달래는 이미 져버려 나뭇가지 위에 달린 꽃보다 땅에 내려놓은 꽃이 더욱 많습니다.

 가피른 하산길

 만리창벽

 안정고개에세 뒤돌아본 벽방산



헬기장을 지나 정자와 철탑이 있는 천개산(계족산) 정상(521m)에는 어느 등산매니아가 걸어둔 아크릴 이정표가 전부입니다. 또한 정상은 물론 안정치에서 오르는 길목에도 전혀 조망을 할 수 없었습니다. 정상 인근에는 유난히 산벚나무가 하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천개산에서 우측으로 내려서는 하산길의 송전철탑에서는 남해바다가 살짝 보입니다. 등산로는 다시 오르막으로 변해 남쪽으로 이어지는데, 첫 번째 봉우리에 대당산(437m)이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습니다. 이를 뒤로하고 조금 더 가니 자그마한 돌탑이 있는 곳에 403봉이라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등산 전문가 H씨도 대당산이라는 이정표를 붙여 놓아 왜 대당산이 두 개인지 의심스러워 사진을 확인해 보니 방금 지나온 곳(437봉)은 대당산 북봉이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산의 정상은 봉우리 주변의 최고봉을 말하므로 437봉이 정상이 되는 게 맞습니다. 그렇지만 "다음지도"로 확인해 보니 403봉을 대당산으로 표기하고 있군요. 산에 따라서는 가끔 최고봉이 아닌 곳을 정상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있는 듯 합니다. 아무튼 산경표에는 없지만 현지에 대당산이 있음은 사실입니다. 아마추어인 글쓴이로서는 어느 곳이 정상인지 따질 필요는 없지만 등산객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교통정리는 필요해 보입니다.

 천개산 정상

 천개산 이정표

 산벚나무

 송전철탑에서의 조망

 대당산(437봉)

 대당산(403봉)



403봉에서는 남쪽(직진방향)으로 길이 분명하며 그쪽의 능선으로 철제계단이 보입니다. 그렇지만 시루봉으로 기기 위해서는 우측인 서쪽으로 진입해야 합니다. 이쪽의 길은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은 듯 내려서는 길이 있기는 하지만 상당히 희미합니다. 안부에 도착하니 비로소 길이 분명하군요. 다시 시작된 경사를 올라 봉우리에 도착하니 시루봉(371m)입니다. 등산 전문가의 이정표가 없었더라면 시루봉인지 모를 뻔했습니다. 시루봉도 지나온 천개산 및 대당산과 마찬가지로 잡목으로 인해 조망을 할 수도 없어 그냥 미지의 산을 답사했다는 데에 만족해야 하겠습니다.

 시루봉



시루봉에서는 다시 남쪽으로 길이 이어집니다. 송전철탑을 뒤로하고 한치고개에 도착하니 정자가 있군요. 정자에서 앞쪽의 나무숲으로 들어섭니다. 해발이 낮은 곳은 이미 봄의 기운이 완연해 초목은 거의 초록빛으로 변해 있습니다. 가끔 산벚나무가 반겨주기는 하지만 도덕산 정상까지는 조망도 없는 지루한 길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암봉인 도덕산(342m)에 오르자 벽방산 정상에서 경험했던 황홀감이 밀려옵니다. 도덕산 정상에서도 사방팔방으로 거침없는 조망이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비로소 아까 대당산에서 시루봉을 거쳐 이곳으로 온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한치고개

 봄의 기운이 완연한 숲길

 도덕산

 

먼저 북쪽으로는 지나온 시루봉과 대당산 및 천개산과 벽방산의 능선이 한 눈에 보이고, 서쪽으로는 섬 사이에 둘러싸인 바다가 분지처럼 보이며, 남서쪽으로는 저수지와 농경지 및 취락지구가 마치 내륙처럼 보입니다. 벽방산의 조망이 좋은 것은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도덕산에서도 이토록 눈이 호강할 줄은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기에 그 즐거움은 배가(倍加)됩니다. 떨어지지 않은 발길을 돌려 동남쪽 능선을 따라 갑니다. 이 능선은 굴곡도 완만하고 등산로도 분명해 걷기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산복숭아꽃(개복사꽃)이 많이 피어 있는 것도 볼거리입니다. 77번과 14번 국도가 동시에 통과하는 솔고개 SG휴게소 겸 주유소에 도착하니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나온 산(시루봉-대당산-천개산-벽방산)


 

 산복숭아꽃(개복사꽃)

 현대 주유소



오늘 산행에 5시간 정도 걸렸고 무려 5개의 산(벽방산, 천개산, 대당산, 시루봉, 도덕산)을 답사했습니다. 벽방산 정상에서 남쪽의 안정고개까지의 내리막은 가팔랐지만 대부분의 등산로가 완만해 걷기도 매우 좋았습니다. 특히 벽방산과 도덕산에서 만끽한 시원한 조망은 일품이었고, 벽방산 정상부근의 짙은 진달래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산행을 하며 본 각시붓꽃은 매우 흔하지만 개별꽃과 홀아비꽃대는 보기 드물어 정말 반가웠습니다. 이번처럼 멋진 산을 답사할 기회를 주고 또 차질 없이 등산로를 안내한 산악회 측에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각시붓꽃

 개별꽃

 홀아비꽃대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4년 4월 12일 (토)
▲ 등산 코스 : 안정사 주차장-가섭암(통과)-의상암-의상고개-의상봉(왕복)-의상고개-벽방산-안정고개-천개산
                   -도당산-시루봉-한치고개-도덕산-솔고개 휴게소(현대오일뱅크)

▲ 산행 거리 : 약 12km
▲ 소요 시간 : 4시간 50분
▲ 등산 안내 : 기분좋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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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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