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혜주 역의 손여은 이형규 역의 오민석
50부작인 KBS 2TV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는 이제 40회까지 방영되어 거의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문제는 강훈재(이상우 분)의 친부모인 황영선(김미숙 분)-장철웅(송승환 분)이 재결합하는 것입니다. 그간 임산옥(고두심 분)의 반대로 무산될 뻔했던 이형규(오민석 분)-선혜주(손여은 분) 커플은 임산옥이 마음을 열면서 드디어 결혼을 약속하게 되었습니다. 남은 사소한 문제는 꽃뱀기질이 있는 한은옥(조미령 분)-고앵두(민아 분) 모녀가 이동출(김갑수 분)-이형순(최태준 분) 부자를 유혹해 자꾸만 가정을 파탄 내려고 하는 것이지만 앞으로 우여곡절은 겪을지라도 대세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강훈재의 친모인 황영선은 HS패선 대표로 여성으로서 성공한 기업가이며 지금은 며느리가 된 이진애(유진 분)는 그 전부터 그녀를 우상으로 존경했습니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황영선은 이중인격자입니다. 그녀는 비서실에 근무하는 이진애를 총애해 흉금을 털어놓을 정도로 아끼다가 아들 강훈재와 사귀는 것을 알고는 이진애를 별 볼일 없는 집안의 딸로 재산을 넘보고 접근했다며 결혼을 반대하면서 심지어 진애의 부모인 이동출-임산옥 앞에서 며느리 자격이 없다고 막말까지 했습니다. 결국 아들 훈재가 진애를 정말 사랑하는 것을 알고는 "아들이 부모의 반대로 사랑하는 여인을 버려 자신과 같은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다"며 결혼을 허락했지만 이제는 엉뚱한 이유를 붙여 며느리인 진애의 마음을 힘들게 합니다.
황영선은 애인이었던 장철웅과의 사이에 강훈재를 두었습니다. 그렇지만 장철웅은 모친인 송기남(김영옥 분)의 반대로 황영선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했습니다. 물론 황영선이 임신한 줄도 몰랐지요. 황영선은 이를 갈며 사업에도 성공했고 아들 훈재를 잘 키웠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장철웅이 훈재의 아버지 노릇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철웅의 모친 송기남이 훈재를 보고싶어 하는 것도 못마땅합니다. 그렇지만 장철웅이 자꾸만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며 접근해 오니 얼음장같은 마음도 조금씩 풀립니다. 며칠 전에는 집을 찾아온 철웅과 술을 마시다가 강훈재-이진애 부부가 귀가하자 당황해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한 마디로 며느리 앞에서 쪽팔림을 당했다는 것이지요. 자신이 마음을 여는 모습을 며느리에게 들켜 쪽팔렸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중인격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진애는 황영선 몰래 장철웅에게 영선의 소식을 알려주기도 하고, 송기남과 강훈재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질책하는 황영선에게 진애가 "황영선-장철웅을 좋은 관계로 복원시키기 위해 나설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대꾸한 것은 참 잘한 일입니다. 강훈재도 장철웅을 아버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며느리인 이진애가 사랑의 전령사 역할을 자처한 것은 황영선 입장에서는 오지랖이 넓다고 질책할 게 아니라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너무 옆으로 새고 말았군요. 이형규-선혜주 커플의 탄생은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이형규의 경우 집안은 평범하지만 현재는 변호사입니다. 그는 친구가 운영하는 로펌에서 수모를 겪다가 뛰쳐나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해 여직원으로 선혜주를 채용했습니다. 그런데 선혜주는 아들 김산(길성우 분)을 키우는 이혼녀입니다. 정신과 의사인 이혼한 전 남편 김광열(강성진 분)은 그야말로 정신병적인 자로 선혜주-김산 모자는 김광열을 보면 경기(간질)를 일으킬 정도로 겁을 내고 있습니다. 이형규는 이런 선혜주-김산 모자를 보면서 보호본능으로 이 가정을 지켜주리라 다짐했고, 급기야는 김광열이 변호사 사무실로 난입하여 이형규를 폭행한 날, 외출했다 사무실로 돌아온 혜주는 형규의 얼굴 상처를 치료하다가 얼떨결에 키스를 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아들 형규와 혜주가 가까운 사이임을 눈치 챈 임산옥은 형규에게 치과의사인 최서연(전 기상캐스터 박은지 분)과 맞선을 보게 했습니다. 형규는 만나자마자 바로 퇴짜를 놓았지만 최서연은 형규와 혜주에게 형규와 정식으로 사귀어 보고 싶다며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또 선혜주가 그녀를 좋아하는 부동산업자 김 사장(코미디언 김준현 분)과 만날 때 형규는 일부러 최서연을 만나 상대방의 질투심을 유발했습니다. 이형규와 선혜주는 서로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다가 결국 형규는 선혜주의 손목을 끌고 부모가 일하는 반찬가게 이동출-임산옥 앞에서 결혼을 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임산옥입니다. 산옥은 형규를 금지옥엽으로 키웠습니다. 따라서 아들까지 있는 돌싱녀인 혜주를 며느리로 맞이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입니다. 산옥은 혜주를 불러 제발 형규와 헤어지라고 애원했습니다.
이날 밤 만취된 형규는 귀가해 부모 앞에서 그간 쌓인 울분을 토로합니다. 형규는 "그간 부모의 기대가 너무 커서 만일 기대에 어긋나면 어쩌나 라는 심경으로 살얼음판 같은 인생을 살아 너무 힘들고 어머니가 무서웠다. 어려서 화상을 입었을 때 그냥 죽었으면 좋았을 것이다"라고 울부짖은 것입니다. 이동출-임산옥 부부는 기가 막혔지만 임산옥은 지난날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서 선혜주를 불러 "그간 까칠했던 형규가 널 만난 이후부터 부드러워졌다. 우리가족이 되어 달라"며 결혼을 허락하고 말았습니다. 혜주와 산옥은 서로를 끌어안고는 이른 고부간의 정을 나눕니다. 산옥은 그 전에 황영선이 딸 진애를 며느리 감으로 자격이 없다고 한 말을 들은 적이 있어 자신도 그 전철을 밟을 수가 없었던 것이겠지요.
선혜주는 이형규가 최서연을 만나고 있는 장소로 가서 자신의 뜻을 확고하게 밝힌다며 "이형규를 사랑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쿨(cool)하게 물러나는 최서연의 캐릭터가 마음에 드는군요. 사실 이 드라마의 조커(joker)로 나온 인물들은 모두 쿨합니다. 진애의 첫사랑이었던 윤상혁(송종호 분) 및 강훈재를 짝사랑했던 신유희(김소영 분)도 지저분하지 않고 깨끗하게 물러났으니까요. 밖으로 나온 혜주는 형규에게 임산옥의 뜻을 전했고 두 사람은 격정적인 키스를 나눔으로서 드디어 커플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선혜주의 모친인 홍유자(남기애 분)가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할지 모르겠어요. 유자는 이동출-임산옥 부부와는 친구이지만 산옥이 딸의 결혼을 반대해 마음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이를 몽니라고 부를 수도 있겠군요. 산옥도 딸 진애의 시어머니 황영선을 만나 사과를 받았으니, 홍유자도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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