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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봉을 오르며 뒤돌아본 노고단(우측 끝)

 

 반야봉 정상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과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의 경계에 솟은 반야봉(1,732m)은 지리산 국립공원 서부지역에서는 가장 높은 산입니다. 지리산에 있는 대부분의 봉우리가 동서로 이어진 주능선에 있는 것과는 달리 반야봉은 주능선에서 북쪽으로 살짝 벗어난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지리산 종주꾼들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들리지 않으면 잘 답사하지 않는 산입니다. 그렇지만 반야봉은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아름답다고 하여 반야낙조(般若落照)는 지리십경 중 제4경에 이름을 올린 명소입니다. 

 

반야봉의 지명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지리산에서 불도를 닦고 있던 반야가 지리산의 산신이면서 여신인 마고할미와 결혼하여 천왕봉에서 살았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다른 하나는 어떤 영험한 스님이 뱀사골에 있는 이무기를 불도와 합장으로 쳐부수고 절의 안녕을 가져왔다는 뜻으로 반야심경에서 이름을 따 반야봉이라고 지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산행들머리는 861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구례군 산동면의 성삼재(휴게소)입니다. 이곳의 해발고도는 무려 1,000m에 달합니다. 서울에서 밤을 밝혀 달려온 길, 시각은 새벽 4시라 주변이 어두워서 어디가 입구인지조차 잘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성삼재를 다시 찾은 것은 아마도 10년은 훌쩍 지난 듯 합니다. 이곳은 4계절 등산객들로 항상 붐비는 곳입니다. 지리산 주능선을 종주하기 위해 동쪽의 천왕봉(거리 28.1km)으로 가려는 이들과 서북능선 종주를 위해 북쪽의 만복대로 향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잦습니다.

 

주변이 어두워 겨우 성삼재 이정표 사진 한 장을 찍고는 출발합니다. 노고단고개까지는 2.6km인데 진입로는 차량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넓은 도로입니다. 우리 팀 이외 다른 팀들도 저마다 지리산을 오른다는 자부심을 안고 휴대용 전등으로 어둠을 밝히며 보무도 당당히 걸어갑니다. 한 구비를 돌아가니 도로로 가는 편안한 길과 돌계단으로 가는 오르막 갈림길인데 우리는 당연히 급경사 길을 택합니다. 오래 전 이 길을 걸을 때보다는 정비가 훨씬 잘 된 것 같습니다. 그 전에는 종석대를 경유하기도 했는데 지금 이 쪽 등산로는 보이지 않네요.

 성삼재 이정표

 

 

 

 

먼 곳에서 불빛이 보여 도착한 곳은 노고단 대피소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군요. 우리는 대피소를 뒤로하고 노고단 고개로 오릅니다. 고개에 도착하니 이제 먼동이 트려는 시각, 우리가 가야할 반야봉(거리 5.5km)이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여기서 우측에 위치한 노고단(정상)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사전예약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미 산악회 측에서 예약을 마쳐 새벽 5시 10분 전 출입문을 통과합니다.    

 노고단 고개 이정표 뒤로 보이는 반야봉

 

 

 

 

 

 

노고단으로 오르는 길은 나무데크로 조성되어 있어 외길입니다. 금새 주변이 훤해져 사진을 찍기가 가능해졌습니다. 오른쪽 능선에는 방송통신용 철탑이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군요. 전망대를 지나 정상(1,507m)에 도착하니 매우 큰 표석이 반겨주는데 주변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터집니다. 아쉽게도 정상표석에 해발고도를 표기하지 않았네요. 남쪽으로는 왕시리봉(1,243m)이 우뚝하고, 동쪽으로는 가야할 반야봉 우측으로 저 멀리 천왕봉이 머리를 내밀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용 철탑

 

 남쪽 구례방면의 조망

 

 노고단 정상 가는 길

 

 노고단 정상표석

 

 우뚝한 왕시리봉 방면 

 

 노고단 돌탑

 

 동쪽으로 바라본 반야봉과 천왕봉

 

 노고단 고개 방면 조망

 

 

 

 

노고단 정상을 내려와 고개로 되돌아옵니다. 노고단 정상부는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탐방시간 외 출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입장가능 시간은 05:00부터 16:30까지인데 하루 두 번(08:30-09:00, 12:30-13:00)은 입장이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탐방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탐방인원 예약제는 약간 의문이네요. 물론 워낙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겠지만 노고단 오름길은 다른 곳으로 빠지지 못하게 데크길로 되어 있어 자연을 훼손할 우려가 없기에 하는 말입니다. 사전예약제를 모르고 이곳에 왔을 경우 낭패를 당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천왕봉 이정표를 따라 동쪽으로 갑니다. 등산로는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이 계속되지만 길바닥은 돌이 많아 조심해야 합니다. 지리산은 그 품이 넓고 깊어 흔히 어머니 산이라고 하지만 산길은 못된 시누이처럼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길을 가면서 반야봉을 바라보니 매우 펑퍼짐해 보여 오르기는 힘들지 않을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헬기장에 도착하니 돼지령(1,370m)인데, 노고단 고개에서 2.1km지점입니다.

 가야할 반야봉(좌측)    

 

                                                                                   돼지령

 

 

 

 

 

평원과 같은 곳을 지나자 피아골 삼거리인데 피아골로 하산하려면 이곳에서 우측으로 빠져야 합니다. 여기서 천왕봉방면으로 조금 더 가면 임걸령(1,320m)인데 이웃에는 임걸령 샘이 있으므로 식수가 필요하면 꼭 보충하길 바랍니다. 이정표에 현 위치의 해발고도가 표기된 것은 칭찬 받을 만 합니다. 이제부터 등산로는 서서히 오르막으로 변하는 데 국립공원답게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서 길을 헷갈릴 우려는 거의 없습니다. 돌계단과 침목계단을 번갈아 오르면 어느 새 노루목(1,480m)입니다. 이 노루목은 반야봉으로 오르는 갈림길이어서 우리는 주능선을 이탈해 좌측으로 오릅니다.        

 평원 같은 보습

 

                                                                          파아골 삼거리

 

                                                                                  임걸령

 

 침목계단

 

 노루목 

 

 

 
노루목에서 반야봉까지의 거리는 1km 정도 되지만 오르막 일변도여서 오늘 산행 중 가장 힘든 구간입니다. 조금 더 오르면 반야봉 삼거리(1,550m)인데 여기서 반야봉을 왕복(1.6km)해야 합니다. 이제부터는 체력과의 싸움입니다. 오르면서 뒤돌아보면 지리산의 남쪽 불무장등(1,446m) 방면이 잘 보입니다. 해발고도를 점점 높일수록 고사목 군락지가 나타나는데, 아마도 오래 전 이곳에 산불이 발생한 듯 보여집니다.

 반야봉 삼거리

 

 불무장등 방면 조망

 

고사목 군락지

 

 

 

 

가파른 철제계단을 오릅니다. 계단을 오르면 정상이 가까워 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상은 어디에 꼭꼭 숨어 있는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반야봉 삼거리에서 정상까지의 거리는 800m에 불과한데 오르막이어서 상당히 힘이 듭니다. 그러나 사다리처럼 조성된 길을 지나면 하늘이 열리기 시작하고 드디어 자연석을 잘 다듬어 만든 반야봉 표석(1,732m)이 활짝 웃으며 노구(老軀?)를 이끌고 여기까지 올라온 필자를 반겨줍니다. 고진감래(苦盡甘來)!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옛말은 대부분 진리입니다.

 철제계단

 

 뒤돌아본 지리산 남부

 

 반야봉 정상

 

 

 

 

 

 

정상은 아침부터 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쉬어 가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정상은 넓고 평평할 뿐만 아니라 조망이 좋아 1급 쉼터입니다. 동쪽으로는 천왕봉(1,915m)이 아련하고, 북쪽으로는 칠암자를 품은 삼정산(1,225m)이, 서쪽으로는 서북능선이, 남쪽으로는 왕시리봉(1,243m)이 펼쳐져 있습니다. 다만 지리산의 명물인 운해(雲海)를 볼 수 없음은 정말 아쉬운 대목입니다. 필자도 준비해온 간식을 먹으며 허기를 채웁니다.  

 

 

 

 동쪽 주능선 뒤로 보이는 천왕봉

 

 노고단과 성삼재 그리고 서북능선

 

 남쪽 조망

 

 

 

 

이제 반야봉을 뒤로하고 반야봉 삼거리로 되돌아옵니다. 내려서는 길은 올라가는 것보다는 힘이 약 30% 정도 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지나가는 길목에 반달가슴곰 출몰지역이라는 경고문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네요. 삼도봉(1,499m)에 도착합니다. 삼도봉은 전북 남원시 산내면, 전남 구례군 산동면, 경남 하동군 화개면이 만나는 장소입니다. 우리민족의 대동맥인  백도대간 길에는 두 곳의 삼도봉이 있는데, 다른 하나는 영동 소재 민주지산 인근의 삼도봉(1,176m)입니다. 이곳은 경북 김천과 충북 영동 및 전북 무주가 만나는 곳으로 삼도의 화합을 상징하는 대형 화합탑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삼각형 모습의 뾰족탑이 전부로군요. 삼도봉에서는 하산길인 뱀사골이 내려다보입니다.

 

 삼도봉에서 바라본 반야봉

 

 삼도봉

 

 

내려다 본 뱀사골

 

 

 

 

 

삼도봉에서 화개재로 가는 하산로에는 목재 데크가 설치되어 있는데 경사가 매우 가팔라 맞은편에서 올라오려면 매우 힘들 것 같습니다. 실제로 올라오는 사람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네요. 화개재(1,316m)에는 유난히도 야생화 "큰꿩의 비름"이 많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누가 일부러 심었을 리는 없을 텐데 이 꽃의 군락지인 듯 합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데크 길

 

 화개재

 

 

 큰꿩의 비름

 

 

 

 

화개재에서 뱀사골을 거쳐 반선까지의 거리는 9.2km로 뱀사골은 지리산 계곡에서 가장 긴 계곡입니다. 조금 내려가니 뱀사골 탐방지원센터인데 지금은 폐쇄된 상태입니다. 돌길과 데트길을 내려서니 평지에 도착하자 막차(1,088m)라는 지명이 있군요. 막차는 뱀사골의 가장 깊은 골짜기를 뜻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뱀사골에는 많은 소(沼)와 폭포가 있는데 처음 만난 게 간장소입니다. 옛날 화개재를 넘던 상인들이 더위에 지쳤을 때 이 소의 물을 마시면 간장까지 시원해 간장소가 되었다고 하네요.

뱀사골 탐방지원센터(폐쇄 중)

 

 막차

 

 

 

 

 

 

 

옛날 제를 올렸던 제승대를 지나면 병풍소인데 실제로 안내문에서 보여주는 병풍소의 모습을 직접 육안으로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물웅덩이의 모양이 호리병 같이 생겼다는 병소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탁용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산로는 계곡에 놓인 다리를 요리조리 건너며 지루할 정도로 이어집니다.

 

 

 

 

 

 

 

 

 

 

 

뱀사골 탐방로를 나선 후 좌측의 다리(와운교)를 건너면 뱀사골 신선길로 이어집니다. 요룡대는 용의 머리 모습을 한 바위라는 의미랍니다. 설악산 천불동계곡은 암반계곡에 흐르는 옥수로 유명한데 이곳 뱀사골은 계곡 안에 유난히도 바위 덩어리가 많습니다. 눈이나 비가 많이 오면 그 물이 계곡으로 힘차게 흘러내리면서 바위를 부수게 되어 바윗돌이 많아지게 된다고 합니다.   

 방금 나온 뱀사골 탐방로

 

 도로 옆 뱀사골 신선길

 

 

바윗돌이 많은 계곡

 

 

 

 

 

긴 데크길을 나오자 뱀사골 입구입니다. 그런데 뱀사골의 유래가 재미있군요. 지금으로부터 약 1,300년 전 이곳에 송림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매년 7월 중순 스님 한 명을 뽑아 신선바위에서 기도를 올리게 했습니다. 다음 날이면 스님이 사라져 사람들은 스님이 신선이 되어 승천한 것으로 믿었습니다. 이에 어느 스님이 이를 의심해 기도 할 스님의 옷자락에 독약을 묻힌 결과 신선바위에서 죽은 이무기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사라진 스님들은 승천한 게 아니라 이무기에게 잡혀 먹혔던 것입니다. 따라서 마을 사람들은 계곡의 이름을 뱀이 죽은 뱀사골, 마을의 이름을 절반의 신선을 의미하는 반선이라고 지었습니다. 

 긴 테크길

 

 뱀사골 유래

 

 뱀사골 입구

 

 

 

 

 

식당가가 줄지어 선 거리로 나오니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약 20km 산행에 8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당초 산악회에서 산행공지는 거리가 약18km(지도상)라고 했는데 실제로 걸어보니 20km입니다. 사실 요즘은 체력이 약해져 가급적이면 10km 이상 산행은 자제하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노고단과 반야봉은 오래 전부터 답사하고픈 곳이었고 또 이 산악회는 산행시간을 충분히 제공하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참가했습니다. 자꾸만 미루면 앞으로는 더욱 힘들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뱀사골을 걸을 때는 다리가 상당히 무거웠지만 노고단과 반야봉을 답사한 뿌듯한 마음은 피로를 상쇄하고도 남습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8년 6월 22-23일(금요무박)
▲ 등산 코스 : 성삼재-노고단 대피소-노고단 고개-노고단 정상 왕복-돼지령-피아골 삼거리-임걸령-노루목

                    -반야봉 삼거리-반야봉 왕복-삼도봉-화개재-뱀사골-반선 버스정류장
▲ 산행 거리 : 20.2km
▲ 산행 시간 : 8시간 10분
▲ 산행 안내 : 온라인 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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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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