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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달산 능선에서 바라본 마이다스 밸리 골프장

 

 벽암산 능선에서 본 보리산 능선의 운해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소재 곡달산(鵠達山, 628m)은 청평댐 남쪽에 자리잡은 암산입니다. 곡달산 남쪽 10여km 지점에 있는 유명산(862m)의 유명세에 밀렸지만 산세가 부드럽고 울창한 숲과 맑은 물이 조화를 이루어 최근에는 가족산행지로 찾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평가는 틀렸습니다. 산세가 부드러운 게 아니라 날카롭고 급경사가 심하며 등산로가 전혀 정비되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산입니다. "자연그대로"라는 말에 매력을 느낄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등산로가 까다로워 전문산악인은 몰라도 가족과 함께 찾을 산은 결코 아닙니다.

 

곡달산 동쪽에는 보리산(627m), 서쪽에는 고동산(600m), 남쪽에는 통방산(650m) 및 중미산(833m)과 유명산, 북쪽으로는 호명산(632m)이 있습니다. 벽암산(뇌암산, 373m)은 곡달산의 동남쪽에 자리잡은 나지막한 산입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아도 이 산을 다녀온 사람은 몇 명 보이지만 정확한 등산지도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산입니다.

 

이번에는 벽암산과 곡달산을 차례로 답사할 계획입니다. 필자는 원래 등산로가 알려지지 않은 오지의 산은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 산은 대개 등산로가 정비되어 있지 않고 사람들이 다지지 않아 풀숲을 헤치며 걸어야 하기에 발걸음이 무척 피곤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번은 전혀 예상치 못하게 이 산을 답사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산악회에서 계획한 산은 중미산-삼태봉-통방산-곡달산 종주입니다. 그런데 곡달산을 제외한 다른 세 개의 산은 이미 6년 전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미답지인 곡달산 하나만 오르려고 작심했는데 자천타천으로 등산전문가인 J대장을 만난 것입니다. 그는 과거 산악회의 가이드(산행대장)도 역임한 베테랑이며 또 등산 동료인 M씨도 함께 동참해 우리 셋은 의기투합한 것입니다.

 

벽암산의 들머리는 유명산 자연휴양림 북쪽 37번 국도가 지나가는 방일리(가평군 설악면) 버스정류소입니다. 동일한 행정구역 내에 아난티 골프클럽이 있군요. 여기서 방일초등학교와 방일교회까지의 거리는 약 900m입니다. 도로로 들어서니 벼가 누렇게 익어 가는 들판 뒤로 가야할 벽암산이 매우 부드러운 모습으로 앉아 있습니다.

 방일리 버스정류소 

 

 

                                                                    방일초등학교 이정표

 

 가야할 벽암산

 

 

 

 

 

벽계천에 놓인 양방교를 건너가는데 이곳은 방일리의 양방부락이네요. 곡달산과 벽암산 사이 37번 국도가 지나가는 곳에 환상적인 구름안개(운무)가 내려와 있습니다. 마을로 진입해 우측의 방일초동학교 앞을 지나갑니다. 길섶에는 가을의 전령인 코스모스가 화사하게 피어 길손을 환영해 주는군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들어서서 서서히 고도를 높입니다. 뒤돌아보니 용문산(1,157m), 어비산(828m), 유명산(862m), 소구니산(798m), 중미산(833m) 능선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곡달산 우측의 구름안개

 

 화사하게 핀 코스모스

 

용문산-유명산 능선

 

 

 

 


 
묘지가 있는 곳은 능선안부입니다. 여기서 좌측 산 속으로 들어섭니다. 능선 길은 예상외로 길이 분명합니다. 가야할 벽암산과 동쪽으로 보이는 보리산(627m) 능선에도 구름안개가 끼어 선경(仙境)을 연출합니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 만해도 이런 절경을 예상하지 못했는데 정말 추석 보너스를 받은 기분입니다.

 분명한 등산로

 

 가야할 벽암산

 

 보리산 능선의 구름안개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벽암산(373m) 정상입니다. 정상에는 삼각점과 어느 등산객이 걸어둔 리본만 있을 뿐 아무런 이정표도 없습니다. 정상을 뒤로하고 길을 가면서 보리산 능선의 운무를 계속 감상하는 것은 참으로 행운입니다. 능선 안부로 내려오니 송정각(松亭閣)입니다. 이 정자는 고려 인종 때 충신인 송정공(松亭公)을 기리기 위해 그 후손들이 지은 정자입니다.

 

 

 

 

 

 

 

 

 

여기서 좌측으로 빠지는 길이 있지만 우리는 계속해 능선으로 진행합니다. 아까 보리산을 감싸던 구름안개가 많이 걷히고 이제 산의 중턱에만 구름이 남아 있습니다. 가야할 곡달산의 여러 봉우리도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이제는 보리산 북쪽 장락산(627m) 능선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장락산의 서쪽능선 중턱의 통일교 천정궁 박물관의 건물이 아련합니다. 이 건축물은 미국의 국회의사당을 닮아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가야할 곡달산 능선(좌)

 장락산(좌)의 통일교 박물관(원내)과 보리산(우) 능선

 

장락산 서쪽 중턱의 통일교 박물관 (줌 촬영)

 

 

 

 

 

환상적인 운무에 정신을 빼앗겨 터벅터벅 걷노라니 벽암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274봉입니다. 현지에 삼각점이 있어 그나마 위치를 알 수 있군요. 이제는 벽암산을 내려와야 하는데 분명치 않은 갈림길이 여럿이어서 헷갈립니다. 그렇지만 GPS로 등산궤적을 살피면서 걷는 J대장의 완벽한 안내로 전혀 어려움 없이 하산지점인 한우재 고개로 내려섭니다. 사실 벽암산 입구를 들어설 때만 해도 등산로가 엉망이진 않을까 또 과연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실제로 등산로도 부드럽고 또 길을 잘 찾아 거의 완벽한 산행을 했습니다. 앞으로 가평군에서 몇 군데의 이정표와 정상표석만 설치한다면 등산로 정비 없이도 가족산행지로 손색이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274봉 삼각점

 

 

 한우재 고개의 프리스틴 밸리 골프장 입구

 

 

 

 

 

이제부터는 곡달산 산행을 위해 프리스틴 밸리 골프장 방향으로 들어섭니다. 딱딱한 차도를 조금 걸어가니 우측에 곡달산 1.2km라는 산뜻한 이정표가 반겨줍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급경사 오르막 일변도입니다. 정상까지 오르면서 중간에 두 차례의 이정표를 만났지만 소문과는 다르게 이정표의 글씨를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산행후기를 보면 이정표가 그냥 백지상태였거든요.

 프리스틴 밸리 골프장 가는 길목의 곡달산 이정표

 

 첫 번째 이정표

 

 

 두 번째 이정표

 

 

 

 

 

드디어 오른 곡달산(630m) 정상! 정상까지 1.2km를 오르는데 무려 45분이 걸렸습니다. 정상에는 반듯한 표석이 서 있었지만 주변 조망도 전혀 할 수 없고 정상의 방향표시 이정표는 반쯤 낡아 엉망입니다. 다만 뒷면의 이정표는 아직도 볼만하군요.

 

훼손된 이정표

 

 

 

 

 

조망을 할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며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그렇지만 바로 하산하는 게 아니라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합니다. 가는 길목에 백지상태의 이정표를 만났습니다. 이제부터 악명 높은 곡달산 이정표의 진면목을 보게 됩니다. 능선 좌측의 소나무 사이로 맞은 편의 능선이 조금 보이지만 사진을 찍을 정도는 아닙니다.  

 백지상태 이정표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조망

 

 

 

 

길을 가다가 안부에서 급경사 오르막을 만났습니다. 능선 우측으로 우회하는 길이 보이지만 나중에 M씨에 의하면 이쪽은 하산로가 없다고 하더군요. 위로 오르니 곡달산에서 처음으로 조망을 할 수 있습니다. 눈 아래 펼쳐지는 골프장은 아마도 마이다스 밸리 골프장일 것입니다. 곡달산 서쪽에는 프리스틴 밸리와 마이다스 밸리 두 곳의 골프장이 있는데 위치 상으로 보아 마이다스 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산이 많은 계곡에 자리잡은 골프장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립입니다. 뒤돌아보니 지나온 곡달산 정상이 우뚝하군요. 또 다시 나타난 백지이정표를 뒤로하고 조금 발걸음을 옮기니 능선 우측으로는 아까 벽암산 능선에서 만났던 장락산능선이 잘 보입니다. 

 마이다스 밸리 골프장

 

 뒤돌아본 곡달산 정상

 

 백지 이정표

 

 곡달산 능선 우측의 장락산 능선

 

 

 

 

이 봉우리를 내려서는 게 무척 까다롭습니다. 가느다란 로프하나가 걸려 있는 게 그나마 다행입니다. 조심하면서 내려서니 또 다시 바위가 길을 가로막습니다. 나무에 매어진 녹색의 로프를 잡고 오릅니다. 이런 곳은 급경사이기는 하지만 안전로프가 있을 경우 오히려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봉우리에 오르니 마이다스 골프장 뒤로 화야산(755m)이 솟아 있습니다.

 뒤돌아본 내리막길(실제로는 훨씬 가파름)

 

 바위 오름길

 

 마이다스 골프장과 화야산(우)

 

 

 

 

 

 

 

 

또 백지 상태의 이정표가 나타납니다. 선답자들의 산행후기에서 이정표가 엉망이라고 혹평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삼각점이 있는 곳에서 북쪽으로 보납산(330m)이 보이고 그 뒤로 청평호의 푸른 물이 살짝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산하는 길목에 또 백지 이정표입니다. 도대체 관계당국은 관할구역내의 산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가평군에는 명산을 포함해 많은 산이 있어 일일이 신경을 쓰기는 어렵겠지만 군민들과 관내의 산을 찾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이토록 방치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보납산과 청평호

 

 또 만난 백지이정표

 

 

 

 

 

드디어 하산지점인 솔고개 쉼터입니다. 쉼터의 등산안내지도도 낡아빠졌습니다. 오늘 벽암산과 곡달산을 종주하면서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던 벽암산에서는 미소를 지었고 큰 기대를 하고 찾았던 곡달산에서는 짜증이 났습니다. 어느 분의 산행후기에서 곡달산 산행을 하지 말도록 적은 글을 보고는 너무 심한 말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답사해보지 그럴 만도 합니다. 물론 등산 전문가들은 별 어려움이 없겠지만 산은 모름지기 전문가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관계당국이 훼손된 이정표를 새로 붙이고 위험한 등산로에는 안전시설을 설치해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친근한 산으로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은 필자의 공허한 연목구어(緣木求魚. 산에서 물고기를 찾는 일처럼 허황된 일)가 아니기를 바랍니다. 

 솔고개 쉼터의 낡은 등산안내지도     

 

 쉼터의 음식점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8년 9월 25일 (화)
▲ 등산 코스 : 방일리 버스정류소-방일초등학교-능선 안부-벽암산-송정각-274봉-한우재고개

                  -곡달산 이정표-곡달산-솔고개 쉼터
▲ 산행 거리 : 9.3km
▲ 소요 시간 : 4시간
▲ 산행 안내 : 온라인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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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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