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절벽의 절경을 자랑하는 대이리 군립공원
강원도 삼척군 신기면 대이리 지방은 1971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관광지입니다. 대이리 계곡 상류의 왼쪽에는 최근에 개방된 대금굴이, 그리고 지각산(환선봉)과 마주보는 미륵봉 중턱(해발 약 800m)에는 환선굴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덕항산과 지각산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병풍암이 동남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산으로 대이리 계곡상류에는 너와집, 굴피집, 통방아 등 많은 민속유물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청정한 맑은 물이 흐르는 대이리 계곡을 거슬러 들어가면 군립공원 주자장입니다(11:22). 1천 원의 입장료를 내고 매표소를 통과한 후 저 뒤로 보이는 기암의 모습에 이 계곡의 풍경이 범상치 않음을 느끼게 됩니다.
매표소
단체로 환선굴을 답사한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내려옵니다. 우리는 골말에서 좌측의 다리를 건너 산 속으로 들어섭니다(11:30). 여기서 환선굴은 무려 1.3km를 더 가야하는 반면에 대금굴은 230m만 가면 됩니다.
산행들머리 골말
이들 동굴의 답사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늘은 두 개의 산만 오릅니다. 경사가 무척 가파릅니다. 평탄한 능선으로 연결되던 등산로는 금방 오르막으로 변합니다. 길이 험한 경사에는 철주를 박아 굵은 로프를 연결해 놓았지만 오르고 또 올라도 끝이 없습니다.
거친 숨을 토해내며 다다른 곳에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습니다. 현 위치는 동산고뎅이인데 장암목까지는 500m 이며, 절골부터 4km입니다(12:12).
이마에 구슬처럼 흐르는 땀을 훔치고 물을 마신 후 다시 배낭을 들쳐 맵니다. 500m를 더 올라오니 장암목입니다. 926계단이라고 병기된 것을 보면 지금까지 이 많은 계단을 오른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끝이 아닙니다. 덕항산 정상까지는 1km를 더 가야합니다.
아름드리 나무 한 그루가 벼락을 맞아 부러진 채 서 있는 모습을 보며 또 다시 연속으로 이어지는 철 계단을 지나갑니다. 비로소 시야가 조금 트이는 공터에 다다르자 저 쪽 맞은 편 능선 뒤로 고랭지 채소밭을 조성하는지 산머리가 허옇게 변한 모습이 시야 가득히 들어옵니다.
부러진 나무
철 계단
고냉지 채소밭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계단을 따라 가노라니 드디어 백두대간 능선상의 장암재입니다. 골말에서부터 별로 쉬지 않고 1.9km 거리를 올라오는데 1시간 35분이 소요되었으니 그 가파른 오르막을 상상할 것입니다. 한마다로 죽음의 등산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 덕항산 정상(400m)을 왕복하는 길은 그야말로 포근합니다. 덕항산(해발 1,071m)은 삼척군 신기면과 태백시와의 경계에 솟은 산으로 옛날 삼척 사람들이 험준한 경사를 타고 이 산에 올라오면 화전(火田)을 할 수 있는 편편한 땅이 많아 덕메기산이라고 하였으나 한자어로 표기하면서 덕항산(德項山)이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자료 : 정상의 안내문). 정상에는 산불 감시초소도 있습니다(13:12).
포근한 대간길
덕항상 정상
이곳 덕항산에서 지각산(환성봉) 까지는 1.7km 거리에 위치해 있는 데 능선이 매우 부드럽습니다. 장암재로 되돌아오니 선두그룹이 기다리고 있어 간식을 먹으며 여유를 부립니다.
장암재 이정표
다시 배낭을 매고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갑니다. 오른쪽 동해방향은 천길 낭떠러지인 반면, 왼쪽은 푸른 숲이 우거진 완경사지역입니다. 슬슬 걸어가니 지각산(환성봉)에 도착합니다(14:09). 지나온 덕항산까지 1.4km 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데 앞서 본 이정표와는 300m 차이가 납니다. 오른쪽으로 돌출한 능선 끝에 서니 대이리골과 미륵봉 너머 고랭지채소밭이 매우 가까이 조망됩니다.
지각산(환성봉) 정상
환선봉에서 바라본 대이리골
이제부터는 내리막입니다. 큰 고사목 한 그루의 밑 둥이 부러져 누운 옆에는 오랜만에 큰 앵초를 만납니다. 금년 들어서는 처음으로 목격한 진객입니다.
고사목
큰앵초
헬기장을 거쳐 장암재까지 이르는 능선 길은 매우 포근하고 또 여러 종류의 야생화를 만납니다. 선괭이눈, 졸방제비꽃, 활량나무, 말나리, 미나리아재비, 관중도 보았고 특히 그 동안 해발이 낮은 산행 들머리에서 자주 목격했던 애기똥풀이 해발 1천여 미터의 고지대에 무더기로 피어 있습니다(14:44).
선괭이눈
졸방제비꽃
활량나물
말나리
미나리아재비
관 중
애기똥풀
장암재에서 백두대간 길을 이탈하여 오른쪽 환선굴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또 다시 길이 매우 가파릅니다. 이 쪽 길은 아까 오름 길과는 반대로 철 계단은 없지만 간간이 보조시설이 있습니다. 하산로가 상당히 미끄러워 내려서는 발길이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하산을 시작한지 약 15분만에 제2전망대에 도착합니다(14:58). 기암 위에 철책을 설치한 전망대에 서서 대이리골을 바라보니 꼭 설악산의 천불동계곡을 보는 듯 합니다.
삼척지방에 이토록 아름다운 산이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여기서 조망을 즐기는 순간 덕항산을 오르며 진을 뺀 경험도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속담으로 바뀝니다. 어떤 산악인은 이 광경을 미국의 그랜드 캐년 같다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제2전망대의 조망
다시 내려가니 이번에는 제1전망대에 도착합니다. 눈앞에 전개된 뾰족 바위와 우람한 기암괴석은 바로 한 폭의 동양화입니다.
제1전망대의 조망
여기서 천연동굴로 이어지는 길은 또 엄청난 오르막 철 계단입니다. 계단을 다 오르고 나니 천연동굴 속으로 등산로가 이어져 있습니다. 석회암동굴의 용암이 흘러 이토록 산에 구명을 내어 길을 만들었으니 참으로 장관입니다.
천연동굴
대이리골
두 차례 이름 없는 전망대에 올라 주변 경관을 감상한 후 내려오니 환선굴 갈림길입니다(15:47). 여기서 환선굴은 좌측으로 170m만 가면 되지만 우리는 바로 하산합니다. 환선굴은 총 연장이 6.5km, 높이 30m, 폭 100m로 동양최대의 동굴이라고 하며, 현재 그 일부(1.6m)만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습니다.
환선굴의 유래와 전설을 담은 이정표를 뒤로하고 내려오니 아침에 올랐던 골말입니다. 너와집, 굴피집, 통방아 등을 지나 청정하고 맑은 물이 풍부하게 흘러내리는 계곡 옆길을 따라 가노라니 등산버스가 기다리는 아래 주차장입니다.(16:18)
촛대바위
덕항산과 지각산은 등산과 하산길이 가팔라 힘은 들지만 두 산을 연결하는 백두대간길이 부드럽고, 기암과 암벽으로 천혜의 경관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환선굴과 대금굴을 답사 할 수 있는 관광지입니다. 다만 동굴의 답사하면서 등산을 할 경우 1박 2일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산악회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오르니 육체는 다소 피로하지만 대이리계곡의 아름다움에 취해 정신만은 더욱 말똥말똥해지는 기분 좋은 하루입니다. 언제나 안개가 끼어 있다는 이 계곡에서 모처럼 안개 없는 조망을 마음껏 만끽했습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08년 6월 8일 (일)
△ 등산 거리 : 약 8km
△ 등산 코스 : 주차장-골말-동산고뎅이-장암목-장암재-덕항산 정상(왕복)-
지각산(환선봉)-헬기장-장암재-제2전망대-제1전망대-천연동굴
-환선굴 갈림길-골말-주차장
△ 소요 시간 : 4시간 55분
△ 등산 안내 : 서울가자산악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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