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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관악구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좌석에 앉은 할머니 한 분이 은행통장의 거래내역을 살피느라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자꾸만 고개를 돌려 밖을 내다봅니다.


지하철은 매 역마다 안내방송을 하지만 어떤 때는 소리가 너무 작고 또 때로는 윙윙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역 이름은 거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전동차가 역 구내로 들어오면 역 이름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려보지만 이 마저도 쉽게 확인이 어렵습니다. 역 이름 표시가 너무 띄엄띄엄 있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 유럽의 어느 도시를 여행했을 때 전동차를 타고 바깥을 내다보기만 하면 역 이름이 일렬로 길게 표기되어있어 위치를 확인하기가 매우 편리했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이 할머니도 겨우 현재 위치가 서울대입구역인 것을 확인하고는 앞에 선 사람들에게 질문을 합니다.

"다음이 사당역이제?"
"아닙니다. 다음 다음 역입니다."

"아, 그러면 다음은 무슨 역이요?
"낙성대역입니다."


할머니는 알았다는 듯이 자세를 바로 잡습니다. 그리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립니다.
"서울에서는 서울대가 제일 좋지! 아무렴 낙성대보다는 서울대가 좋아!"


서울대입구역과 사당역 사이에 있는 낙성대역은 인근에 고려 명장 인헌공 강감찬(984∼1031) 장군이 태어난 곳인 낙성대(落星垈)가 있어 붙여진 이름입니다. 


강감찬 장군은 거란의 침략을 막아내는 데 큰 공을 세우고 백성들을 다스리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그 당시 백성들에게 흠모와 존경의 대상이었습니다. 백성들은 장군의 공적을 찬양하기 위해 집터에 삼층석탑을 세우고, 장군이 태어날 때 별이 떨어졌다고 하여 낙성대라 이름지었다고 합니다. 그 뒤 낙성대를 보호하고 기념하기 위해 나라에서는 1973년부터 2년간에 걸쳐 안국사라는 사당을 짓고 장군의 영정을 모셨습니다.(자료 : 문화재청 홈페이지). 


이런 사실을 모르는 할머니는 낙성대를 대학의 하나로 생각하고 서울대와 비교한 것입니다. 하기야 지금은 대학의 숫자가 너무 많이 늘어났습니다. 과거에는 2년제 대학은 전문대학이라고 하였지만 지금은 모두가 대학으로 불리니 대학의 이름만 듣고서는 그 소재지나 위상을 알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사당에서 내린 할머니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할머니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할머니, 장독대는 대학이 아님을 아시지요! 마찬가지로 낙성대, 남성대, 봉수대 그리고 백운대(북한산 정상)도 대학이 아니랍니다."(2008. 5. 26).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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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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