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인형에 미쳐버린 50대 후반의 아내에게

 

 

아내는 어떤 일에 한번 몰두하면 완전히 푹 빠지는 성격입니다. 지금까지 30년을 함께 살아오면서 이런 경우가 몇 차례 있었습니다. 일시적으로 흠뻑 빠졌다가 대개 1∼2년 만에 훌훌 털고 나오기에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습니다.

맨 처음 아내가 빠진 일은 난(蘭)을 키우는 것이었습니다. 집에 선물로 들어온 난에 물을 주는 것마저도 쉽지 않기에 아내는 여러 권의 책을 사서 열심히 공부를 하여 나중에는 이웃집 화분의 분갈이를 해줄 정도로 재미를 느꼈습니다. 이게 시들해지더니 다음에는 지점토 공부를 하여 이를 재료로 인형을 만들어 집안 곳에 걸어두기도 하고 또 일부는 내다 팔기도 하였습니다. 아내가 만든 지점토 인형은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정교하고 보기가 좋았습니다.

다음에는 금붕어를 비롯한 물고기를 길렀습니다. 어항도 두 개나 구입했지요. 문제는 집을 비울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고기는 워낙 민감한 동물이라서 산소를 제때 공급하지 않거나 물갈이를 하지 못할 경우 죽기 때문에 어린 아이 키우는 것보다 더욱 신경을 많이 쓰게 됩니다. 결국 아내는 물고기에 대한 집착을 포기했습니다.

아내는 처음부터 봉제인형을 좋아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내와 함께 인형전시회에 갈 경우  한 두 개의 인형을 구입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이 정도는 지극히 정상이지요. 그런데 지난 7월 코엑스에서 열린 <2011 서울캐릭터 라이센싱 페어>에 가지 않으려는 아내를 억지로 데리고 간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아내는 "보노 코리아(Bono Korea)"에서 수입한 독일인형 니키(NICI)를 처음 보고는 그 디자인에 완전히 빠져 버린 것입니다.

 

 

 

 

 

이날 현장에서는 인형 석 점을 구입했는데, 그 후 아내는 인터넷을 검색해 니키인형 판매상품을 이러 저리 뒤적이며 아이쇼핑을 즐겼습니다. 그러면서 한 두 개씩 주문을 하기도 하고 또 실제로 니키인형 판매회사(대리점 포함)를 찾아가서 인형을 직접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3개월 동안 수집한 인형만 150점이 넘습니다. 워낙 인기 있는 제품이다 보니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에는 짝퉁도 있다고 합니다. 아내는 어느새 니키인형의 전문가가 된 것입니다. 국내의 정식수입업체는 위 "보노 코리아"와 "니키 코리아(Nici Korea)"가 있음도 알았습니다. 

 

 

 

 

 

 

아내는 그동안 절약한 생활비를 인형을 구입하는데 모두 지출한 모습입니다. 왜 그리 인형에 집착하느냐고 물으니 자기를 인형전시회에 데리고 간 것이 실수라고 맞받아 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동창회모임도 또 여성들끼리 해외여행을 한번도 간 적이 없다며 인형수집은 당장은 돈이 들지 모르지만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한정판의 제품일 경우 투자가치도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아내는 박봉의 월급쟁이 남편을 만나 무엇하나 제대로 해본 것이 없습니다. 남들이 다 갖는 명품 핸드백도 2년 전 결혼 28주년을 맞아 비로소 한 개 사주었을 뿐입니다. 따라서 지금 50대 후반인 아내가 니키인형에 빠진 것을 나무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알을 깨고 나오는 공룡새끼들

 

 

아내는 틈만 나면 인형박스를 꺼내 보고는 흐뭇해합니다. 지금까지 인형구입에 지출한 돈도 따지고 보면 명품가방 하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글쓴이는 아내의 허락을 받아 보물인 니키인형을 독자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아내는 또 일정한 시일이 지나면 인형수집의 취미가 시들해 질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상당히 오래 지속될 듯 합니다. 인형수집을 계기로 아내의 스트레스가 해소되어 건강한 삶을 오래도록 함께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인형 보관함
 

                                                                     인형 보관함을 꺼낸 모습  

 

 

 

 

                                                        출시 25주년 기념 한정판 인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