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혜 역의 남상미(이정혜의 과거와 현재)
제37부에서는 자질구레한 여러 사건들이 일어난 회였습니다. 강기태(안재욱 분)와 조태수(김뢰하 분)가 합작하여 차수혁(이필모 분)이 붙인 미행자들을 보기 좋게 제압하였고,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유채영(손담비 분)이 무기중개상의 대리인 자격으로 장철환(전광렬 분) 앞에 나타나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큰 이변은 이제는 톱스타가 된 이정혜(남상미 분)가 홍콩의 거물영화제작자 방한환영회에 가슴골이 드러난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점일 것입니다. 항상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던 이정혜가 고압작인 차도녀(차가운 도시의 여자)가 된데 이어 이제는 여신의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이번 회의 주요 장면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장철환이 강기태에게 "네 놈이 내 인생을 절단 냈다"
흔히 도둑이 되려 큰소리치는 것을 적반하장(賊反荷杖)이러고 부릅니다. 장철환이 바로 그런 인간입니다. 한때 각하의 총애를 받아 온갖 전횡을 일삼던 장철환은 차수혁의 변심으로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구속되었고 10.26 사건이 터진 후 사기꾼 같은 브로커로 돈의 노예가 된 냉혈인간입니다. 그는 윤 마담(엄수정 분)으로부터 강기태와 조태수가 귀국했다는 말을 듣고는 두 사람이 술을 마시고 있는 술집으로 찾아갑니다.
장철환은 강기태를 보자마자 대뜸 "무슨 수작을 벌이고 있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기태가 이미 지나간 일이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하자 "난 아냐. 네놈이 내 인생을 절단 냈는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냐. 네가 본심을 숨긴다고 모를 줄 아냐. 언제쯤 내 등뒤를 노릴까 기회를 엿보고 있겠지! 제발 부탁인데 날 건드려 줘. 털끝 하나만 건드려봐. 그럼 난 네놈들 영혼까지 짓밟아버릴 테니까"라고 독설을 퍼 붙고는 나갑니다.
강기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장철환이 모든 것을 기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보며, 장철환이 신군부의 실세인 정 장군(염동현 분)을 등에 업고 언제까지 악행을 계속할 지 두고 보는 것도 흥미 있는 시청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조태수에 의하면 장철환은 부산출신 건달과 손을 잡았다고 했는데, 이들이 전국구 건달인 조태수를 당할 수는 없겠지요.
▲ 강기태가 차수혁에게 "앞으로 나 건드리지마!"
강기태와 조태수가 술집을 나왔는데 자신들의 뒤를 미행하는 인기척을 느꼈습니다. 두 사람은 직감적으로 서로 떨어져 미행자들의 시선을 분산시킨 다음 다시 합쳐 두 사나이와 대적합니다. 전국 최고의 건달인 조태수와 이에 버금할 강기태는 이 미행자들과 화끈한 한판을 겨뤄 제압한 다음 이들을 끌고 어느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강기태는 이제는 청와대공보수석이 된 차수혁을 불러내 "앞으로 나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한 다음 미행자들을 남겨둔 채 자동차를 타고 떠납니다. 이 미행자들은 차수혁과 조명국(이종원 분)이 보낸 보안사출신 요원들이었던 것입니다. 한방 당하고 만 차수혁의 씁쓸한 웃음이 고소합니다.
▲ 조명국이 차수혁에게 "우리가 먼저 강기태를 공격해야 한다"
차수혁을 등에 업고 영화제작 및 배급, 음반 등에서 큰손이 된 조명국에게 영화감독 겸 배우 최성원(이세창 분)은 권투선수 홍수환의 성공스토리를 영화로 제작하자고 제의하지만 그는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조명국은 최성원에게 대신 이정혜가 감독을 바꾸자고 하여 해임한 영화를 마무리 해주면 고려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조명국은 차수혁으로부터 강기태를 만났다는 말을 듣고는 "강기태가 가만히 있을 놈이 절대로 아니니 우리가 먼저 공격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그는 홍콩 영화제작자인 쇼브라더스와 손잡고 미국 헐리웃으로 진출할 계획이라며, 이정혜가 주연한 영화가 미국과 전 세계에 진출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허풍을 떨었습니다. 조명국은 이번 일에 승부수를 띄웠으며 큰 사고를 칠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과연 그렇게 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 이정혜가 차수혁에게 "기태는 나와는 상관없는 인물이다"
지난 4년 간 이정혜에게 변한 것은 영화 여름여자가 히트하여 대 스타로 올라선 일과 차수혁과 상당히 진지한 만남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차수혁은 매월 한번씩 이정혜의 집을 찾아갈 정도로 가까워진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정혜 스스로 차수혁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할 정도입니다. 차수혁은 이정혜에게 강기태의 목숨을 살려주는 대가로 절교하도록 요구했고, 그 후 차수혁과 이정혜는 계속 교제를 해온 듯 보입니다. 물론 이정혜로서는 차수혁이 강기태를 죽이려 한 장본인임을 모르고 있지요.
강기태가 귀국했다는 말을 들은 정혜는 수혁을 불러내었습니다. 정혜는 "기태는 이제 나와 상관없는 인물이다. 그를 의식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나 피해의식에 젖어 있는 수혁은 "그 말은 기태를 보호하기 위해 그를 건드리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 난 널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이정혜가 강기태와 다시 만남을 시작할지의 여부는 두고 봐야 하겠습니다. 아무튼 란란쇼 회장방한 환영회에서 강기태를 본 이정혜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모습이었습니다.
▲ 유채영이 장철환에게 "우리 거래 한번 해보자"
브로커인 장철환에게 밤중에 대주물산 명 회장이 전화를 걸어 대리인을 보낼 것이니 한번 만나 보라고 합니다. 장철환이 단잠을 깼지만 인상을 쓰지 않는 것을 보면 명 회장이라는 사람의 파워가 대단한가 봅니다. 옆에 자던 여자를 호통쳐 내보낸 게 이변이라면 이변입니다. 그런데 다음날 장철환 앞에 나타난 대리인은 놀랍게도 4년 전 사라졌던 유채영입니다.
사실 유채영은 장철환에게 유감이 많습니다. 자신을 도와주는 척 하면서 물 먹인 사실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채영은 일단 과거를 잊은 모습입니다. 유채영은 "내가 뉴욕에 있을 때 어느 파티에서 나의 운명을 바꿔 놓은 분을 만났는데 바로 세계적인 무기중개상인 카쇼기였다. 그가 장 회장을 연결해 달라고 했다"며 "난 장 회장과 거래하고 싶다"고 제의한 것입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유채영을 만나 기묘한 표정을 지은 장철환은 이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전 중앙정보부장 김재욱(김병가 분)이 재일교포 거부인 김풍길의 대리인자격으로 나타난 데 이어, 유채영 마저 카쇼기의 대리인으로 장철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예사 일은 아닐 듯 싶습니다.
▲ 이혜빈이 최성원에게 "재능을 엉뚱한 데 쓰지 마라"
천하의 바람둥이 최성원은 결국 신인가수 이혜빈(나르샤 분)을 차지하는데 성공했지만 이제는 혜빈의 감시에 죽을 노릇입니다. 최성원은 조명국과의 합의에 따라 이정혜 주연의 영화감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정혜는 최성원이 수정한 시나리오가 마음에 든다며 만족합니다. 이 때 이혜빈이 나타나서는 최성원은 내 남자라고 소리지릅니다. 놀란 최성원이 요즈음은 다른 여자를 만나자 않는다고 오리발을 내밀자 혜빈은 "티파니에서 윤선영을 만난 사실을 알고 있다. 재능을 엉뚱한데 쓰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혜빈이 남자를 휘어잡는 당찬 여자로군요.
▲ 강기태가 송미진에게 "란란쇼 회장의 초청장을 가지고 왔다"
강기태가 귀국하자마자 송미진(이휘향 분)은 기태에게 조명국이 홍콩영화제작자의 투자사업을 가로채려 한다며 이를 좀 막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지금 우주흥업의 송미진 사장은 연이은 사업실패로 부도위기에 처해 있지만 홍콩투자자금만 끌어들이면 만사 오케이입니다.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공을 들인 투자가를 조명국이 가로채려 합니다. 조명국은 홍콩의 쇼 브라더스의 란란쇼 회장을 방한 초청하였습니다. 란란쇼는 홍콩의 영화제작 거물이니 조명국은 국내의 유명 영화관련인사에게 초청장을 보냈습니다. 그렇지만 송미진은 제외시켰습니다.
송미진은 강기태에게 "조명국 이 나쁜 놈이 자신을 왕따 시키려고 초청장을 보내오지 않았다"고 불평했습니다. 그러자 강기태는 꼭 조명국의 초청장이 있어야만 가느냐며, 주머니에서 란란쇼 회장이 직접 보낸 초청장을 내 놓습니다. 송미진이 강기태의 능력을 다시금 재평가하겠지요. 강기태는 양동철에게 란란쇼 회장의 동선을 파악토록 지시했고 그는 직접 란란쇼를 만나 담판을 지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드디어 환영행사장에 한국 영화계를 좌지우지하는 인물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톱 여배우인 이정혜는 가슴골이 드러난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여신 같은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이런 이정혜를 보는 차수혁의 눈빛이 그윽합니다. 이정혜가 란란쇼와 인사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강기태와 송미진이 등장합니다. 놀란 조명국에게 송미진은 란란쇼의 초청장을 보여주며 기를 죽입니다. 이어서 강기태와 함께 란란쇼 회장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포옹까지 합니다. 조명국의 동공이 크게 확대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강기태는 이번 기회에 란란쇼 회장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물론 조명국을 몰락시킬 기회로 삼고 있기에 앞으로 조명국과 강기태의 한판승부가 볼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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