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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아리바우길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강원도 평창과 정선 및 강릉을 잇는 명품트레킹 9개 코스로 거리는 132km에 달합니다. 이 길은 정선5일장에서 출발해 강릉경포대해변까지 이어집니다. 올림픽 아리바우길의 명칭은 올림픽 주 무대인 평창, 아리랑의 고장인 정선, 강릉바우길의 바우(바위)를 모티브로 지은 이름으로, 여행자들은 이 길을 걸으며 아리랑의 고장 정선의 산하, 평창 백두대간의 수려한 자연경관, 예로부터 산수가 아름다운 강릉의 승경과 역사문화를 음미할 수 있습니다.
올림픽 아리바우길 9코스는 강릉 송양초등학교에서 출발해 오죽헌과 선교장, 매월당 김시습 기념관, 경포대와 경포호를 거쳐 허균허난설현 기념공원에 이르는 16.3m의 도보길입니다. 길을 걸으며 율곡 이이 선생의 생가인 오죽헌, 300여 년의 역사에 빛나는 전통가옥 선교장, 금오신화를 지은 매월당기념관, 관동팔경의 하나인 경포대, 허균허난설현 기념공원를 만납니다.
이 길은 강릉바우길 11구간(신사임당길)과 동일한 코스로 목적지는 허균허난설현 기념관이지만 우리는 강문해변까지 연장해 걸을 계획입니다. 다만 출발지인 송양초등학교에서 오죽헌까지는 임도와 산길을 걸어야하며 이곳은 사임당이 오죽헌에서 어린 율곡을 데리고 서울로 갈 때 죽헌저수지의 물길을 따라 이 마을을 지나 대관령을 넘었던 매우 뜻 깊은 길이지만 필자의 체력한계로 인해 부득이 출발지에서 오죽헌까지는 걷기를 생략합니다. 바로 하루 전날 서해랑길 58코스(11.5km)를 걸었기에 이틀 연속 장거리 걷기는 무리이거든요.
우리는 송양초등학교에서 등산버스를 타고 오죽헌으로 갑니다. 강릉시 죽헌동 소재 강릉 오죽헌(보물)은 조선 전기(15세기 중엽) 목조 건물로 단일 주거건축으로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고옥입니다. 오죽헌(烏竹軒)이라는 명칭은 뒤뜰에 검은 대나무가 자란 것을 계기로 붙었으며, 신사임당의 친정집으로 이곳에서 율곡 이이가 태어난 생가입니다.
이곳은 1975년 오죽헌 정화 사업으로 율곡의 영정을 모신 문성사를 비롯해 자경문, 율곡기념관 등을 신축하고 강릉시립박물관과 통합되어 1998년에 개관하였으며 경내에는 강릉화폐전시관이 있습니다. 오죽헌 입구에는 “세계 최초 모자 화폐인물 탄생지”라는 조형물이 있어 방문객들은 기념사진을 촬영합니다.
출입문을 들어서면 잘 조성된 공원 같은 분위기인데 우측에 율곡선생의 동상과 친필휘호가 새겨진 석판이 있습니다. 중앙광장으로 진입해 축대 위에 있는 자경문을 들어서면 우측에 율곡의 사당인 문성사, 조선초기 별당건물인 오죽헌(보물), 그 우측 율곡이 태어난 몽룡실이 있습니다. 오죽헌 뒤로 들어가면 어제각(御製閣)이 있는데 이는 율곡의 저서 격몽요결과 어린 시절 사용하던 벼루를 보관하기 위해 지은 정자입니다.
어제각을 나오면 넓은 뜰인데 옆에는 율곡기념관이 있지만 여기서 꼭 봐야할 명소가 있습니다. 바로 5천원권지폐 뒷면에 그려진 오죽헌의 그림을 그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촬영장소가 있는 곳입니다. 뜰에는 5천원권 지폐의 사진과 사진을 촬영하기 쉽게 발의 위치 모형이 설치되어 있더군요. 화폐의 그림과 현재의 모습은 담장의 배롱나무가 많이 자란 것을 제외하고는 정말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이웃한 율곡기념관은 오죽헌 소장유물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증한 신사임당, 율곡 이이, 옥산 이우, 이매창, 고산 황기로의 작품과 이우 후손 관련 자료들이 전시돼 있으며 2012년 개관한 전시관입니다.
입지문을 나오면 굴산사지당간지주 모형, 진또배기와 장독대의 모습이 보입니다. 진또배기는 TV조선의 미스터트롯에서 가수 이찬원이 불러 전국적으로 알려진 것으로 일반적으로 솟대라고 부르는 마을입구의 민간신앙 대상물입니다. 강릉비석군은 조선시대 강원도 관찰사, 강릉부사 등 관리의 선정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기념비를 모아 놓은 것입니다.
강릉화폐전시관은 세계 최초 모자 화폐 탄생을 기념하여 기존의 향토민속관 건물을 새로 단장하고 2023년에 개관한 전시관입니다. 전시관 내부에는 고려시대부터 한국은행 설립 이후까지의 실물화폐와 기념주화가 전시됐고 오만원권과 오천원권의 화폐 도안을 그린 이종상 화백의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의 초상화가 걸려있으며 세계의 화폐 속 인물들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화폐전시관 앞에는 신사임당의 동상이 있고, 그 옆에는 강릉시립박물관이 있습니다. 시립박물관은 영동지방에서 출토된 각종 선사 역사유물과 도자기, 고문서, 전적, 서화류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불교유물을 포함하여 율곡 이이, 허난설헌, 허균, 심언광 등 강릉 관련 인물들의 유물과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으며, 강릉 경포대가 포함된 관동팔경 병풍과 금강산 관련 유물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시립박물관을 나와 율곡인성교육관 앞으로 오니 마침 풍물패가 흥겨운 한마당놀이공연을 시작합니다.
오죽헌을 나와 선교장으로 갑니다. 선교장으로 가는 빠른 길에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있는데 공사 중으로 출입금지라서 도로 쪽으로 돌아갑니다. 경포천을 따라가노라니 메타세쿼이아길과 다시 만나더군요. 배다리쉼터와 징검다리를 건너면 선교장 입구입니다.
강릉시 운정동 소재 선교장은 조선 태종(이방원)의 아들 효령대군(세종대왕의 형)의 11대손인 가선대부(嘉善大夫) 무경(茂卿) 이내번(李乃蕃)에 의해 1703년 처음 지어져 무려 10대에 이르도록 나날이 발전되어 증축 되면서 오늘날에 이른 고택입니다. 99칸의 전형적인 사대부가의 상류주택으로서 1965년 국가지정 중요 민속자료(현 국가민속문화재) 제5호로 지정되어 개인소유의 국가 문화재로서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날은 “내부촬영으로 인해 임시휴무”라 문이 닫혀 있어 담장 밖에서 사진을 찍고는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운정동 경노당 옆에는 매월당기념관이 있는데 강릉시 운정동 소재 매월당김시습기념관은 김시습 관련 유물·자료를 전시해 놓은 기념관입니다. 김시습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의 작가이자 세조의 단종폐위에 저항한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이 기념관은 그의 절의정신을 계승하고 시와 소설에 담긴 고매한 얼을 기리기 위해 전통 한옥의 형태로 건립되었습니다.
매월당기념관을 뒤로하고 강릉경포대방면으로 갑니다. 길목에 있는 “400년집 초당순두부”라는 간판에 현혹되어 동반자 B씨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들어갔습니다. 우리는 초당순두부 정식(1인당 11,000원)을 주문했는데 음식맛이 깔끔했습니다. 벽면에는 유명인사들의 사인이 많이 걸려 있는데 얼핏 봐도 피아니스트 백건우, 국회의원 권성동, 배우 김영란 및 김고은, 가수 이현우와 이지훈, 만능MC 유재석의 사인이 보입니다.
강릉시 운정동 소재 해운정(海雲亭, 보물)은 1530년(중종 25년) 당시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했던 심언광이 지은 조선 상류 주택의 별당건물로, 경포호가 바라다 보이는 곳에 위치해 조망이 좋으며 심씨종중에서 관리해오고 있는 문화재입니다.
해운정을 뒤로하고 경포대로 갑니다. 강릉시 저동 소재 경포대는 고려 충숙왕 13년(1326) 관동존무사(關東存撫使) 박숙정(朴淑貞)이 현재의 방해정(放海亭) 북쪽에 세웠는데, 조선 중종 3년(1508) 부사 한급(韓汲)이 현 위치로 이건한 후 현재까지 7차에 걸쳐 중수한 누각으로 관동팔경의 하나이며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입니다. 그런데 2주전부터 보수공사로 인해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경내에 입장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립니다.
이제부터는 경포호를 따라 시계반대방형으로 갑니다. 강원도 강릉시 저동 소재 경포호(국가명승 제108호)는 과거 바다였던 곳이 해안의 모래와 자갈로 인해 막혀 형성된 자연석호입니다. 관동팔경의 하나로 원래 본래 주위가 12km에 달하는 큰 호수였으나 현재는 흘러드는 토사의 퇴적으로 주위가 4km로 축소되고, 수심도 1∼2m 정도로 얕아졌습니다. 호숫물이 거울과 같이 맑다고 하여 경포호(鏡浦湖)라고 부릅니다.
강릉 삼일독립만세운동기념탑을 뒤로하고 허균 허난설헌 기념공원으로 갑니다. 경포호둘레길 우측 가시연 습지로 들어가 습지를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가시연의 모습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어지는 연꽃단지에도 연꽃은 이미 사라졌더군요. 오이와 호박터널을 지나 경포천을 건너 좌측으로 둑길을 따라 걷다가 난설헌교를 건너면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인데 공원으로 이어지는 진입로의 송림은 전국제일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강릉시 초당동 소재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은 조선시대 만들어진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의 혁신 사상을 선양하고, 최고의 여류 문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허난설헌의 문화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공원입니다. 이곳에는 허난설헌 생가 터,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전통차 체험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시 경포호수로 나와 호숫길을 걷습니다. 호숫가에는 각종 시비와 조각작품이 많이 전시되어 있어 길을 걸어도 심심하지 않습니다. 호수 맞은편 동해바다 쪽으로 스카이베이호텔 경포가 우뚝하군요. 경포호수광장을 지나 경호교를 건너 공용주차장을 뒤로하고 경포천 북단으로 가면 강문교인데 강문교 북단에는 강문진또배기 성황당이 있고 그 옆에는 명물인 강문솟대다리가 보입니다.
강릉시 강문동 소재 강문솟대다리는 남쪽의 강문해변과 북쪽의 경포해변을 이어주는 보행자전용다리입니다. 솟대는 마을의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볍씨를 주머니에 넣어 장대를 높이 달아맨 것에서 유래된 민간신앙의 상징물로 장대 끝에 새를 나무로 깎아서 달기도 했던 장대를 말합니다.
강문솟대다리를 건너면 강문해변입니다. 강릉시 강문동 소재 강문해변은 주변에 잘 정비된 숙박시설과 경포지구가 근접해 있고 작은 포구인 강문항이 있어 근처 횟집에서 새벽에 잡은 싱싱한 생선회를 맛볼 수 있습니다. 강문해변에서는 보트로 5∼10분 걸리는 곳에 정박을 하여 수심 5∼30m의 바다 속에 방대하게 펼쳐진 뛰어난 수중경관을 감상할 수 있어 스킨스쿠버 동호인들이 많이 찾고 있는 곳입니다.
오늘 11km를 걷는데 약 4시간 반이 소요되었습니다. 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오죽헌답사에만 약 1시간이 소요되는 등 경유지의 문화재를 매우 꼼꼼하게 살폈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오죽헌을 들른 이후 다시 찾았더니 모든 게 새로웠습니다. 이번 코스는 올림픽아리바우길 마지막 코스지만 필자는 5코스와 8코스를 빠뜨려 미완성으로 남게 된 점이 무척 아쉬울 따름입니다.
《올림픽 아리바우길 9코스 개요》
▲ 일자 : 2024년 8월 25일 (일)
▲ 코스 : 송양초교-(버스이동)-오죽헌-선교장-매월당기념관-해운정-경포대-삼일독립만세운동기념탑-가시연습지-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경포호수광장-공용주차장-강문솟대다리-강문해변
▲ 거리 : 11km
▲ 시간 : 4시간 25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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