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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아리바우길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강원도 평창과 정선 및 강릉을 잇는 명품트레킹 9개 코스로 거리는 132km에 달합니다. 이 길은 정선5일장에서 출발해 강릉경포대해변까지 이어집니다. 올림픽 아리바우길의 명칭은 올림픽 주무대인 평창, 아리랑의 고장인 정선, 강릉바우길의 바우(바위)를 모티브로 지은 이름으로, 여행자들은 이 길을 걸으며 아리랑의 고장 정선의 산하, 평창 백두대간의 수려한 자연경관, 예로부터 산수가 아름다운 강릉의 승경과 역사문화를 음미할 수 있습니다.
올림픽 아리바우길 3코스는 구절리역에서 출발해 이성대와 노추산 그리고 모정탑을 거쳐 배나드리마을에 이르는 12.9km의 도보길입니다. 정선군 여량면 구절리 소재 구절리역은 정선선의 철도역으로 여객열차는 운행하지 않고 아우라지역까지 갈 수 있는 레일바이크와 정선군 관광열차인 아리아리호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구절이란 명칭은 이곳을 흐르는 송천이 구절양장의 형태로 흐른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구절리역 앞에는 정선 레일바이크를 알리는 반원형 아취와 입식 간판이 세워져 있으며 이곳에는 여치의 꿈 카페, 기차펜션, 개미펜션, 사마귀 벅스랜드 등 각종 카페와 펜션 및 놀이기구 등이 있는 종합 휴양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구절리역에서 동쪽으로 가노라면 417번 지방도로상에 구절교가 있는데 구절교를 건너지 말고 송천으로 흐르는 계류를 따라 동쪽으로 가는 게 올바른 방법입니다. 이곳 구절3리 중동마을은 자연생태우수마을이라고 하는군요. 길섶에는 매발톱꽃이 피어 있는데 절정기를 지나 좀 시들은 모습입니다.
조금 안으로 들어가니 좌측으로 노추산 등산로를 알리는 대형 안내문이 보이는데 여기서 노추산까지의 거리는 5km입니다. 바로 옆에는 노추산 등산 안내지도가 있군요. 이제부터는 일반도로를 벗어나 임도로 진입합니다. 임도로 들어선지 700m 지점에 다른 이정표가 있는데 현재 걷는 이 길이 올림픽아리바우길 2코스라고 오기가 되어 있더군요. 실제 이 길은 3코스이기에 이정표를 관리하는 관계자들이 좀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가야할 노추산 능선을 바라보면서 발걸음을 옮깁니다. 임도가 비교적 완만해 발걸음은 매우 편한 상황입니다. 길섶에는 침엽수림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어 고산의 풍미를 엿볼 수 있습니다. 임도는 휴경지를 지나 다시 숲길로 이어집니다. 점점 경사가 가팔라지더니 노추산을 2.4km 앞둔 지점에서 임도를 버리고 전형적인 산길로 접어듭니다.
가파른 길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좌측으로 평탄한 길이 나와 한숨을 돌리며 여유롭게 걷습니다. 옹달샘 쉼터를 뒤로하고 안전시설이 있는 길을 걷노라니 첫 번째 너덜길입니다. 너덜지대(너덜겅)는 돌이 많이 흩어져 있는 비탈지대를 말하는데 일반적인 작은 돌이 아니라 매우 큰 돌이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음이 매우 특이합니다. 이곳에서 보이는 산의 능선은 오장산(736m) 및 다락산(1,019m), 상원산(1,422m) 및 옥갑산(1,285m) 같은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잠시 후 두 번째의 너덜지대를 만났는데 이번에는 이정표와 돌탑이 세워져 있는 모습입니다. 지나는 길섶에서 앙증맞은 구슬붕이꽃을 만났네요. 이성대 갈림길에 도착했는데 현지 이정표에는 좌측 이성대까지는 거리가 500m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좌측으로 눈을 돌리니 바로 이정대가 보입니다. 여기서 거리표기 0.5km는 0.05km의 오기였습니다. 50m를 500m로 잘 못 표기했더군요.
이성대(二聖臺)는 노추산 서편 벼랑 아래에 위치한 정각(亭閣)으로서 8칸으로 된 2층 건물로 노추산 이성대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이성대는 2명의 성인(聖人)인 신라시대의 설총(薛聰)과 조선시대의 율곡 이이(李珥)가 입산하여 학문을 닦던 곳이라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며, 2층 누각인 노추사에는 율곡과 이이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습니다. 이 누각은 이율곡의 후학인 박남현이 유림의 협조로 축조했다고 합니다.
이성대 앞에는 조망데크가 있어 남서쪽으로 펼쳐지는 산의 능선을 잘 조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성대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보이지 않더라도 여기서 그냥 포기하면 안 됩니다. 누각으로 오르는 계단은 누각 우측 창고라고 적혀 있는 곳(샘터 옆)의 우측 좁은 문을 열면 거의 수직이 가까운 계단이 있어 이를 이용해 2층으로 오릅니다.
2층에는 율곡 이이 및 설총의 초상화와 생애를 기록한 자료, 두 성인의 위패가 모셔진 제사공간이 있습니다. 율곡의 위패는 文成公 栗谷李珥(문성공 율곡이이), 설총의 위패는 弘儒候薛聰(홍유후설총)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삼거리 갈림길로 되돌아와 노추산으로 오릅니다. 거리는 350m에 불과하지만 워낙 가팔라 다리가 풀린 듯 발걸음을 옮기기가 힘이 듭니다. 오래 전 이곳을 찾았을 때는 힘든 줄을 전혀 몰랐는데 어느 듯 무심한 세월은 20여년이 흘러 필자는 그만 늙어버렸나 봅니다. 안부에 도착해 잠시 숨을 고르고는 나머지 150m를 향해 갑니다. 헬기장 옆에 드디어 노추산 정상입니다.
강릉시 왕산면과 정선군 여랑면에 걸쳐 있는 노추산(1,322m)은 태백산맥의 줄기에 속하는 산으로 신라 때의 설총(薛聰)과 조선시대의 율곡 이이(李珥)가 이 산에서 학문을 닦아 중국 노(魯)나라의 공자와 추(鄒)나라의 맹자의 기풍을 이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는 뜻으로 유래한 지명입니다. 정상표석에서 좌측으로 약 5m 정도 들어가면 장엄하게 펼쳐지는 동쪽의 산세를 감상 할 수 있습니다.
정상을 뒤로하고 능선을 따라 북동쪽으로 내려갑니다. 정상에서 목적지인 모정탑까지의 거리가 5km이네요. 올라온 길이 가파른 만큼 내리막도 매우 가파릅니다. 능선 우측에 사달산(1,182m)이 있지만 지나는 길목에 아무런 이정표가 없어 어디쯤인지도 모른 채 그냥 발걸음을 옮깁니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늘막골 입구(4.4km) 방면인 좌측으로 내려섭니다. 숲은 초록색으로 물들어 신록의 계절임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고사목을 보면서 식물이든 사람이든 모근 생물체는 궁극적으로는 자연에 귀환함을 실감합니다.
현재 이곳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라고 하는군요. 조고봉(1,191m)이 보이는 길을 지난 후 임도를 벗어나 계곡 길을 갑니다. 계곡에서는 명경지수 같이 맑은 물이 흘러 탁족(濯足)이라도 하고 싶지만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드디어 모정의 탑입니다. 모정탑은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노추산 자락에 있는 3,000개의 돌탑을 말하는데 이 탑은 강릉 출신인 차순옥 할머니가 가족의 평안을 위해 26년간 쌓은 돌탑입니다.
차순옥 할머니는 결혼한 후 4남매를 두었으나 아들 둘을 잃고 남편은 정신질환을 앓는 등 집안에 우환이 끊이질 않아 고심하던 중 40대 중년에 접어들던 어느 날 꿈에 나타난 산신령으로부터 계곡에 돌탑 3,000개를 쌓으면 집안이 평안해질 것이라는 계시를 받았습니다. 강릉 시내에 살던 할머니는 이때부터 돌탑 쌓을 장소를 찾아다녔고, 1986년 “하늘 아래 첫 동네”로 통하는 대기리 노추산 계곡에 자리를 잡아 2011년 66세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이곳에서 돌탑을 쌓은 것입니다.
돌탑은 움막이 있는 장소에서 모정의 탑 주차장에 이르기까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보입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알려진 가장 훌륭한 돌탑은 진안 마이산 탑사의 돌탑입니다. 이 돌탑은 매우 정교해서 정말 예술작품 같은 모습이지만 돌탑의 규모를 비교하면 탑사의 돌탑은 조족지혈(鳥足之血)입니다.
모정탑길을 걸어 움막에서 주차장으로 나오니 강릉 노추산 모정탑길을 알리는 사진액자틀이 놓여져 있어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송천을 건너면 모전탑길 주차장입니다. 원래 3코스의 종점은 배나드리마을이지만 참가자들이 노추산을 넘느라고 고생한 점을 감안해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오늘 14km를 걷는데 5시간 3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그간 둘레길만 걷다가 오랜만에 1,300m급 고산을 넘느라 고생했지만 할머니가 25년간 쌓았다는 모정탑길의 돌탑을 보고는 그 규모와 정성이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였습니다.
《올림픽 아리바우길 3코스 개요》
▲ 일자 : 2024년 5월 19일 (일)
▲ 코스 : 구절리역-구절교앞-임도-산길-너덜지대(2곳)-이성대 갈림길-이성대(왕복)-노추산-임도-계곡길-모정탑-모정탑길-주차장
▲ 거리 : 14km
▲ 시간 : 5시간 30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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