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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주를 대접에 따라 벌컥벌컥 마시는 서은기 역의 문채원 




▲ 대학가의 이상한 시위-캠퍼스음주가 대학문화의 자유라고?

엊그제 참으로 희한한 뉴스를 보았습니다 "주폭과의 전쟁"관련법안과 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대학생들의 술판 시위가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보도된 원문을 그대로 인용해 보겠습니다.

『25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 사옥에 위치한 보건복지부 청사 앞 보도에서 학생단체인 "청년대선캠프"소속의 대학생 30여명이 고기를 구워 먹으며 맥주, 막걸리 등을 마시는 "술판 시위"를 벌였다.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캠퍼스 내 음주를 금지하는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이날 시위에는 청년대선캠프가 준비한 맥주와 막걸리 20병이 동원됐다. 주최측은 참가자들이 회비로 5,000원씩을 냈다고 밝혔다. 시위 도중에는 시위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현대 사옥 입구의 대리석 조형물에 올라간 청년대선캠프 소속 사진기자와 이를 막으려는 현대 경비업체 직원 사이에서 욕설이 오가는 등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청년대선캠프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명우 서강대 총학생회장은 "대학 캠퍼스 안에서 술을 전혀 못 마시게 하는 것은 자유를 상징하는 대학문화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리분별이 바로 된 학생들이라면 정부가 이런 조치를 내리기 전에 먼저 대학생들 스스로 캠퍼스에서 음주금지결의를 하는 게 하는 순서라고 보는데, 이들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캠퍼스에서 음주를 해야만 자유를 상징하는 대학문화를 지킬 수 있다는 발상이 참으로 가관입니다. 지난 10여년 간 대학축제 등 캠퍼스 음주사망자가 두 자리 숫자를 넘겼다는 보도도 이들에게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인 듯 합니다.
 
우리사회가 이렇게 된 데는 다방면에서 음주에 관대하고 이를 부추긴 때문입니다. 이효리 같은 인기가수와 김준현 같은 인기코미디언이 함께 나와 "처음처럼"이라는 소주를 광고하고 있으니 이를 본 청소년들은 소주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겠지요. 또한 언론 특히 공영방송의 드라마에서 지나치게 음주장면이 많은 것도 문제해결을 어렵게 합니다. 음주뿐만 아니라 드라마 주인공들이 걸핏하면 자동차를 난폭하게 운전하면서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일도 너무 자주 등장합니다.




▲ 주폭과의 전쟁에 찬물 끼얹는 지나친 음주장면

KBS 2TV 수목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는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수목극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착한남자"를 "차칸남자"로 표기하여 여론의 뭇매를 묻은 후 이를 시정한 것은 그래도 참 잘한 일입니다. 그런데 어제 제6회에서는 지나치게 음주장면이 많았습니다. 꼭 필요해서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제압하려고 내기 술을 마셔 솔직히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내기 술의 주인공은 바로 태산의 이사 서은기(문채원 분)입니다.

서은기는 일본에서 강마루(송중가 분)의 도움으로 아오모리 리조트 매각을 저지하고 강마루와 달달한 키스를 나눈 다음 귀국하여 집으로 왔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짐을 싸놓고 집을 나가라는 아버지 서정규(김영철 분) 회장의 추상같은 호령입니다. 리조트 매각이 실패하여 회사에 130억원의 손실을 끼쳤다는 것입니다. 서 회장은 "신용카드 정지하고, 자동차 키 반납하고, 호텔도 사용할 수 없으며, 회사 사람들에게 폐 끼치지 말고, 회사 출근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은기는 "그래도 어머니가 애지중지했던 리조트를 지킨 것에 대해 칭찬할 줄 알았다"고 염장을 지른 뒤 가출하고 말았습니다.

 

은기가 마루의 집으로 갔지만 마루는 바텐더 일을 하러 나갔다며 박재길(이광수 분)이 은기를 바(bar)로 데리고 갔습니다. 바 입구에 도착했을 때 박준하(이상엽 분) 변호사가 은기에게 CCTV에서 잡은 한재희(박시연 분)-안민영(김태훈 분)의 키스장면을 휴대폰으로 전송했습니다. 이 사진을 본 은기는 마루를 만나려던 발길을 돌려 집으로 다시 옵니다. 박 변호사는 은기에게 불륜사진의 출처를 말한 다음 서 회장이 2일내 노조파업을 해결하면 회사로 복귀시켜 주기로 했다고 알립니다. 망설이는 은기에게 한재희도 아오모리 건을 계기로 앞으로 본격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하자 은기는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포장마차로 노조위원장을 불러내었습니다.

사실 은기는 지금 노조의 성토대상입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준다고 약속했다가 서 회장의 반대로 무산되자 노조는 "서은기 박살내자"라는 머리띠를 두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은기는 노조대표에세 술을 마셔 이기는 사람이 원하는 데로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노조에서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지요. 은기는 냉면그릇 같은 큰 주발에 소주를 부어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대학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식하고 무모한 방식을 그대로 재현한 것입니다. 몇 차례 내기를 하던 은기가 술에 취하자 화장실 가는 핑계를 대며 현장을 빠져 나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 장면이 얼마나 시청자들의 음주습관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제작진이 생각해 보았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밖으로 나온 은기는 박준하를 따돌리고 만취한 상태로 강마루의 집 앞에서 늘어져 있다가 마루에 의해 집으로 옮겨졌습니다. 다음날 은기는 먼저 마루에게 키스세례를 퍼부으며 보고싶었다고 고백하는군요.

 

한편 마루는 바(bar)로 찾아온 재희와 입씨름을 하며 강제로 키스하는 장면의 사진을 찍어 재희를 곤혹스럽게 했습니다. 박재길은 은기가 박준하가 보낸 사진을 보고 급한 일이 있다며 가버리자 홀로 들어와서는 마루에게 여자친구 유라(김예원 분)와 헤어진 것을 애통해 하며 실컷 술을 마시고는 뻗어버렸습니다. 마루도 술에 취해 의자에 앉은 채 잠들었군요. 이 때 강초코가 들어와서는 술 취한 박재길을 끌고 나갔습니다. 박재길이 만취상태에서 강초코(이유비 분)에게 횡설수설(橫說竪說)하는 장면도 꼴불견이었지요. 

한편 서은기는 강마루와 한재희가 다정하게 서 있는 사진을 보고는 충격을 받은 모습입니다. 동네사진관에 비치해 두었던 재희와 마루가 함께 찍은 졸업사진을 하필이면 사진관을 이전한다며 은기에게 맡겼거든요. 그리고 박준하는 CCTV에서 포착된 마루와 재희의 접촉장면 사진을 전달했는데 곧 은기가 마루-재희의 관계를 알게 될 것으로 보여 긴장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드라마스토리는 이토록 숨가쁘게 진행되지만 이번 회는 주인공들이 완전히 술독에 빠진 모습입니다. 특히 서은기의 대접술 음주장면은 드라마 진행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은기는 노조대표를 만나 그들이 원하는 4가지 조건을 모두 수용하고 말았거든요. 물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장면에서 주인공들이 기분이 좋아도 한잔, 나빠도 한잔 술을 마시는 게 가장 흔한 일이지만 파급력이 큰 공중파의 인기드라마에서 무절제한 음주장면은 주폭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관계당국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임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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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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